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 주인님】
쉬즈샤를 알게 된 건 이런 걸 즐기는 작은 모임 안에서였다. 처음엔 글자뿐이었고, 나중에 몇 번 통화를 했고, 두세 번 얼굴을 봤다. 이 여자는 참 흥미롭다——낮에는 디자인 회사의 기획 디자이너로, 말투는 나긋나긋하고 일은 딱딱하리만치 원칙적이며, 배색 하나 고치는 데 오후 내내 고민할 수 있는, 사무용 빌딩을 걸어가도 결코 두 번 쳐다볼 일 없고, 봐도 그저 반듯한 아가씨로만 여길 부류다. 하지만 그녀의 은밀한 다른 얼굴, 내가 처음 그녀가 나직이 「발밑에 짓밟히고 싶어요」라고 내뱉는 걸 들었을 때, 나는 이건 얻기 힘든 물건이라는 걸 알았다. 진짜 M은 꾸며내는 게 아니라, 뼛속까지 복종을 향한 신앙에 가까운 갈망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그 갈망을 지극히 깊이 감췄고, 하도 깊어서 내게 한 가지 생각이 싹텄다——그걸 단번에, 남들 앞에서, 파내고 싶다는.
그래서 이번에 그녀를 집으로 부르면서, 나는 전부를 알리지 않았다. 그저 우리 집에 와서 한판 놀자고만 했다. 당연히 그녀는 우리 둘만의 일이라 여겼다. 나는 미리 아캉과 그의 아내 샤오만을 불러두었다——아캉은 내 모임의 오랜 지인이고, 샤오만은 제 남편보다 더 거칠게 노는 여자 S다. 세 사람, 하나의 소파. 나는 일부러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거실 한복판 빈 바닥에만 따스한 등불 하나를 남겨두었다. 초인종이 울리자, 나는 그 부부를 힐끗 보고 웃으며 일어나 문을 열러 갔다. 내가 원한 건 바로 그녀가 문을 밀어 여는 그 일 초, 얼굴에 떠오를 하늘이 무너진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 · 쉬즈샤】
그의 집에 가기 전 나는 오래도록 준비했다. 새로 뜯은 살색 스타킹 한 켤레, 가방엔 여분으로 검은 스타킹 한 켤레를 더 쑤셔 넣었다——그가 지난번 무심코 내 다리에 걸친 것을 보는 게 좋다고 했던 걸, 나는 마음에 새겨두었다. 나는 깨끗이 씻었고, 그곳도 진작 집에서 매끈매끈, 아무것도 없이 말끔하게 손질해두었다. 얇은 한 줄이 맞물려 봉합선처럼 닫혀, 껍질 벗긴 달걀처럼, 만져도 손가락에 걸리는 느낌이 조금도 없었다. 나는 거울에 대고 나 자신을 보았다——키 166, 몸무게 52킬로, 허리는 가늘지만 엉덩이엔 살집이 있고, 엉덩이를 감싸는 니트 원피스가 둔부 선을 그려내며, 바닥의 물건을 집으려 허리를 굽히면 치맛자락이 팽팽히 당겨져 엉덩이 골의 그 곡선이 조여져 드러난다. 그가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한다는 걸 나는 알았다——겉은 반듯반듯하고, 아래엔 햇빛 볼 수 없는 것을 숨긴 모습을.
그의 집 문 앞에 서서, 내 심장은 튀어나올 듯 뛰었다. 그 긴장 속엔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대가 더 많았다——꼬박 한 주 내내 나는 이 밤을 기다렸다. 마음속으로 수없이 예행연습했다——문이 열리고, 그가 거기 서 있고, 나를 끌어들이고, 문을 닫으면, 이 세상엔 우리 둘만 남고, 나는 낮의 「쉬즈샤」라는 껍데기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그저 무릎 꿇고 싶을 뿐인 나로 돌아갈 수 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초인종을 눌렀다.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문이 열렸다——
그는 정말로 거기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뒤 소파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 두 쌍의 눈이 그의 어깨 너머로, 곧장 내 얼굴에 내려앉았다. 그 순간 머릿속이 「윙」하고 새하얗게 비었다. 손발은 순식간에 얼음처럼 차가워졌는데, 피는 한꺼번에 얼굴로 몰려 올라와 귀까지 타오르게 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려 했고, 잘못 왔다고 말하려 했고, 돌아서서 달아나려 했다——하지만 내 발은 문지방에 못 박힌 듯, 한 걸음도 옮길 수 없었다.
