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퉁·아내】
케이크는 어제 주문했다. 하오리라이의 반숙 치즈케이크, 6인치, 98위안. 픽업 시간은 오후 다섯 시 반으로 적었다. 원먀오제 지점, 내 서점에서 걸어서 7분.
외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친씨 집안 사람은 남한테 빚 안 진다. 졌으면 갚아라, 그쪽에서 됐다고 할 때까지.” 인사오는 됐다고 한 적이 없다. 그래서 5년째, 해마다 11월 12일이면 나는 케이크를 한 번 가져다준다.
오늘 아침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손목에 찬 단목 염주를 벗어 가방에 넣었다. 다시 꺼내서 찼다. 다시 벗었다.
외할머니가 거울 속에서 나를 본다. 돌아가신 지 4년인데, 할머니는 줄곧 거울 속에 계신다. 할머니가 말한다. “손목에 뭐 하나 매여 있어야 손이 헛돌지 않는다.” “할머니, 저 서른다섯이에요.”
할머니는 말이 없다. 할머니는 나하고 다툰 적이 없다. 한 번만 말하고, 그다음엔 보고만 있는다. 염주는 결국 가방 안주머니에 들어갔다. 지퍼를 잠갔다.
【볜처·남편】
식탁 위에 케이크 상자 자리가 하나 있다. 아직 찾으러 가지도 않았는데 식탁 모서리가 벌써 한 뼘 비어 있고, 컵이며 열쇠며 전부 반대쪽으로 밀려나 있다. 나는 봤다.
“오늘 12일이네.” 내가 말했다. “응.” “몇 시에 가?” “가게 닫고.” 그녀는 죽을 후후 불어 식히며 말했다. “저녁은 혼자 먹어. 냉장고에 갈비 있어.” “알았어.”
나는 서른일곱, 완다의 밍스 안경에서 검안사로 일한다. 매일 남이 뭘 보게 해주는 일이고, 아주 정확하게 본다. 결혼 첫해에 그녀가 이 일을 말해줬다. 전남편 생일에 케이크를 한 번 가져다준다, 외할머니가 당부하신 거다, 그 사람한테 빚진 게 있다. 나는 알았다고 했다. 무슨 빚인지는 묻지 않았다.
오늘 그녀는 그 회색 캐시미어 니트를 입었다. 소맷부리를 한 단 걷어 올렸고, 손목에 염주가 없다. 그 염주는 샤워할 때도 안 벗고 잘 때도 차고 자서, 밤에 돌아누우면 내 팔에 한 번씩 걸린다. 나는 그 한 번에 익숙해졌다.
나는 죽을 푸고 장아찌를 그녀 쪽으로 밀었다. “니트 더럽히지 마. 톱밥 붙으면 안 빠져.” “안 들어가.” 그녀가 말했다. “놓고 바로 올 거야.”
【인사오·단남】
셔터를 반쯤 올렸을 때 벌써 녹나무 냄새가 났다. 어제 막 켠 목재 한 덩이, 톱질한 단면에서 아직도 냄새가 새어 나와서 공방 전체가 그 안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서른여덟, 이혼한 지 5년, 도시 남쪽 옛 방직공장을 개조한 단지에 1층 한 칸을 빌려 쓴다. 문 앞 간판은 “인씨 목공”, 타오바오 가게 이름도 같다. 짜맞춤 소가구를 만들어 한 달에 일고여덟 점 내보내면 먹고살 만하다.
오늘은 12일. 생일을 챙기는 습관은 없지만, 작업대 오른쪽을 한 뼘 비워뒀다. 대략 6인치 케이크 상자 하나 들어갈 자리. 옆 칸에서 가죽 일 하는 라오캉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오늘 또 작업대 치우냐? 그 전처 또 와?” “케이크 갖다주러.”
“5년째 해마다 갖다주면서, 뭘 바라고?” “그 사람 외할머니가 당부하신 거야.” “외할머니 돌아가셨잖아?” “돌아가셨지.” 나는 대패 날을 뒤로 물렸다. “그래도 그 사람은 그걸 지켜.”
5년 동안 그녀는 매년 왔다. 상자를 내려놓고, 10분 앉아 있고, 손은 무릎 위에, 염주는 왼쪽 손목에. 만져서 까맣게 윤이 난 그 염주. 그녀 외할머니 거다. 줄은 내가 바꿨다. 결혼 2년째에 한 번 끊어져서, 낚싯줄로 목수 매듭을 지어줬다.
