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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제1장 협탁 위의 반지

나그네 · 2633자 · 한국어

【원수야오·아내】

밤 열 시 이십 분. 나는 흉터 연고를 손끝에 짜서 비벼 데운 뒤 성랑의 허리 뒤쪽 흉터에 눌러 발랐다. 12센티. 허리 움푹한 데서 위로 뻗어 있고, 만져 보면 다듬지 않은 종이 가장자리 같다.

그는 엎드린 채 얼굴을 베개에 묻고 있었다. “살살. 오늘은 좀 땅겨.” “땅기는 건 살이 차는 거야.” 내가 말했다. 구이항한테 배운 말이다. 수술 사흘째 되던 날 그가 병상 옆에 서서 한 말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다.

나는 서른둘, 시립도서관 고서부에서 복원 일을 한다. 하루 중 손가락이 가장 많이 닿는 건 종이다. 성랑은 서른넷, 교량 점검 엔지니어. 올해 삼월에 강을 가로지르는 대교의 점검 곤돌라에서 떨어져 요추가 파열 골절됐고, 사월에 수술했다. 지금 엎드려 있는 건 똑바로 누우면 아프기 때문이다.

흉터를 다 바르고도 나는 손을 떼지 않았다. 허리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 바지 허리춤에서 멈췄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반년이다. 그곳은 반응이 없다. 신경 문제라 기다려야 한다고, 빨라야 일 년이라고 구이항은 말했다.

내 손끝은 70그램 선지와 80그램 선지를 가려낼 수 있다. 종이 어느 면이 물을 먹었는지도 만지면 안다. 그런데 그가 언제 나을지는 만져도 모른다.

【성랑·남편】

그녀의 손이 내 바지 허리춤에서 멈춘다. 뭘 기다리는지 안다. 나도 기다리고 있다. 반년을 기다렸는데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이항더러 오라고 하자.” 내가 말했다. 그녀의 손이 움츠러들었다. 빨랐다. “성랑.” “진심이야.” 나는 베개에서 얼굴을 돌렸다. “넌 서른둘이야. 예순둘이 아니라.”

“싫어.” 그녀는 연고 뚜껑을 돌려 닫고 일어나 불을 껐다.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한마디 더 보탰다. “자.” 이게 첫 번째였다.

【구이항·단남】

금요일 밤 당직을 마치면 나는 늘 성랑네 집 객실에서 잔다. 병원에서 그의 집까지는 두 정거장, 내 집까지는 사십 분. 그가 퇴원한 뒤로 생긴 습관이고, 수야오가 객실에 세면도구 한 벌을 챙겨 뒀다. 칫솔은 파란색이다.

나는 서른넷, 정형외과 척추팀, 미혼. 지난 연애는 사 년을 만났는데, 늘 수술실에만 있다고 상대가 질려 했다. 성랑의 수술에서 나는 제1조수였고, 집도는 과장이, 봉합은 내가 했다. 그 12센티는 내 손이 남긴 거다.

그가 그 말을 꺼냈을 때 우리는 아파트 단지 아래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수야오가 안 하겠대.” 그가 말했다. “네가 좀 설득해 줘.” “뭘 설득해.” “자기까지 환자 취급하지 말라고.”

나는 받지 않았다. 담배를 쓰레기통 뚜껑에 비벼 껐다.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람 몸을 열 때도 이 손은 이렇게 흔들리지 않는다. 신경근을 박리할 때 핀셋 끝이 마미신경에서 2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떨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개구멍바지 입던 시절부터 그와 한 마당에서 자랐고, 그의 결혼식에서는 신랑 들러리를 섰다. 반지는 내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꺼내 건넸다. 반지를 건넨 그 손은, 그날 떨렸다.

“랑쯔, 네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알아?” “알아.” 그가 말했다. “난 침대에 엎드려 있고, 그녀는 매일 약을 발라 주다가 손이 거기서 멈춰. 난 아무것도 줄 수가 없어. 넌 의사잖아. 말해 봐. 저렇게 기다리는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해?”

“신경 문제는 아무도 장담 못 해.” 내가 말했다. “그럼 의사로만 있어. 형제 말고.” “그게 안 돼.”

