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일지·둘째 밤

1화치마 밑에는 아무것도

K 씨 · 2094자 · 한국어

【라오K·남편】

둘째 밤은 첫째 밤에서 스물사흘이 지난 뒤였다. 그 스물사흘 동안 나는 그 일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 참은 게 아니라, 그녀가 스스로 물어오길 기다렸다. 물어온 날은 금요일이었다. 퇴근해 돌아와 신발도 벗지 않고 현관에 선 채 내게 물었다. “당신이 말한 다른 사람, 누구야.” 아무도 아니라고 했다. 진심이었다. 이번엔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굳었고, 나는 그 눈에 비친 작은 실망과, 실망 아래 눌려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보았다. “옷은 침대에 올려놨어.” 내가 말했다. “갈아입고 와.”

침대 위에 한 벌. 목선이 헐렁한 회색 니트. 무릎 위로 한참 올라오는 검은 짧은 치마. 거의 비칠 만큼 얇은 검은 팬티스타킹. 그녀는 스타킹을 집어 들고 시트를 한 번 들춰 보더니 돌아서서 나를 봤다. “팬티는.” “없어.” 내가 말했다. “치마 밑에는 아무것도 안 입어. 오늘 밤은 그렇게 나가는 거야.”

【샤오만·아내】

스타킹을 끌어올리는데 손이 떨렸다. 얇은 망이 허벅지 안쪽에,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그곳에 달라붙었다. 서늘했고, 망 한 겹뿐이라 아무것도 막아 주지 못했다. 거울 앞에 서서 치마를 내렸다. 밖에서 보면 이상할 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한 걸음 걸으면 치맛자락이 스치고, 그 아래 그곳도 스친다. 라오K는 문가에 서서 반지로 문틀을 두 번 두드렸다. 가자는 뜻이었다.

삼월 말 항저우의 밤은 아직 서늘했고, 강변 공원의 벚꽃은 절정을 지나 바람이 불 때마다 떨어졌다. 가로등은 하나 걸러 하나씩 켜져 있었다. 달리는 사람,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 벤치에서 껴안은 연인들. 아무도 나를 두 번 보지 않았다. 라오K는 내 비스듬히 반 걸음 뒤에서 걸었다. 아내와 산책하는 여느 남자처럼. 불빛 아래 이르자 그가 목소리를 낮췄다. “걷어 올려.”

【라오K·남편】

너무 빨랐다. 데기라도 할까 겁내듯 치맛자락을 휙 올렸다가 바로 내렸다. 안 돼. 그 자리에 세워 두고 다시, 더 천천히 하게 했다. 두 번째는 해냈다. 두 손으로 치맛자락을 쥐고 허리까지 올린 채 꼬박 삼 초를 서 있었다. 검은 스타킹이 다리에 팽팽히 당겨지고, 사타구니 부분만 색이 짙었다. 망 사이로 그 아래 작은 검은 숲과, 검은 숲 속의 틈이 보였다. 가로등이 내리비추자 허벅지 안쪽에 젖은 선 하나가 빛났다. 이미 스타킹 밖까지 배어 나와 있었다.

벤치 앞까지 걸어가 쪼그려 앉아 신발끈을 매라고 했다. 신발에 끈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쪼그려 앉았고, 무릎을 벌렸고, 치맛자락은 허벅지에 뭉쳤다. 달리던 남자 하나가 그녀 앞을 지나 세 걸음 가더니 고개를 돌려 다시 봤고, 발걸음이 눈에 띄게 반 박자 늦어졌다. 그녀도 봤다. 가로등 아래 그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다리를 오므리지 않았다. 그 남자가 멀리 뛰어갈 때까지 그대로 쪼그려 있었다.

【샤오만·아내】

그 사람이 돌아봤을 때, 누가 밑에서 뜨거운 물을 끼얹은 것 같았다. 봤을까, 스타킹 너머로 보일까, 내가 아무것도 안 입은 걸 알까. 모르겠다. 하지만 다리 사이가 쿵쿵 뛰었고, 물은 정말로 흘러나와 스타킹을 적셨고, 밤바람이 스치자 그 한 조각만 얼음처럼 차가웠다. 라오K가 나를 일으켜 세울 때 손아귀 힘이 셌다. 혼내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나를 주차장 쪽으로 끌고 갔다.

【라오K·남편】

차 안에서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거기 쪼그려 앉아 있던 그 얼굴, 빨갛고, 젖고, 입술을 깨물고, 일어설 때 스타킹 사타구니에 번지던 그 반짝임. 참지 못했다. 차는 공원 지상 주차장 맨 안쪽에 서 있었고, 천장등이 줄줄이 켜져 있었고, 옆 칸은 비었고, 두 칸 건너에 승합차 한 대. 뒷문을 열어 그녀를 밀어 넣고 뒷좌석에 무릎 꿇게 했다. 얼굴은 반대편 문으로, 엉덩이는 나를 향하게.