그때 헤어질 땐 싸우지도 않았다. 그녀는 우리 둘이 한 침대에서 자는 게 목재 두 토막을 나란히 놓은 것 같다고, 맞물리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짜맞춤이 안 물리는 건 나무 탓이지 사람 탓이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서명했다. 10분 앉았다가 가고, 5년 동안 나는 그 염주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한 번 못 들었다.
【친위퉁·아내】
서점은 오후에 사람이 별로 없다. 손님 둘이 대만판 《백년의 고독》을 오후 내내 뒤적이다가 안 샀다. “사장님, 이거 간체판 있어요?” “없어요.” “좀 비싸네.” “그럼 다 읽고 제자리에 두세요.” 나는 카운터 뒤에서 단향 한 대를 피웠다. 외할머니 습관이다. 가게엔 냄새가 있어야 사람이 눌러앉는다고 하셨다.
단향과 염주는 같은 냄새다. 내 손목은 비어 있고, 냄새는 가방 안에 있다. 네 시 사십 분, 가방을 벌써 세 번 열어봤다. 외할머니가 말한다. “뭐 하는 거냐.” “있나 보는 거예요.” “있다. 네가 넣었잖니.”
지퍼를 잠갔다. 나는 거짓말은 안 했다. 외할머니는 친씨 집안 사람은 거짓말 안 한다고 하셨다. 안 묻는 건 말 안 해도 되지만, 물으면 헛소리하면 안 된다고. 볜처는 묻지 않았다. 볜처는 한 번도 안 묻는다. 뭘 봤는지 나는 모른다. 봤어도 말 안 한다. 그 점은 외할머니하고 똑같다.
다섯 시 이십 분, 가게를 일찍 닫았다. 케이크를 찾을 때 점원이 물었다. “초 드릴까요?” “아니요.” “글씨 팻말은요? 생일 축하 같은 거.” “아니요.” 내가 말했다. “무슨 날인지 그 사람이 알아요.”
도시 남쪽으로 가는 버스는 40분을 타야 한다. 케이크 상자를 무릎에 올리니 종이 상자 틈으로 크림 단내가 새어 나와 가방 속 단향 냄새와 섞였다. 나는 가방을 반대쪽으로 옮겨 둘을 떼어놨다.
【인사오·단남】
그녀가 온 건 일곱 시 사십 분이었다. 문은 열어뒀고, 그녀는 셔터 아래 서서 먼저 바닥의 대팻밥을 보고, 그다음 나를 봤다. “생일 축하해.” 그녀가 말했다. “들어와.”
그녀는 대팻밥을 밟고 들어와 내가 비워둔 자리에 케이크 상자를 놓았다. 아주 반듯하게. 여전하다. 물건을 놓으면 반드시 반듯해야 하고, 조금만 삐뚤어도 손이 근질거린다. 회색 캐시미어 니트, 검은 바지, 플랫슈즈. 구두코에 금세 톱밥이 한 층 내려앉았다. 그녀는 한 번 내려다보고는 털지 않았다.
나는 개수대로 가서 손을 씻었다. 녹나무 냄새가 손에 배어 안 빠져서 비누로 두 번 문질렀다.
“앉아.” 나는 다리 세 개짜리 걸상을 가리켰다. 작년에도 그녀는 저기 앉았다. “안 앉을래.” “잠깐만 앉아.” 내가 말했다. “물 방금 끓였어.” 그녀가 앉았다. 손은 무릎 위에.
【친위퉁·아내】
그의 공방은 5년 전 아파트 차고하고 다르다. 세 배는 넓고, 벽에 대패가 한 줄로 걸려 있다. 크고 작은 게 열몇 자루, 날은 안쪽을 향해. 작업대는 느릅나무 통판 하나, 그 위에 칠 안 한 널판 하나가 반쯤 대패질된 채 놓여 있다.
녹나무 냄새가 났다. 동유 냄새가 났다. 그의 몸에서 나는 땀 냄새가 났다. 서점엔 종이와 단향 냄새뿐이라, 내 코는 이렇게 많은 냄새가 한꺼번에 오는 데 익숙하지 않다.
