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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1장 지배받고 싶은 거 아니었나

밤안개 · 2504자 · 한국어

9월 12일, 토요일, 밤 10시 40분. 저우이가 몸을 돌려 나한테 등을 보이더니, 30초 뒤 코를 골기 시작했다.

방금 끝났다. 그가 불을 끄고부터 코를 골 때까지, 화웨이 워치를 흘끗 봤더니 6분. 그가 위, 내가 아래, 그가 쌌고, 내 이마에 한 번 입 맞추고는 「자자, 자기야」라고 했다.

결혼한 지 1년 하고 사흘. 이게 열네 번째다. 세어 봤다. 할 때마다 끝나고 핸드폰 메모장에 날짜를 하나씩 적는데, 오늘 것을 적고 위로 올려 보니 지난번은 8월 23일이었다.

내 이름은 펑위웨이, 스물아홉, 청허 테크 프로덕트 매니저. 멤버십 그로스 라인 담당이고, 밑에 기획자 둘, 인턴 하나. 저우이는 서른하나, 크로스보더 결제 회사에서 자바를 짠다. 매일 밤 9시 반에 집에 오고, 오면 먼저 손을 씻고, 그다음 내 우유를 한 잔 데워 준다.

다정하다. 진짜로. 생리 첫날이면 미리 핫팩을 내 잠옷 바지에 붙여 둔다. 엄마는 이런 남자는 등불 켜고 찾아도 없다고 했다. 엄마는 이 남자랑 자 본 적이 없다.

아래는 아직 젖어 있고, 그의 것이 조금 흘러나와 휴지를 받쳐 두었다. 가지 못했다. 열네 번 중에 가 본 건 두 번, 그것도 둘 다 내 손으로 거든 거였다. 그는 매번 「좋았어?」 하고 묻고, 나는 매번 「응」이라고 한다.

핸드폰을 집어 화면 밝기를 제일 낮게 내렸다. 위챗엔 별 사람도 없고, 회사 단톡방은 11시가 넘도록 개발 일정 얘기 중이라 보기 싫었다. 나는 「도구」 폴더 두 번째 페이지에 숨겨 둔 검은 아이콘을 눌렀다.

「블랙박스」, 익명 소셜 앱. 석 달 전에 깔았다. 프로필 사진은 새까맣고, 소개는 딱 한 줄: 기혼, 지배받고 싶음. 이 한 줄을 쓸 때 나 스스로도 오글거렸는데, 지우지는 않았다.

열 때마다 5분, 한 바퀴 둘러보면 전부 「만날래요?」 「다리 사진 좀」 「누나 저 오래 버텨요」, 보고 나면 끈다. 오늘도 똑같이 열몇 개를 넘기다가, 손가락이 멈췄다.

새 메시지 하나, 0시 2분에 온 거였다. 아이디는 알파벳 한 글자, K. 프로필 사진은 새까맣다, 나랑 똑같이.

「지배받고 싶은 거 아니었나.」

물음표도 없다. 이모티콘도 없다. 딱 그 한 줄.

핸드폰 화면을 아래로 해서 협탁에 꾹 눌러 두었다. 저우이의 코골이가 잠깐 멎었다가 다시 시작됐다. 나는 핸드폰을 다시 뒤집었다.

「누구세요?」 「K.」 「어디 있어요?」 「중요하지 않아. 남편은 옆에서 자고 있고?」

그 문장을 30초 동안 노려봤다. 내 프로필엔 기혼이라고만 썼지, 다른 건 안 썼다. 남편 얘기도, 자는지 안 자는지도.

「어떻게 알아요.」

「0시야. 유부녀가 0시에 아직 여기 붙어 있으면, 남편은 자거나 집에 없거나지. 너 타이핑하다 세 번 멈췄어. 옆에 사람이 있다는 뜻이야. 답이 느린 건, 답하고 싶다는 뜻이고.」 「……자요.」

「일어나서 화장실 가. 잠옷 바지 벗고 다리 찍어. 포스트잇 하나 찾아서 K 0912라고 쓰고, 다리 위에 올려서 같이 찍어. 3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핸드폰 화면이 꺼지고, 나는 다시 켰다.