【샤오만 · 친구의 아내】
그가 문을 열 때 나는 잔을 들고 있었다. 문밖의 그 아가씨를 나는 단번에 훑어보았다——정성껏 단장하고, 머리는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빗었고, 니트 원피스가 몸매를 감쌌고, 살색 스타킹, 수수한 작은 가죽 구두 한 켤레, 화장은 공들여 그려 그린 티가 안 나는 그런 말끔한 부류. 전형적인 착한 사무직 여자, 길에서 마주치면 그저 참 반듯한 아가씨네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가 우리를 본 그 찰나, 나는 웃었다——그 얼굴에 피가 확 올라와, 목에서 귀뿌리까지 새빨개지고,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이 달싹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온몸이 문간에 얼어붙어 들어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했다. 나는 이 놀이를 몇 해나 해왔지만, 가장 보기 좋아하는 게 바로 이 장면이다——자기를 꽁꽁 감춰둔 M이, 여럿 앞에서 껍질이 찢겨나가는 그 첫 일 초.
나는 잔을 든 채 그녀에게 턱짓을 하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뭘 멍하니 서 있어, 들어오지 그래.」 이 한마디가 그녀 대신 결정을 내려준 셈이었다. 그녀의 목이 꿀꺽 넘어가는 게 보였고, 눈이 재빨리 그 남자에게로——그녀의 주인님에게로 향하는 게 보였다. 마치 소리 없이,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은 안 했잖아요, 하고 묻는 듯이. 하지만 끝내 그녀는 입 밖으로 물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게 진짜 M과 어설픈 놀이꾼의 차이다——어설픈 쪽은 이쯤에서 벌써 낯빛을 바꾸고 돌아가버렸을 테고, 진짜 M은, 설령 하늘이 무너져도, 첫 반응은 역시 주인님의 낯빛을 살피는 것이다. 나와 아캉은 눈짓을 주고받고, 둘 다 아무 말 없이, 그저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 주인님】
그녀는 문간에 서서, 피가 뚝뚝 떨어질 만큼 얼굴을 붉히고, 가련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엔 「왜 말해주지 않았어요」 하는 경악과 서러움이 가득했다. 나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반걸음 옆으로 비켜, 뒤편 거실을 통째로 그녀에게 드러내 보였다——따스한 등불 아래 비워둔 그 카펫, 소파에 앉은 두 사람. 그러곤 나는 지극히 차분하고 반박을 허락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들어와. 문 닫고.」
나는 그녀의 갈등을 지켜보았다. 그 갈등은 대략 삼사 초 이어졌다——이성은 떠나라 외치는데, 그녀 몸속의 또 다른 것은 이미 한발 앞서 물러졌다. 그녀의 손이 올라가 문틀을 짚고, 깊이 숨을 들이쉬고는, 고개를 숙여 그 문지방을 넘었다. 손을 뒤로 돌려 문을 닫을 때, 그 가벼운 소리는 그녀가 스스로에게 내린 선고 같았다. 문이 닫히자 방은 고요해져, 난방기의 낮은 작동음과, 애써 죽였는데도 여전히 어지러운 그녀의 숨소리만 남았다. 나는 알았다——이 순간부터, 그녀는 이미 자신을 내어준 것이다.
【그녀 · 쉬즈샤】
내가 어떻게 안으로 걸어 들어가 문을 닫았는지 모른다. 그저 기억나는 건, 그 문소리 뒤로 내 온 세계가 뒤집혔다는 것뿐이다. 나는 원래 오늘 밤 나와 그만의 안전한 어두운 방에 숨는 거라 여겼는데——지금 방엔 네 사람이 있고, 나는 보여지는 쪽이었다. 수치심은 펄펄 끓는 물처럼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끼얹어져, 내 온몸을 뜨겁게 떨게 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 낯선 부부를 볼 엄두를 못 냈지만, 그들의 시선은 느낄 수 있었다——그 시선은 내 얼굴에, 스타킹으로 감싼 다리에, 치마에 엉덩이 선이 조여져 드러난 뒷모습에 내려앉아, 한 치 한 치 나를 벗겨냈다.
