【페이루이 · 그녀】
수요일 오후 두 시 수영 수업, 얕은 쪽 3번 레인에서 나는 세 번째로 가라앉았다. 코로 소독약 냄새 나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풀 가장자리에 매달려 기침을 했다. 수영모는 귀 위로 비뚤어졌고, 체육 선생님이 풀사이드에서 호루라기를 불었다. “페이루이! 다리! 다리 내려가지 말라고!”
내 이름은 페이루이, 올해 스무 살이다. 가오카오를 망쳐서 재수를 1년 했기 때문에 같은 학번 중에서 나만 한 살 많다. 전공은 해외 대학과 공동 운영하는 국제경제무역학과, 1학년 1학기, 수업은 전부 영어로 진행되고, 절반은 아직도 번역 앱에 의지해서 겨우 따라가고 있다. 수영은 필수 과목이다. 기말에 50미터를 수영해야 하고, 못 하면 재시험이다.
나는 호흡을 못 한다. 고개를 숙이면 바로 겁이 나고, 겁이 나면 바로 다리가 가라앉는다. 온몸이 물속에 꼿꼿이 선다. 기숙사 베란다의 빨래 건조대 봉처럼.
“Your legs sink because your head is too high.”
옆 레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얼굴을 훔치고 보니 아주 키가 큰 남자애가 물속에 서 있었다. 수심 1.4미터 풀이 그의 갈비뼈까지밖에 안 왔다.
Kofi였다. 같은 과, 가나에서 온 유학생, 올해 스물둘, 나보다 두 살 많다. 개강 첫 주 조별 발표 때 그가 내 뒤에 서 있었는데, 뒤돌아 말을 걸었더니 내 눈높이가 그의 쇄골까지밖에 안 닿았다. 과 여자애들은 뒤에서 그를 ‘190’이라고 불렀다. 자기소개 때 그는 고향에서 수영 대회 입상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페이루이 · 그녀】
그는 다가오지 않았다. 레인 로프 너머에서 말만 걸었다. 영어는 느렸고, 내가 못 알아들을까 봐 한 단어씩 끊어서 말했다.
“Chin down. Look at the bottom. Ears in the water.” 그는 고개를 숙이는 시늉을 하더니 덧붙였다. “너 바닥 봐, 나 보지 마.”
마지막 말은 중국어였는데, 네 성조가 전부 틀렸다. 나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가 또 물을 먹었다.
그 수업의 남은 20분 동안, 그는 옆 레인에서 계속 나와 함께 있었다. 내가 앞으로 몸을 던지면 그가 옆에서 “Breathe——now” 하고 외쳤고, 나는 고개를 돌려 숨을 쉬다가 입안 가득 물을 들이켰다. 그는 괜찮아, 다시, 라고 했다. 꼬박 20분 동안, 그는 한 번도 나를 만지지 않았다.
【Kofi · 그】
그녀의 이름은 Pei Rui. 그는 그 r 발음을 제대로 하기까지 세 번 연습했다.
그녀의 수영모는 분홍색이었고, 수영복은 학교에서 일괄 지급한 남색 원피스였다. 목까지 바짝 올라온 디자인에, 엉덩이 쪽만 물에 불어 번들번들 빛났다. 그녀가 가라앉을 때마다 하얀 두 다리가 물속에서 허우적거렸고, 그 발길질이 그의 속을 간질였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이 나라에 온 지 2년, 중국 여자애한테는 먼저 네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페이루이 · 그녀】
3주째 수업이 끝나고, 그는 탈의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카락엔 아직 물방울이 맺혀 있었고, 휴대폰 화면에는 QR코드가 떠 있었다.
“I have videos. Breathing drills. 보내 줄게, 기숙사에서 봐.”
나는 스캔했다. 그의 프로필 사진은 바닷가에 선 뒷모습이었는데, 어깨가 너무 넓어서 해를 반쯤 가리고 있었다. 저장 이름은 세 번 고쳤고, 결국 ‘Kofi 수영’으로 했다.
내 남자친구는 사오양이다. 옆 도시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고속철도로 40분 거리다. 우리는 가오카오 전부터 사귀었다. 그는 재수를 안 해서 나보다 1년 먼저 대학에 갔다. 국경절에 한 번 왔었고, 그 뒤로는 계속 “이번 주는 연구실 때문에 못 빠져” “다음 주는 대회야” “자기야 나 바쁜 거 끝날 때까지 기다려”였다.
따져 보니, 우리는 거의 두 달째 하지 않았다.
【페이루이 · 그녀】
처음엔 정말 수영 얘기만 했다. 그가 영상을 보내면, 나는 기숙사 거울 앞에서 고개 숙이는 연습을 하는 영상을 보냈고, 그는 엄지 척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러다 밤 열 시 이후가 됐다. 그는 밥 먹었냐고, 왜 중국 사람들은 뜨거운 물을 마시냐고, 주말에 어디 가냐고 물었다. 내가 가나는 추우냐고 묻자, 그는 와 보면 알 거라고, 거기 햇볕이면 너도 내 피부색처럼 탈 거라고 했다.
그러다 밤 열두 시 이후가 됐다.