「3분 지나면 삭제한다. 지배받고 싶은 년은 널렸어. 너 하나 없어도 돼.」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저우이의 슬리퍼를 밟았다. 화장실은 안방 밖이라 거실을 지나야 한다. 거실 탁자 위엔 그가 나한테 깎아 준 사과가 아직 있었다. 여섯 조각으로 잘라서, 두 조각 먹은.

포스트잇은 냉장고 문에 붙어 있었다. 이케아의 노란 거, 맨 위 장에는 「일요일 계란, 세제 사기」라고 적혀 있었다. 새 장을 한 장 뜯어 K 0912라고 썼다. 펜은 저우이가 장보기 목록 쓸 때 쓰는 그 검은 중성펜이었다.

화장실 조명은 따뜻한 흰색이고, 거울엔 물때가 끼어 있고, 세면대 옆엔 그의 전동칫솔이 놓여 있었다. 필립스, 충전 중, 파란 불이 깜빡깜빡. 잠옷 바지를 발목까지 내리고 변기 뚜껑 위에 앉아, 두 다리를 붙여 쭉 뻗고, 포스트잇을 허벅지에 붙였다.

다리는 내 몸에서 제일 값나가는 부위다. 키 168, 슈퍼몽키에서 일주일에 세 번 하체 데이, 개발팀 남자들은 뒤에서 나를 펑허벅지라고 부른다. 저우이는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칭찬한 적이 없다. 그는 「자기는 뭘 해도 예뻐」라고 한다. 뭘 해도 예쁘다, 그러니까 안 본다는 거다.

찍었다. 보냈다. 2분 40초.

「다리 괜찮네. 벌려.」

조금 벌렸다.

「그렇게 말고. 발을 변기 양쪽에 올리고, 무릎 벌리고, 핸드폰은 바닥에 놓고 아래에서 위로 찍어.」

시키는 대로 했다. 발을 올리자 변기 뚜껑이 한 번 흔들려서 세면대를 짚었다. 핸드폰 화면이 나를 향하고 있었고, 내 보짓구멍이 아직 벌겋고, 저우이의 정액이 거기 매달려 하얀 줄 하나로 아래로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남편이 방금 안에 싼 거야?」 「네.」 「몇 분?」 「6분.」 「넌 갔어?」 「아니요.」 「그럼 지금 손가락 두 개. 소리 내지 마. 가면 손가락 찍어서 보여.」

변기 뚜껑 위에 다시 앉아 손가락 두 개를 넣었다. 안은 온통 그가 싸 놓은 걸로 미끌미끌했다. 손가락을 조일 때 머릿속에 한 문장이 스쳤다. 씨발, 여기 우리 집 화장실이고, 저 사람은 20미터 밖에서 코 골고 있는데.

빨리 만졌다. 천천히 할 엄두가 안 났다. 문밖이 거실이고, 거실 저편이 저우이다. 손가락이 위쪽 그 살덩이에 닿았을 때 잠옷 깃을 깨물었고, 변기 양쪽에 올린 두 다리가 떨리고, 발가락이 바닥 타일을 움켜쥐었다.

다리 위 포스트잇이 바닥에 떨어졌다. 신경 안 썼다. 핸드폰 화면은 켜져 있었고, K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그냥 그렇게 켜진 채로, 기다렸다.

1분도 안 돼서 허리가 한 번 휘었고, 애액이 그의 정액과 섞여 손가락 사이로 흘러 변기 뚜껑 위로 떨어졌다. 나는 소리 한 번 안 냈다. 어깨가 세면대에 한 번 부딪혔고, 칫솔이 넘어졌다.

손가락을 찍어 보냈다. 손끝이 번들거리고, 손가락 사이에 하얀 실 한 가닥.

「착하네. 이름이 뭐야.」

「펑」이라고 쳤다가 지웠다. 「웨이」라고 쳐서 보냈다.

