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들의 과외 선생

1화1장 린 선생님, 스타킹 올 나갔어요

아득한 고요 · 2554자 · 한국어

수요일 저녁 여섯 시 오십 분, 초인종이 울렸을 때 나는 막 하이힐을 현관 신발장 밑으로 차 넣은 참이었다. 구윈은 문밖에 서 있었다. 헬멧을 검지에 걸고, 어깨가 흠뻑 젖었고, 외투 자락에서는 아직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린 선생님, 십 분 일찍 왔네요. 아래에서 기다릴까요?」「밖에 비 오는데 아래에서 뭘 서 있어.」 나는 문을 활짝 열었다. 「슬리퍼는 왼쪽 파란 거, 새거야. 우리 남편 거 신지 말고.」

그가 신발을 갈아 신는 동안 나는 주방에서 콜라 한 캔을 꺼내 왔다. 냉동실에 서리가 앉을 만큼 얼려 둔 거다. 그는 수업 때마다 한 캔을 마시는데 두 시간으로는 다 못 마시고, 갈 때면 반의 반쯤 남은 캔이 책상 모서리에 놓여 있다. 다음 날 아침에 내가 버린다.

나는 린페이, 서른여덟, 톈허 회계법인 파트너, 감사 3부 열아홉 명을 데리고 있다. 오늘은 상장 준비 중인 회사 조서에 사인을 했고, 퇴근길 차 안에서 고기만두를 반쯤 뜯어먹었다. 립스틱이 만두피에 묻어났다.

남편 천밍은 마흔하나, 시립 1병원 흉부외과 부과장. 일주일에 이틀만 집에 있다. 근무표는 냉장고 문에 자석으로 눌러 놨다. 십사 년째 눌러 놨다. 자석은 싼야에서 사 온 조개껍데기 모양인데 가장자리 칠이 다 벗겨졌다.

지난달 법인 건강검진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부부관계 빈도」를 물었을 때, 펜 끝이 한 번 멈췄다. 「월 1회」라고 썼다. 쓰고 나서 내가 다시 들여다보다가 1을 2로 고쳤고, 다시 1로 돌려놨다.

그의 이름은 구윈, 스물다섯, 자오퉁대 수학과 석사 2년 차. 매주 수요일 저녁 일곱 시부터 아홉 시까지 우리 애 수학을 봐 준다. 시간당 삼백 위안, 월말 정산. 소개소에서는 이 친구가 가르친 학생 중 셋이 명문고에 붙었다며, 어리다고 꺼리지 말라고 했다.

처음 오던 날 그는 빨아서 색이 바랜 체크 셔츠를 입고 문 앞에 서서 주민번호를 불러 주며 대조하게 했고, 다 부르고 나서 학생증도 보시겠냐고 물었다. 됐으니까 신발이나 갈아 신어, 라고 나는 말했다.

일곱 시 정각, 서재 문이 닫힌다. 나는 거실에서 장부를 맞췄다. 노트북에는 현금흐름표 두 개를 띄워 놨고, 에어컨은 이십육 도, 창밖 비는 점점 거세져서 방범창 차양을 후드득후드득 때렸다.

서재의 소리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 새어 나온다. 그는 문제를 설명할 때 목소리가 낮고 말이 느리다. 하다가 멈추고 「먼저 혼자 풀어 봐, 안 볼게」라고 하면 십몇 초의 정적,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

여덟 시 십오 분, 주방에 얼음을 채우러 갔다. 서재는 미닫이문이고 위쪽 절반이 간유리라, 지나가면 그의 그림자가 보인다. 문을 등지고 앉아 팔꿈치를 책상에 괴고, 손으로 허공에 정육면체를 그리고 있었다. 나는 거기 서서 삼 초를 봤고, 빈 잔을 들고 거실로 돌아왔다.

여덟 시 오십구 분, 서재 문이 열린다. 시어머니 전화가 정시에 들어온다. 「페이페이, 나 아래 왔다. 올라갈까?」「올라오셔서 따뜻한 거 좀 드세요.」「됐다, 비 많이 오고, 택시 타고 왔는데 미터기 켜 놨어.」

아홉 시 삼 분, 가방을 메고 나가고, 문이 복도에서 딸깍 닫힌다. 매주 수요일이 이렇다. 아들은 할머니 집에서 자고, 목요일 아침엔 할머니가 바로 학교에 데려다준다. 십사 년 된 규칙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바뀐다.