치마를 허리까지 밀어 올렸다. 검은 스타킹이 엉덩이에 팽팽히 당겨져 두 쪽 살의 모양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사타구니는 이미 짙게 젖어 살에 달라붙었고, 그 아래 틈의 모양까지 망에 찍혀 있었다. 손가락 두 개를 사타구니에 걸고 당겼다. 얇은 스타킹은 조용히 찢긴다. 찌익, 한 번에 구멍이 났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뿐. 흥건히 젖어, 찢긴 망이 양쪽 살을 조이고, 가운데 작은 붉은 점이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샤오만·아내】

그는 급하게 들어왔다. 손가락도, 전희도 없이. 차 안은 좁았고, 나는 두 손으로 문을 짚고 머리를 유리에 댄 채였고, 그는 뒤에서 단번에 끝까지 밀어 넣었다. “응” 소리가 났고, 깨물어 삼켰다. 주차장 불빛이 창으로 들어왔다. 창에는 선팅도 없었다. 밖에 누가 지나가면 보일 것이다. 뒷좌석에 무릎 꿇고, 치마는 허리까지 걷히고, 스타킹에 구멍이 나고, 남자가 뒤에서 박아 머리가 유리에 부딪히는 나를. 생각할수록 아래가 더 조여들었고, 물이 그의 것을 타고 흘러내려 찢긴 스타킹 가장자리에 끈적한 테두리를 만들었다.

평소와 달리 거칠게 박았다. 한 번마다 입구까지 뺐다가 뿌리까지 쳐 박았다. 치골이 내 엉덩이에 부딪혀 짝짝 소리가 나고 차체가 흔들렸다.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입을 벌린 채 뿜는 숨이 유리를 하얗게 흐렸다. 찢긴 스타킹 가장자리가 허벅지 안쪽을 파고들고 구멍은 점점 넓어졌다. 한 번 너무 깊이 들어와 눈앞이 캄캄해졌고, 반쯤 비명이 새어 나왔다가 다시 깨물어 삼켰다.

【라오K·남편】

끝이 가까워지자 빼고, 머리채를 잡아 돌려 세웠다. 그녀는 순순했다. 뒷좌석 위에서 무릎 방향을 틀고, 얼굴을 들고, 입을 벌렸다. 혀에 대고 쌌다. 첫 줄기가 혀뿌리에 닿자 그녀는 삼켰다. 둘째 셋째 줄기는 미처 못 삼켜 입가로 넘쳐, 한 줄기가 턱을 타고 목으로, 니트 목선 안으로 흘러들었다. 손으로 받으려다 한 손 가득 받았고, 그게 팔뚝을 타고 팔꿈치까지 흘렀다. 회색 니트 앞섶에 짙은 얼룩 두 개.

“닦지 마.” 손이 이미 입가까지 올라와 있었다. 멈췄다. “그대로.” 뒷좌석에서 끌어내 조수석에 앉혔다. 입가에 아직 조금 매달려 있고, 턱에는 반쯤 마른 흰 줄, 팔뚝은 번들거리고, 앞섶에 짙은 얼룩 두 개. 휴지를 집으려 해서 휴지 통을 치웠다. “바에 가자.” 시동을 걸었다. “사람들한테 냄새 맡게 해. 방금 박히고 왔다는 걸.”

【샤오만·아내】

바는 강 건너 작은 골목에 있었다. 따뜻한 노란 불빛, 긴 카운터. 높은 스툴에 앉았다. 치마가 짧아 앉으면 허벅지 절반밖에 안 가려졌고, 스타킹 사타구니의 구멍은 다리를 모아 끼워 두었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다리를 조금만 벌리면 그곳은 활짝 열려 있다. 내게선 냄새가 났다. 정액 냄새, 비릿한, 내 것과 섞인, 차 안의 가죽 냄새까지. 라오K는 옆에서 위스키를 마시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른쪽에서 남자 둘이 얘기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멈추더니 코를 킁킁거리며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그의 시선이 내 입가에서—닦지 않았다, 아직 거기 있다—목으로 미끄러지고, 니트 앞섶의 짙은 얼룩 두 개로, 마지막으로 다리에 멈췄다. 나는 다리를 아주 조금 벌렸다. 딱 그만큼만. 그가 그 구멍을 봤다. 목울대가 움직였고, 잔을 들어 크게 한 모금 마셨다.

【라오K·남편】

그 남자는 이십 분 동안 그녀를 봤다. 내가 셌다. 그 시선에 귀끝까지 새빨개지면서도 다리는 오므리지 않았고 등은 점점 더 꼿꼿해졌다. 잔 속 얼음을 흔들며 그녀 귀에 가까이 댔다. “오늘 밤 방은 잡아 뒀어. 꼭대기 층, 풀 스위트. 테라스는 옆방이랑 반쯤 트여 있어서 소파에 올라서면 건너편이 보여.” 잔을 든 손이 멈췄다. “옆방에 사람 있어.” “있어.” 내가 말했다. “혼자 묵는 사람. 오후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어. 캐리어 하나.”

【샤오만·아내】

나는 그 사람을 모른다. 라오K도 모른다. 잔을 꽉 쥐었다. 다리 사이 찢긴 구멍으로, 또 뜨거운 것이 한 줄기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