나는 설득하지 않았다. 그 말을 객실로 가지고 돌아와 밤새 누워서, 벽 하나 너머로 그녀가 밤중에 일어나는 소리를 들었고, 다시 눕는 소리를 들었다.

【원수야오·아내】

두 번째는 아침이었다. 그가 두유를 들고 와서 말했다. “이항이 금요일 당직 끝나고 온대.” “매주 금요일마다 오잖아.” “걔한테 말했어.”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식탁에는 집에 가져온 일감이 펼쳐져 있었다. 청나라 가경 연간 각본 《모시주소》 한 장, 좀이 일곱 군데 먹은 걸 어젯밤 두 시까지 메웠다. 보수지는 아직 압지판 아래 눌려 있다.

“성랑.” 내가 말했다. “나는 책이 아니야. 빌려줄 수 없어.” “빌려준다고 안 했어.” “그럼 뭐라고 하는 건데.”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그 장을 압지판 밑에서 뽑아 창에 비춰 보며 메운 자리의 두께가 고른지 살폈다. 손이 떨렸다. 종이도 따라 떨렸고, 구멍 자리에서 빛이 깜빡깜빡했다.

“지난주에 민국 시기 편지 묶음을 봤어.” 내가 말했다. 손가락은 종이 가장자리를 계속 비볐다. “어떤 여자가 남편한테 쓴 건데, 십일 년을 썼어. 남편은 밖에 있고, 편지마다 마지막 한 줄이 똑같아. 그대 평안하면 나도 평안합니다.” “그래서?” “그래서는 없어. 그냥 말해 주고 싶었어. 나 안 급해.”

이게 두 번째였다.

【구이항·단남】

세 번째는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날 수야오는 네 가지 반찬을 했고, 붕어조림은 성랑 칼슘 보충용이었다. 밥을 반쯤 먹다가 성랑이 젓가락을 놓고 말했다. “수야오, 지난번에 말한 거.”

그녀가 나를 한 번 봤다. 그 눈빛을 지금도 기억한다. 화가 아니라 물음이었다. 너도 알고 있었어?

“됐어, 랑쯔.”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 손은 삼 년 전에도 여기 얹혀 있었다. 결혼식 날 그는 긴장해서 보타이가 삐뚤어졌고, 내가 바로잡아 줬다. “그만해.”

“말할 거야.” 그가 내 손을 밀어냈다. “이항, 넌 내 형제고, 난 널 믿어. 수야오, 강요 안 해. 넌 매일 작업대에서 반지를 빼서 작은 접시에 넣지. 그걸 보면 난 네가 종이를 만지겠구나 알아.”

그녀의 손이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 약지에 낀 그 반지는 내가 건넨 거다.

“언젠가 네가 반지를 협탁에 올려 두면, 이항이 들어온다. 끼고 있으면 아무도 안 들어와. 어디 둘지는 네가 정해. 언제 도로 거둘지도 네가 정하고.”

우리 셋 다 움직이지 않았다. 접시 속 생선국에 천천히 기름막이 앉았다.

“난 협탁만 본다.” 내 목소리가 들렸다. “네 얼굴은 안 봐. 반지가 끼워져 있으면 문도 안 두드려.”

수야오가 일어나 그릇을 치웠다. 그녀는 말했다. “싫어.” 그러고는 부엌으로 갔다. 물소리가 한참 이어졌다.

【성랑·남편】

세 번. 세고 있었다. 이항은 가기 전에 현관에 잠깐 서서 말했다. “앞으론 그녀 앞에서 꺼내지 마.” “이번 한 번만 꺼낸 거야.” “랑쯔, 울었어.” “알아.” 내가 말했다. “들었어.”

그날 밤 그녀는 약을 발라 줬다. 손은 떨리지 않았고, 손끝이 흉터를 하나하나 눌렀다. 종이를 누를 때와 같은 동작이다. 그녀는 말이 없었고 나도 말하지 않았다. 불을 끄기 전, 반지가 손가락뼈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손 씻을 때 빼고 다 씻으면 다시 끼는 것. 삼 년 동안 변하지 않은 그녀의 습관이다.

