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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1장 낮 병실엔 우리 둘뿐

아득한 고요 · 2629자 · 한국어

시립 제1병원 입원동 12층, 1207호, 3인실. 아침 일곱 시 이십 분, 나는 락앤락 보온통을 협탁에 올려놓고 뚜껑을 돌려 열었다. 미음은 두 시간 반을 끓인 거라 위에 앉은 막이 아직 온전했다.

“좀 식혀서 드세요, 뜨거워요.” 내가 말했다. 저우젠쥔은 벽 쪽으로 돌아누운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배액관이 이불 밑으로 빠져나와 침대 난간에 걸어둔 주머니로 이어져 있었다. 어제 하루 동안 나온 양은 백팔십 밀리리터, 간호사가 작은 수첩에 적어서 나한테 넘겨 보여줬다.

남편은 위를 삼분의 이 잘라냈고 수술한 지 나흘째다. 절개 부위가 아프니 성질이 사나워져서, 간호사가 체온을 재러 들어와도 콧방귀를 뀐다. 집도의는 수술은 아주 깨끗하게 됐다고, 다만 회복이 느리니 최소 두 주는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내 이름은 예신, 서른여섯. 융후이마트 3호점 계산대 조장으로 구 년째다. 저우젠쥔과 결혼한 지 십일 년, 그이는 올해 서른아홉이고 물류단지에서 지게차를 몬다. 한 달에 나흘 쉰다. 시어머니가 십 년을 노래를 불렀는데도 우리한테는 소식이 없었고, 나중엔 시어머니도 입을 닫았다.

보증금으로 이만 위안을 냈다. 건설은행 문자를 세 번이나 읽었다. 끝자리 6902 계좌에서 20,000.00위안 출금. 보험 처리를 하고도 자기부담이 삼만 위안은 넘을 것이다. 점장이 단톡방에서 근무표를 짜고 있길래 진료기록 사진을 보내고 보름 휴가를 냈다. 돌아온 답은 네 글자였다. 집부터 챙겨요.

계산대 조는 스물여섯 명인데 임신부가 셋, 둘은 막 그만뒀다. 내가 빠지면 근무표는 엉망이 된다. 이 열이틀 동안 매일 병실을 지켰고 밤에는 간병 의자에서 잤다. 쇠틀을 펴는 간이침대라 몸을 뒤척일 때마다 끼익 소리가 난다. 낮에는 수액 펌프를 지키면서 한 병이 끝나면 다음 병으로 갈아 끼운다.

1번 침대 영감님은 성이 우씨고 일흔여덟, 요독증이다. 매일 아침 여덟 시에 간병인이 투석실로 밀고 가서 낮 한 시가 넘어야 돌아온다. 할머니도 따라가는데, 나갈 때 겸사겸사 침대 커튼을 쳐놓고 간다.

2번 침대가 캉씨다. 캉궈칭, 쉰 살, 오른쪽 정강이뼈 분쇄골절로 발목부터 허벅지 뿌리까지 깁스를 했다. 밑에 스펀지 받침을 괴어 다리를 떠받쳐 놓은 게 꼭 제단에 모셔놓은 것 같다. 공사장 철골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본인이 건자재를 한다. 알루미늄 판, 경량 철골, 구조재.

누워서도 전화를 돌린다. “톤당 육백이십이면 나는 못 가져가. 육백에 주면 오늘 바로 입금할게.” “다리? 다리가 부러졌지 입이 부러졌나. 그런 소리 하지 마.” 목소리가 커서 복도까지 들린다.

간병인 저우씨는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오고 그 사이 열 시간은 아무도 없다. 아내는 일주일에 두 번, 한 번에 사십 분 있다가 물건만 잔뜩 내려놓고 간다. 공장을 비울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오전 여덟 시부터 낮 한 시까지, 1207호에는 나와 이 사람뿐이다. “새댁.” 첫날부터 그는 나를 그렇게 불렀다. “저 충전 케이블 좀 집어줘, 바닥에 떨어졌어.”

나는 허리를 굽혀 주웠다. 위에는 마트 회색 근무복 재킷을 입었고 지퍼는 반만 올린 상태, 안에는 얇은 라운드넥 스웨터를 입었다. 굽히는 순간 앞의 그 두 덩이가 통째로 밀려 나와 목둘레를 활짝 벌려놓았다. 케이블을 주워 건넸는데 이 사람 눈이 보고 있는 건 케이블이 아니었다. “고마워.” 말투는 아주 자연스러웠다. “새댁은 몸이 참 실하네.” “하실 말씀 있으면 그냥 하세요.”