“올해는 뭐 만들어?” 내가 물었다. “찻상 하나, 둥근 팔걸이 의자 한 쌍.” 그가 말했다. “책장도 하나. 살 사람 없어서 내가 쓰려고.” “팔리지.” “안 팔아.”
그는 차를 밀어줬다. 거친 도기 잔, 입술 닿는 데가 하나 이 빠졌다. “네 가게 그 책장, 아직도 이케아야?” “바꿨어.” “뭘로?” “그것도 이케아.”
그는 소리 없이 한 번 웃었다. 외할머니가 말한다. “그 사람하고 그렇게 많이 말하지 마라.” “빚 갚는 중이에요.” 내가 말했다. “빚을 갚으려면 말을 해야죠.” “10분만 앉아 있어라. 10분이면 된다.”
휴대폰을 봤다. 일곱 시 사십육 분.
【볜처·남편】
집에서 국수를 끓인다. 한 그릇, 두 그릇 아니고. 그녀는 해마다 이날 집에서 안 먹는다.
우리는 북구에 산다. 그녀 서점은 원먀오제, 공방은 도시 남쪽 칭녠로 37호. 가본 적은 없지만 주소는 안다. 첫해에 그녀가 말해줬다. 말하고 나서 나를 보며 내가 묻기를 기다렸다. 나는 안 물었다.
검안에는 규칙이 하나 있다. 검사받는 사람이 이 줄 또렷이 보인다고 하면 더 캐묻지 않는다. 한 마디 더 물으면 자기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다음엔 엉뚱한 소리를 한다.
오늘 아침 그녀가 염주를 벗을 때 나는 양치 중이었다. 욕실 거울이 침실 거울과 마주 보고 있어서, 문 두 개를 사이에 두고 딱 보인다. 벗고, 차고, 또 벗고. 나는 칫솔을 컵에 도로 꽂았다.
국수가 다 됐다. 갈비 한 점을 집어 그녀가 평소 앉는 자리에 앉아 먹는다. 그 자리에선 현관이 보인다. 현관 수납장 위엔 그녀가 작년에 돌아와 놓아둔 교통카드가 있다. 100위안 충전해서 1년에 딱 두 번 찍는다. 갈 때 한 번, 올 때 한 번.
【인사오·단남】
그녀는 8분 앉았다. 안다. 나는 벽시계를 보고, 그녀는 해마다 휴대폰을 보니까.
“한 입 먹을래?” 내가 물었다. “너 먹어.” 그녀가 말했다. “저녁 먹었어.” “해마다 그 말이네.” “해마다 먹었어.”
해마다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고 다음 날 한 조각 자르고, 나머지는 상할 때까지 둔다. 라오캉은 버리기 아깝지 않냐고 하고, 나는 그 사람이 준 거라 남한테 못 나눈다고 한다.
그녀의 니트 소매는 팔뚝까지 걷혀 있고, 왼쪽 손목은 하얀 맨살, 아무것도 없다. 손목뼈 자리에 옅은 자국이 하나, 염주가 눌렀던 자리. “안 추워?” 내가 물었다. “안 추워.” “소매 내려.” “안 내려.”
결혼 3년 동안 그녀가 염주를 벗어 협탁에 넣은 횟수는 한 손으로 세고도 손가락이 남는다. 매번 먼저 불을 끄고, 그다음에 벗고, 그다음에 눕고, 한 마디도 안 했다. 끝나면 염주를 도로 차고, 그다음에 불을 켰다.
오늘은 불이 켜져 있다.
【친위퉁·아내】
그는 내 손목을 본다. 보고 있는 걸 안다. 나는 소매를 내리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말한다. “내려라.” “싫어요.”
내 평생 처음으로 할머니한테 싫다고 했다. 인사오의 공방 안에서, 눈앞엔 반쯤 대패질한 느릅나무 널판.
“차 식었어.” 그가 말했다. “안 마실래.” “그럼 마시지 마.”
그는 작업대에서 손을 떼고 바지에 한 번 문질렀다. 톱밥이 대팻밥 위로 떨어졌다. 다가오지 않았다. 다른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빈 손목을 봤다. 오래 봤다. 문밖 단지에서 누가 가게를 거두는 소리, 셔터가 하나씩 내려가는 소리, 라오캉이 옆 칸에서 “간다”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릴 만큼 오래.
“위퉁.” 그가 말했다. “응.”
“안 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