11월의 어느 목요일, 사오양은 열 시 반에 “잘 자 자기야, 내일 아침 8시 수업”이라고 보내고는 더 이상 답이 없었다. 내가 2층 침대에 휴대폰을 끌어안고 누워 있는데, Kofi가 한 줄을 보냈다. “You looked good today. In the water.”
나는 그 한 줄을 한참 쳐다보다가 답했다. “그렇게 못생긴 수영복에 뭐가 예뻤다는 거야.”
“Not the swimsuit. What’s inside.”
【페이루이 · 그녀】
나는 휴대폰을 이불 위에 엎어 놓았다. 얼굴이 뜨거워서 잠이 오지 않았다. 5분 뒤에 다시 집어 들었더니 그가 한 통을 더 보내 놓았다. “Too much? Tell me and I stop.”
‘좀’이라고 쳤다가 지웠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고 쳤다가 또 지웠다. 결국 보낸 건 “지나치지 않아.”였다.
그날 밤 우리는 새벽 두 시까지 이야기했다. 그는 남자친구가 얼마나 자주 보러 오냐고 물었고, 나는 안 온 지 오래됐다고 했다. 얼마나 됐냐고 묻길래 국경절 이후로라고 했다. 그는 눈 휘둥그레진 이모티콘을 보내며 말했다. “Two months? If you were my girl, two days I can’t wait.”
아래 침대 룸메이트가 몸을 뒤척였다. 나는 이불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불 속에서 두 다리를 꽉 오므리고 있었는데, 팬티는 이미 한쪽이 축축했다.
【Kofi · 그】
그녀는 채팅에서 실제보다 대담했다.
낮에 복도에서 마주치면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못 본 척했다. 귀가 목덜미까지 빨갰다. 밤이 되면 그녀는 사진을 보냈다. 다리만 찍힌 사진, 빛이 날 만큼 하얗고, 발가락을 오므린 채, ‘오늘 수영했더니 다리 너무 뻐근해’라는 한 줄과 함께.
그는 자기 사진을 한 장 보냈다. 회색 트레이닝 바지, 침대 끝에 앉아 있고, 사타구니가 크게 불룩 솟은 윤곽. 아무 글도 붙이지 않았다.
채팅창 저편에 ‘입력 중’이 떴다가 사라지고, 다시 떴다가 사라졌다. 꼬박 7분 뒤, 그녀는 딱 한마디만 보냈다. “엄청 크다.”
【페이루이 · 그녀】
나는 정말로 7분 동안 보고 있었다.
그 사진을 확대하고, 축소하고, 다시 확대했다. 회색 천이 팽팽하게 당겨져 허벅지 안쪽부터 옆쪽까지 쭉 불룩했다. 굵다는 게 보였고, 귀두 모양까지 도드라져 있었다. 사오양 건 눈 감고도 어떻게 생겼는지 안다. 머릿속에서 그걸 이 사진에 대 보는 순간, 내 손은 잠옷 바지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번 학기 들어 처음으로 혼자 했다. 아래 침대에 들릴까 봐 베개 모서리를 물고, 손가락 두 개로 내 보지 안을 휘저었다. 찌걱찌걱 물소리가 날 때까지. 마지막엔 다리를 떨면서 갔다. 머릿속엔 그 회색 덩어리뿐이었다.
다음 날 수영 수업에서 나는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는 옆 레인에서 한 바퀴를 돌았고, 내 옆을 지나갈 때 물속에서 발등으로 내 종아리를 건드렸다. 딱 한 번.
【페이루이 · 그녀】
금요일 밤, 그가 보냈다. “Saturday morning, new pool, 9:30. Nobody there. I teach you breathing. Properly.”
‘Properly’ 뒤에는 윙크가 붙어 있었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았다. 내가 안다는 것도 그는 알았다.
그날 밤 아홉 시, 사오양이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카메라는 연구실 모니터를 비추고 있었다. “자기야, 다음 주말엔 꼭 갈게. 이번 주는 진짜 안 돼.” 나는 알았어, 괜찮아, 바쁘잖아, 라고 했다. 통화를 끊고 타오바오를 열어서, 한 달 동안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검은색 투피스 수영복을 결제했다. 시내 익일 배송.
그리고 Kofi에게 한마디를 보냈다. “좋아.”
【페이루이 · 그녀】
토요일 오전 아홉 시 이십 분, 새 수영장 여자 탈의실엔 아무도 없었다.
거울 앞에서 그 검은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위는 가는 끈의 삼각 비키니, 아래는 하이컷이라 학교에서 준 것보다 천이 절반 넘게 적었다. 내려다보니 내 가슴이 작은 삼각 두 조각에 받쳐 있고, 젖꼭지가 얇은 천 너머로 작은 점 두 개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손으로 눌러 봤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수영장으로 통하는 문을 밀자 소독약 냄새가 확 끼쳐 왔다. 건물 전체에 가장 먼 끝에서 졸고 있는 안전요원 한 명, 그리고 8번 레인에서 느긋하게 평영을 하는 할아버지 한 명뿐이었다.
Kofi는 깊은 쪽 풀사이드에 서 있다가 돌아보고 나를 보더니,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Come here, Rui.” 그는 물에 뛰어들어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I catc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