“실한 건 실한 거지.” 그가 웃었다. “내 다리에 새댁만 한 힘이 있었으면 진작에 걸어 다녔지.” 나는 받아주지 않았다. 이런 말은 마트에서 하루에 세 번은 듣는다. 하역하는 젊은 애들, 우유 배달, 반품하러 오는 영감님들, 누구든 거리낌 없이 한마디씩 던진다. 계산대 뒤에 구 년을 서 있었더니 낯짝은 진작에 두꺼워졌다.

이 몸매는 스무 살 때부터 이랬다. 85의 F컵. 마트 근무복은 제일 큰 사이즈도 끼어서 앞섶 단추가 자주 튕겨 나가니, 사철 재킷 안에 숨기고 다닌다. 저우젠쥔은 예전엔 주무르기 좋아했는데 언젠가부터 안 만진다. 지난 반년 동안 한 번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처음엔 위가 아프다더니 천공이 발견됐고, 그다음엔 병상 자리를 기다리는 줄이었다.

점심에는 3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탕수육이 십이 위안, 밥이 이 위안. 올라오니 저우젠쥔은 자고 있었고 캉씨는 휴대폰으로 짧은 영상을 틀어놓고 있었다. 소리가 제법 컸다. “소리 좀 줄여주세요. 저희 남편이 방금 잠들었어요.” “어.” 그가 소리를 줄였다. “새댁은 하루 세 끼 다 식당에서 먹어?” “저이는 유동식이라, 저는 대충 때워요.”

“대충은 무슨.” 그가 협탁을 가리켰다. “저기 양청호 게 상자 있어, 우리 마누라가 가져온 거야. 나는 다리가 부어서 그런 거 못 먹어. 가져가.” “됐어요.” “썩혀서 버리는 것도 마찬가지야.” 그가 말했다. “나는 신세 지는 거 싫어. 새댁이 날마다 호출벨 눌러주고, 소변기 대주고, 돌아눕는 것도 거들어주잖아. 게 두 마리, 품삯이라고 치고 받아.”

“품삯 같은 거 안 받아요.” 나는 선물 상자를 도로 밀었다. “벨 하나 누르는 데 무슨 품이 든다고요.” 그가 이 초쯤 나를 보더니 웃었다. “그래, 그럼 됐어. 기억해 두지.”

한 시 정각, 그가 돌아눕고 싶어 했다. 깁스한 다리는 못 움직이니 어깨와 골반 쪽에서 같이 힘을 줘서 몸통째로 왼쪽으로 밀어줘야 한다. 간병인은 없었다. 그는 혼자 두 번 해보다가 아파서 이를 드러냈다. “새댁, 손 좀 보태줘.”

나는 침대 저쪽으로 돌아가 한 손으로 등을 받치고 한 손으로 골반을 누른 뒤 상체째 눌러 힘을 실었다. 내 그 두 덩이가 그대로 그의 팔뚝에 눌려서, 스웨터 너머로 말랑한 부분이 전부 그의 팔 위에 퍼졌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숨까지 참고 있었다.

“하나, 둘, 셋.” 힘을 줘서 그를 밀어 넘기고 받침을 허리 밑으로 밀어 넣었다. 몸을 일으키다가 나는 봤다. 환자복 바지 그쪽이 불룩하게 솟아 있었다. 높지는 않았지만 분명했다. 그도 내가 본 걸 알았다. 방 안이 서너 초 조용해졌고 수액 펌프만 똑똑 떨어졌다. “쉰 먹은 놈이.” 먼저 입을 연 건 그였다. “미안해 새댁, 이놈은 내 말을 안 들어.”

“괜찮아요.” 내가 말했다. “마트에서 많이 봤어요.” “많이 봤다고?” “계산할 때 이쪽으로 손을 비비는 손님들이 있어요. 거스름돈 받는다면서.” 나는 받침을 평평하게 두드렸다. “규정대로 점장한테 보고하고, 보고하고 나면 또 일해요.” “그럼 내 이건 뭐가 되나.”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셨으니 아무것도 아니죠.” 나는 그 말만 하고 자리를 떠서 급탕실로 물을 받으러 갔다. 주전자가 끓는 그 이 분 동안 나는 그냥 거기 서 있었다. 아무 생각도 안 했다. 그냥 얼굴이 좀 뜨거웠다.