그런데 수치심이 나를 서 있지도 못하게 할 만큼 타오른 바로 그때, 내 몸 가장 깊은 곳에 평소 죽어라 눌러두는 무언가가, 뜻밖에도 가볍게, 은밀히 한 번 떨렸다. 나는 그 감각이 죽도록 미웠다——땅의 갈라진 틈으로 파고들고 싶을수록, 그곳은 더욱 물러지고 뜨거워졌다. 나는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나 자신에게 일렀다——쉬즈샤 너 미쳤어, 여기 외부인이 있어, 그것도 부부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런데 내 무릎은 이미 머리보다 한발 앞서, 살짝 구부러져 있었다. 그가 아직 무릎 꿇으라 말하지도 않았는데, 내 몸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나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이 함락은, 보여지는 것보다 나를 더 부끄럽게 했다.
【그 · 주인님】
나는 소파로 돌아가 아캉과 샤오만 사이에 앉아, 탁자 위의 술을 들어 한 모금 머금고는,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아직 현관 그 작은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앞으로 모아 비틀며, 어깨를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한 덩어리로 움츠러들고 싶은데 움츠러들 수 없는 그 모습이, 내 가슴속 그 얼마간의 지배욕을 더할 나위 없이 흡족하게 어루만졌다. 나는 서두르지 않았다. 나는 그녀 스스로 이 세 쌍의 눈 아래 충분히 서 있게, 스스로도 버틸 수 없을 때까지 서 있게 하고, 그런 다음에야 입을 열 참이었다. 이게 그녀에게 주는 첫 수업이다——오늘 밤, 네 수치심은 더 이상 너 혼자만의 비밀이 아니다, 그것은 늘어놓아, 남에게 보이는 것이다.
【샤오만 · 친구의 아내】
그녀는 거기 서서 우리에게 방치된 채, 고개를 점점 더 숙였다. 나는 눈꼬리로 그녀를 훑었다——이 아가씨, 몸매가 정말 나쁘지 않다, 낮엔 드러나지 않다가, 지금 이렇게 따스한 등불 아래서야 알아볼 수 있다. 어깨는 좁고, 허리는 니트 원피스가 그려낸 듯한 가느다람이며, 아래로 내려가면 엉덩이는 둥글고, 허벅지는 치맛단 아래로 살색 스타킹의 윤기를 비쳤는데, 비쩍 마른 부류가 아니라, 살집이 있어 움켜쥘 수 있을 만큼 풍만했다. 나는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까다로운 사람이지만, 이 아가씨의 몸매가 사람을 끄는 건 인정한다. 옆의 아캉이 몰래 침을 꿀꺽 삼키기에, 나는 그 허벅지를 한 번 꼬집었다. 나는 웃으며, 내 남자의 귀에 대고 말했다. 「뭘 그리 급해, 볼거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그녀 · 쉬즈샤】
내가 거기 얼마나 서 있었는지 모른다, 그저 매 초가 몹시 길게 늘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그렇게 나를 바라보았고, 그 침묵은 어떤 욕설보다도 나를 견디기 힘들게 했다. 나는 내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점점 더 어지러워지는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등에 배어 나온 얇은 땀이 니트 원피스를 살갗에 달라붙게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더 낮게 숙였고, 시선은 내 발끝의 그 수수한 작은 가죽 구두와, 카펫에 따스한 등불이 드리운, 어깨를 움츠린 나 자신의 그림자밖에 담을 수 없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높지 않은데도, 한 가닥 실처럼, 방 안 가득한 공기를 단번에 그 한 사람에게로 그러모았다. 「즈샤,」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그 말투는 무서우리만치 부드러웠다, 「외투를 벗고, 가운데로 와 서라. 아저씨 아주머니한테도 너를 소개해야지.」 내 숨이 턱 막혔다. 여럿 앞에서. 이 말이 묵직하게 내리꽂혔다. 나는 손을 들었지만, 손가락이 떨려 외투의 단추조차 거의 풀 수 없었다. 나는 알았다——이 한 걸음을 내디뎌, 저 불빛 한복판으로 걸어 나가기만 하면, 오늘 밤의 나에겐 더 이상 돌아갈 길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그예, 하나, 또 하나, 그 단추들을 풀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