「웨이. 앞으로 매일 아침 7시에 과제 받아. 하고 나면 사진으로 인증, 포스트잇에 날짜 쓰고. 못 하면 삭제, 두 번은 없어.」 「……네.」 「그렇게 대답하는 거 아니야.」

화면을 보며 10초를 기다렸다. 그도 재촉하지 않았다.

「말해. 네, 주인님.」

변기 뚜껑 위에 앉은 채, 잠옷 바지는 아직 발목에 걸려 있고, 한쪽 다리는 떨리는데, 그 말을 쳐서 보냈다. 보내고 나서 변기 뚜껑을 닦고, 칫솔을 세워 놓고, 포스트잇을 주워 갈기갈기 찢어서 쓰레기통 맨 밑바닥에 버렸다.

침대로 돌아오자 저우이가 돌아누워 나를 끌어안았다. 손을 내 허리에 얹고 입속으로 「추워」라고 중얼거렸다. 그 손을 치웠는데, 그는 깨지 않았다.

「자. 월요일 출근, 노팬티. 9시 전에 회사 화장실에서 찍어서 보여.」

답하지 않았다. 블랙박스를 끄고, 핸드폰을 협탁에 엎어 놓았다. 저우이의 코골이가 오르락내리락했고, 나는 그걸 백사십 몇 번까지 세고서야 잠들었다.

일요일 아침 7시 정각, 핸드폰이 한 번 울렸다. 눈을 떴을 땐 저우이가 이미 침대에 없었다. 부엌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났다. 샤오룽바오를 찌고 있었다. 냉동, 완짜이마터우 거.

「좋은 아침. 오늘은 네 몸 건드리지 마. 월요일에 입을 치마 찍어 보내.」

누운 채 그 줄을 봤다. 다리 사이가 좀 뻐근했다. 어젯밤 너무 세게 조였다. 옷장에 가서 검은 정장 치마를 골랐다. 무릎 위 손가락 두 마디, 평소 기획 리뷰 회의 때 입는 거. 찍었다.

「너무 길어. 짧은 걸로.」 「출근할 때 입을 수 있는 건 이것뿐이에요.」 「네 옷장에 있는 카키색, 엉덩이 딱 붙는 거. 작년에 산 거.」

손이 멈췄다. 옷장 사진은 보낸 적이 없다. 어떻게 알지. 1분을 생각하고서야 떠올랐다. 블랙박스 앨범에 석 달 전에 올린 뒷모습 사진이 한 장 있었다. 딱 그 치마를 입은. 한 번 입었을 때 저우이가 「너무 끼는데, 출근용으론 좀 아니다」라고 했던.

카키 치마를 꺼내서 찍었다.

「이거. 현관에 걸어 둬.」

「아침 다 됐어.」 부엌에서 저우이가 불렀다. 치마를 현관 옷걸이에 걸었다. 그의 사원증이랑 나란히. 그가 샤오룽바오를 들고 나오다 한 번 보더니, 「내일 이거 입어?」 「응, 회의.」 「예쁘네.」 그는 샤오룽바오 하나를 집어 내 그릇에 올려 줬다. 「많이 먹어, 요즘 살 빠졌어.」

오후엔 슈퍼몽키에서 하체 수업을 하나 들었다. 코치가 「열 개 더!」라고 외칠 때 나는 누구보다 낮게 앉았다. 탈의실 거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운동용 팬티 차림으로, 두 다리가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다. 어떤 여자가 옆을 지나가며 한 번 보고, 아무 말 없었다.

나는 내 몸을 건드리지 않았다. 네 번 생각했고, 네 번 다 손을 도로 거뒀다.

밤에 저우이는 10시에 침대에 올라와 20분 핸드폰을 보고, 불을 끄고,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잘 자, 자기야.」 코골이.

10시 45분, 블랙박스가 울렸다.

「치마 걸었어?」 「걸었어요.」 「팬티는.」 「……내일 안 입어요.」 「전부 말해.」 「내일 팬티 안 입고 출근해요.」 「몇 시 전에 찍지?」 「9시요.」 「1분 늦으면 삭제. 자, 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