한 시가 넘어 우 영감님이 돌아왔는데 들어오자마자 토했고 할머니가 허둥지둥 받아냈다. 나는 가서 머리를 받쳐줬고, 끝나고 나와 손을 씻었다. 세 번을 씻고 나서야 비린내가 가셨다. 돌아오니 캉씨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새댁은 간병인보다 낫네.” 그가 말했다. “간병인이 하는 건 일이고, 새댁이 하는 건 사람 돌보는 거야.” “마트에서도 사람 돌봐요.” 나는 생수 뚜껑을 돌려 열었다. “하루에 팔백 건을 찍는데, 다들 나보다 윗사람이죠.”

세 시 반, 간호사가 드레싱을 하러 왔다. 깁스 가장자리에 살갗이 쓸려 벗겨졌고 허벅지 뿌리 쪽이 벌겋게 부었다. 스무 살 갓 넘은 어린 간호사는 손이 서툴러서 칠팔 분이나 걸렸고 거즈를 한 롤 바닥에 떨어뜨렸다. “캉 아저씨, 여기 내일 한 번 더 갈아야 해요.” 그녀가 말했다. “포비돈이랑 거즈는 협탁 둘째 칸에 넣어뒀어요. 손이 안 닿으면 간병인 부르세요.” “간병인은 낮에 안 와.”

“그럼 보호자분한테 부탁하시면 되죠.” 그녀는 트레이를 챙겨서 나갔다. 이 방 보호자가 누구인지는 생각도 안 해본 것이다. 캉씨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나는 면봉으로 저우젠쥔의 입술을 적셔주면서 못 들은 척했다.

저녁 다섯 시 사십 분, 저우젠쥔을 침대에서 내려 걷게 했다. 걸어야 장이 움직인다고 의사가 말했다. 한 손으로 팔을 받치고 한 손으로 수액 거치대를 끌고 복도 끝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한 번에 십이 분. 1211호 앞을 지나는데 그 집에서 울고 있었다. 혈관종이 재발했다고 했다.

돌아와서 그이는 심하게 헐떡였고, 누우면서 말했다. “너 요 며칠 안색이 안 좋아. 무리하지 말고 하룻밤 집에 가서 자.” “내가 가면 소변기는 누가 대?” “간병인 쓰지.” “하루에 이백육십이야.” 내가 말했다. “당신 이번 달 근무는 헛한 게 되는 거고.”

그이는 말이 없어졌고 눈을 감았다. 나는 이불을 덮어줬다. 어깨까지 끌어올렸다. 십일 년, 우리 사이에 가장 많은 동작이 이거다.

밤 아홉 시, 나는 7층 보호자 샤워실에 갔다. 한 번에 오 위안, 코드를 찍으면 물이 나온다. 샤워기 수압이 약하고 머리를 감는 중에 삼 초쯤 물이 끊겼다. 거울에 김이 서려서 한 번 훔쳤더니 어깨에 붉은 자국 두 줄이 보였다. 브래지어 자국이다. 하루 열여섯 시간을 벗지 않았다.

가슴은 아래로 처졌고 유륜은 십 년 전보다 한 바퀴 커졌다. 나는 거기 선 채로 손을 아래로 내려 한 번 만져봤다. 손에 물이 흥건했다. 이 초쯤 있다가 물을 잠그고 옷을 입었다. 서른여섯이나 먹어서 병원 샤워실에서 이 짓이라니, 창피했다.

열 시 정각에 병실로 돌아오니 불은 꺼져 있었고 복도 저쪽 간호사 스테이션만 밝았다. 저우젠쥔은 코를 골기 시작했다. 1번 침대는 비었다. 우 영감님은 오늘 밤 집에 가서 자기로 했다. 캉씨는 자지 않고 있었다. 휴대폰은 화면을 엎어서 배 위에 올려놨고 까맣게 꺼진 채, 그냥 눈을 뜨고 있었다. “새댁, 잤어?” 그가 목소리를 눌러 물었다. “말씀하세요.”

“내일 아침 여덟 시에 댁의 남편, 위내시경 재검 가지? 왕 과장한테 들었어. 한 시간 넘게 안 돌아와.” “네.” “내 거즈를 간호사가 장에 넣어놨는데, 상자엔 손이 닿아도 다리엔 안 닿아.” 그가 잠깐 뜸을 들였다. “괜찮으면 좀 갈아줘. 불편하면 됐고. 간병인 부르지. 한 번에 육십 더 붙는 거고.”

어둠 속에서 나는 천장의 소방 배관을 쳐다봤다. 십 초쯤 쳐다봤다. “여덟 시 반요.” 내가 말했다. “갈아드리고 나서 저는 입원동 1층에 수납하러 가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