집에는 나와 구윈 둘만 남았다. 그는 서재 불을 끄고 나와 거실 한가운데 섰다. 손에 A4 한 장을 쥐고, 두 발을 딱 붙이고, 보고를 기다리는 인턴처럼.

「린 선생님, 이번 달 상황 말씀드릴게요. 함수 쪽은 오답률이 사십 퍼센트에서……」「앉아서 얘기해.」 나는 노트북을 덮었다. 「서 있으면 내가 올려다봐야 돼서 목 아파.」

그는 맞은편 일인용 소파에 앉았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무릎을 붙이고, 종이를 허벅지에 펼쳐 놓고. 나는 티테이블 위 잔을 집으려고 손을 뻗으면서, 그 김에 다리를 꼬았다.

오늘도 출근하던 차림 그대로다. 펜슬 스커트는 무릎 위 손가락 두 개, 살색 스타킹, 볼포드 15데니어, 아침에 서랍에서 꺼낸 마지막 한 켤레. 무릎 안쪽에 올이 한 줄 나갔다. 오후에 회의실에서 의자 다리에 긁힌 건데 갈아 신지 않았다.

세 번째 줄까지 읽다가 그가 멈췄다. 눈이 반 초쯤 아래로 내려와 내 종아리에 얹혔다가 다시 종이로 튕겨 올라갔다. 그 반 초를 나는 똑똑히 봤다. 바로 맞은편에 앉아 있었고, 사이엔 티테이블 하나, 일 미터 이십.

「왜?」「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가 고개를 숙였다. 「오답률은 십칠 퍼센트까지 내려갔습니다. 본인이 오답노트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게 커요.」「방금 내 다리 봤잖아.」

거실엔 에어컨 실외기 소리만 남았다. 그의 귓바퀴 끝이 빨개졌다. 빨개지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귓불에서 뒷목까지 한 번에 타올랐다. 흰 셔츠 깃 때문에 그 빨간색이 더 도드라졌다.

「죄송합니다 린 선생님.」「올 나갔지?」 나는 다리를 쭉 펴고 발끝을 세워, 그 터진 자리를 정면으로 돌렸다. 「오후에 긁혔어. 와서 갈아 신는 걸 잊었네. 눈썰미 좋다.」「……네.」

나는 다리를 내리고 반대쪽을 올려 꼬았다. 천천히 바꿔 꼬았다. 무릎이 무릎을 스치고 치마가 삼 센티 올라갔는데, 손으로 내리지 않았다. 그는 자기 종이만 노려보고 있었다. 종이 귀퉁이가 그의 손끝에서 접힌 자국이 되어 점점 깊어졌다.

「계속해.」「다음 단계는 입체기하를 앞당기고 싶습니다. 공간 감각이 약해서 일찍 시작해서 손해 볼 건 없어요.」 목이 좀 잠겨서 그가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오답노트 양식을 바꿨어요. 단원별로 정리했습니다.」

「그래, 네가 알아서 해.」 나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위스키에 얼음, 오늘 밤 두 잔째. 「전에도 남의 집에서 가르쳤어?」「여섯 집 했습니다.」「다 그 집에서?」「대부분은요.」「부모는 집에 있었고?」

「석사 2년 차가 일주일에 몇 집을 도는데?」「세 집이요.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연구에 지장 없어?」「지도교수님이 빡세게 안 잡으셔서, 제가 알아서 밀고 있어요.」 말하는 내내 그의 오른손은 무릎 위에서 바지를 문질렀다. 서너 번 문지르고 나서야 알아채고 멈췄다.

그가 드디어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이제 피하지 않았다. 그대로 이 초를 봤다. 「대부분은, 있었어요.」

「나는 수요일엔 보통 집에 없어.」 내가 말했다. 「오늘은 일찍 들어온 거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실외기가 또 한 차례 돌기 시작했다. 티테이블의 내 잔은 반쯤 녹아서, 얼음이 주저앉으며 잔 벽에 부딪혀 쨍 하고 울렸다. 우리 둘 다 그 잔을 보지 않았다.