나는 엎드려 있었다. 흉터는 아프지 않았고, 다른 데가 아팠다.

난 성인군자가 아니다. 이항의 그 두 손이 그녀 허리에 얹히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생각하고 나면 내가 미웠고, 미워하고 나면 또 생각했다.

협탁의 그 규칙은 그녀가 반지 빼는 걸 보다가 떠올린 거다. 매일 집에 오면 먼저 손을 씻고, 빼서 접시에 넣고, 종이를 만지기 전에 한 번 더 씻는다. 반년을 침대에 엎드려 지켜보다가 한 가지를 알았다. 그녀는 반지를 맡길 수 있는 것에는 손도 맡긴다.

【원수야오·아내】

금요일. 성랑은 열 시에 잠들었다. 엎드린 채, 약은 다 발랐다. 바르면서 평소보다 오래 눌렀다. 흉터 양 끝은 이미 평평해졌고, 가운데 한 구간이 아직 솟아서 딱딱하다. 흉터 증식이다. 이항은 이 부분을 반년 더 문지르라고 했다. 나는 거실 복원 작업대로 돌아갔다. 그 《모시》 한 장은 마지막 구멍 하나가 남아 있었다.

구멍은 〈야유사균〉, 들에 죽은 노루가 있다는 그 시 위에 있었고, 하필 “멋진 사내가 꾀어내네”의 “꾀다” 자리가 먹혀 있었다. 핀셋으로 보수지를 얹고 풀을 바르고 배필로 눌러 폈다. 종이가 물을 먹고 부드러워져 내 손가락 살에 달라붙었다.

종이에는 온도가 있다. 옛 종이는 차고 보수지는 따뜻하다. 스승님이 처음 가르쳐 준 것이다. 손이 눈보다 정확하다.

나는 작은 소리로 그 시를 읊었다. “봄을 품은 아가씨를, 멋진 사내가 꾀어내네.” 뒤의 세 구절까지 와서 잠깐 멈췄다. “천천히, 살며시, 내 수건은 건드리지 마세요, 삽살개를 짖게 하지 마세요.”

천천히, 살살, 내 수건은 건드리지 말고, 개를 놀라게 하지 말라고. 이천 년도 더 전에 어떤 여자가 풀밭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가 한 말은 만지지 말라는 게 아니라, 천천히 하라는 거였다.

나는 접시에서 반지를 꺼냈다. 평소 이 시간이면 낀다. 끼지 않았다.

그걸 들고 침실로 들어갔다. 성랑은 잠들어 있었고 숨소리가 고르다. 협탁은 호두나무, 스탠드가 켜져 있고 따뜻한 노란빛. 나는 반지를 스탠드 받침 옆에 놓았다. 금속이 나무에 닿으며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성랑은 깨지 않았다.

거기 서서 한참 그걸 봤다. 그러다 다시 손을 뻗어 받침 쪽으로 반 치 밀었다. 빛이 가장 밝은 자리까지. 《패왕별희》의 그 대사가 불쑥 떠올랐다. 평생이라 약속했으면, 일 년, 한 달, 하루, 한 시진이라도 모자라면 평생이 아니다. 내가 성랑과 약속한 건 평생이었다. 이 반지가 여기 놓이면, 평생은 아직 평생일까.

답을 내지 못했다. 침실 문을 열어 둔 채 객실로 돌아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 약지에 반지 없는 그 한 바퀴 살갗이 다른 데보다 차다.

잠옷 원피스로 갈아입었다가 도로 벗었다. 잠옷은 너무 부드러워서, 나 같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입은 건 낮에 입었던 그 면 롱원피스였다. 단추는 앞에, 모두 아홉 개. 두 번 셌다.

열한 시 칠 분, 현관 자물쇠가 울렸다.

【구이항·단남】

내 열쇠로 문을 열었다. 거실 불은 꺼져 있고, 복원 작업대의 스탠드만 아직 켜져 있었다. 압지판 아래 종이가 눌려 있다.

안방 문이 열려 있었다. 평소에는 닫혀 있다. 불도 켜져 있어서, 따뜻한 노란빛 한 조각이 호두나무 위에 떨어져 있었다.

나는 객실을 보지 않았다. 먼저 협탁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