그는 종이를 반으로 접어 외투 주머니에 찔러 넣고 일어섰다. 「그럼 저 가 볼게요, 아홉 시 이십 분이라.」

「우산 가져가.」 나는 신발장 위에서 긴 검은 우산을 뽑았다. 천밍 거고, 손잡이엔 아직 그의 과 이름이 적힌 테이프가 감겨 있다. 「훙싱로 쪽 공사 중이니까 천천히 타.」

그가 우산을 받을 때 손가락이 내 손가락에 닿았고, 전열선에 닿은 것처럼 움츠러들었다. 손잡이를 제대로 못 잡아서 우산이 바닥에 떨어졌다. 우리 둘이 동시에 허리를 굽혀 주우려 했고, 그의 머리카락이 내 턱을 스쳤다. 샴푸 냄새가 났다. 싸구려 그 향.

「제가 할게요.」 그가 주워서 똑바로 서더니 반 걸음 물러났다. 「감사합니다 린 선생님.」

문이 닫혔다. 나는 문 뒤에 선 채 움직이지 않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소리를 듣고, 그가 아래에서 오토바이를 미는 소리를 들었다. 빗소리 너머로도 받침대를 차 올리는 그 소리가 들렸다.

거실로 잔을 치우러 갔더니 그의 콜라가 반의 반쯤 남아 있었다. 들어서 한 모금 마셨다. 탄산은 다 빠졌고 느끼하게 달았다. 그래도 다 마셨다.

티테이블 건너편, 그가 앉았던 소파. 쿠션이 눌린 자국이 아직 안 올라왔다. 손으로 눌러 봤다. 따뜻했다. 누르고 손을 거둬서 주방으로 잔을 씻으러 갔다. 물을 아주 세게 틀었다.

열 시 십육 분, 천밍의 메시지. 「응급으로 대동맥 박리 왔다. 오늘 밤 못 내려가. 내일 점심에 들어가서 밥 먹을게.」 나는 한 글자로 답했다. 「응.」

우리가 마지막으로 한 침대에 있었던 건 지지난달 십일 일, 토요일. 그는 사 분 만에 끝내고 돌아누워 잤고, 아침 여섯 시에 또 전화로 불려 나갔다. 그날 나는 두 시까지 천장을 보고 누워서, 에어컨 물 떨어지는 소리를 마흔일곱 번 셌다.

욕실에 들어갔다. 스타킹을 벗는데 손이 걸려서, 그 터진 자리가 무릎에서 허벅지 안쪽 끝까지 쭉 찢어졌다. 다리 한 짝 분량의 올이 종이처럼 갈라졌다. 한참 들여다보다가 뭉쳐서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물을 제일 뜨겁게 틀었다.

손을 아래로 내릴 때 머릿속에 있던 건 천밍이 아니었다. 그의 귀가 빨개지던 그 속도, 허리를 굽힐 때 내 턱을 스친 머리카락, 그리고 접힌 자국이 난 그 A4 한 장.

이 분. 타일 벽을 짚고 한참 숨을 골랐다. 물은 아직 등에 쏟아지고 있었고, 저릴 만큼 뜨거웠다. 나와서 머리를 말릴 때, 거울 속 그 얼굴은 서른여덟이라기엔 너무 붉었다.

시어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어머니, 앞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애 좀 데려가 주시겠어요. 제가 프로젝트가 열한 시까지 잡혀서요.」 바로 답이 왔다. 「진작 그랬어야지, 너도 너무 힘들어.」

그리고 구윈의 대화창을 열었다. 입력창에 쳤다 지웠다, 지웠다 쳤다 하다가, 결국 보낸 건 한 줄. 「다음 주 수요일엔 삼십 분 일찍 와.」

답이 날아오듯 빨랐다. 「네 린 선생님. 보강인가요?」

나는 그 한 줄을 십 초 동안 들여다보다가, 짧게 답했다. 「수업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