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자오의 융안루 엘리베이터는 홀수 층에만 선다. 내가 가야 할 곳은 12층인데, 엘리베이터는 나를 11층에 내려놓았고, 남은 한 층은 계단으로 올라갔다. 계단실 조명은 소리 감응식이라 내가 기침을 한 번 하자 불이 켜졌고, 벽에 매직으로 쓴 글자들이 한 줄 드러났다. A부터 H까지, 글자마다 뒤에 화살표가 하나씩 그려져 있었다.
먼저 내 소개부터. 라오랑, 늙은 늑대라는 뜻이다. 서른여덟, 무역 일을 하고, 일 년에 이백 일은 밖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혼한 지 삼 년. 키는 172, 동생 놈은 사진 찍을 가치가 없는 부류. 이런 데이터는 세관 신고서처럼 미리 보고하는 게 내 습관이다. 나중에 당신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이자오에 오기 전에 단톡방에서 공부를 했다. 융안루, 한 층에 문이 여덟 개, 문마다 뒤에 여자가 한 명, 자기가 빌린 방, 자기가 정한 규칙. 문 앞 전구 줄이 켜져 있으면 그녀가 있다는 뜻. 전구 줄이 꺼져 있으면 두드리지 말 것. 이 몇 줄을 휴대폰 메모장에 옮겨 적고, 시험에 나올 부분이라고 밑줄까지 쳤다.
12층 복도는 생각보다 좁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려면 몸을 틀어야 했다. 바닥에는 호텔 복도에 까는 그런 빨간 카펫이 깔려 있어서 밟아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C 문의 전구 줄은 분홍색이었고, 깜빡, 깜빡, 누군가 문 뒤에서 윙크하는 것 같았다.
두 번 두드렸다. 문이 빠끔 열리고, 먼저 나온 건 손이었다. 손에는 코팅한 종이 한 장이 들려 있었다.
“먼저 봐요.” 그녀는 표준 중국어를 썼는데, 러시아어권 특유의, 글자 하나하나를 아래로 누르는 억양이 섞여 있었다.
받아 들었다. A4 용지를 반으로 접어 아주 정성껏 코팅했고, 네 귀퉁이가 전부 둥글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 위에는 프린트한 한자 네 줄.
기본, 팔백, 사십오 분.
아래 핥기, 이백 추가.
딥키스, 이백 추가.
후배위, 백 추가.
마지막 줄은 “노콘”이었는데, 빨간 펜으로 지워져 있었다. 두 줄로.
“이게 시간표예요?” 내가 말했다. “시간표.” 그녀가 문을 조금 더 열었다. “골라요.” “노콘은 왜 지웠어요?” “안 하니까.” “안 하는데 왜 인쇄했어요?” “인쇄하고 지워야 당신들이 기억하지.” 그녀가 말했다. “안 찍어 놓으면 꼭 묻는 사람이 있어.”
문 뒤에 서 있는 사람은 키가 170 넘고, 검은 슬립 원피스 차림에, 머리는 밝은 금발로 염색했는데 뿌리 쪽에 벌써 짙은 색이 한 마디쯤 자라 있었다. 얼굴은 예뻤다. 광대가 높고, 눈은 옅은 회색. 가슴은 크지 않았다, 한 손 분량. 다리는 지나치게 길어서 슬립 자락에서 바닥의 털슬리퍼까지 쭉 뻗어 있었다. 이 늑대의 감정학은 그 2초 사이에 이미 한 바퀴 돌았다. 허리-엉덩이 비율 7점, 자연산, 다리 9점, 협조도 미지수.
“기본.” 내가 말했다.
그녀가 나를 한 번 봤다. 그 눈빛의 뜻은 분명했다. 또 하나 왔군.
“팔백.”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바람막이 안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세어서 건넸다. 그녀는 한 번 세어 보고, 접어서, 문 옆 수납장 서랍에 넣었다. 그 일련의 동작이 편의점 계산대 같았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라는 한마디조차 빠져 있었다.
“사십오 분은 언제부터 세요?” 내가 물었다. “돈 낸 순간부터.” “그럼 내가 샤워하는 시간은……” “그것도 포함.” 그녀가 휴대폰을 한 번 봤다. “벌써 2분 지났어.”
이 늑대가 무역 일을 십몇 년 했지만, 거래에서 상대가 조건을 이렇게 명확하게 읽어 주는 건 처음이었다. 너무 명확해서 사인이라도 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이름이 뭐예요?” “카탸.” 그녀가 말했다. “스물여섯. 문패에 있어.”
방은 작았다. 침대 하나가 삼분의 이를 차지했고, 협탁에 작은 스탠드가 하나, 갓은 분홍색, 문 앞 전구 줄과 같은 색이었다. 구석에는 인덕션 하나, 냄비 하나, 냄비 뚜껑 위에 행주 한 장이 걸쳐져 있었다. 커튼은 쳐져 있는데 틈이 한 줄 벌어져서, 맞은편 건물의 광고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빨갛다가, 파랗다가.
“샤워.” 그녀가 화장실을 가리켰다.
씻었다. 샤워기 물은 차가웠다 뜨거웠다 했고, 나는 그 안에서 나가서 삐끗할까 봐 미리 반쯤 세워 두었다. 이 늑대가 요 몇 년 터득한 법칙은, 잘하려고 할수록 더 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화장실에서 사전 작업을 끝내 둔다.
나왔을 때 그녀는 이미 슬립을 벗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몸에 남은 건 검은 팬티 한 장.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누워.” 그녀가 말했다.
누웠다.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협탁에서 콘돔을 하나 집어 뜯더니, 바나나 껍질 벗기듯 내게 씌웠다. 손은 차가웠고, 동작은 능숙했다. 너무 능숙해서 미처 서기도 전에 끝났다.
“잠깐만요.” 내가 말했다. “나 아직……” “알아.” 그녀가 고개를 숙여 한 번 봤다. “당신들 다 그래.” “다 어떤데요?” “다 급하고, 다 물렁해.” 그녀가 말했다. “급한 사람이 빨리 죽어.”
그녀가 손으로 감싸 쥐고 위아래로 몇 번 훑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힘은 다 써 가는 치약을 짜는 정도. 나는 천장을 노려봤다. 천장에 물 얼룩이 하나 있었는데 모양이 하이난섬 같았다. 섰다.
“됐어.” 그녀가 말했다.
그녀가 반듯이 누워 두 다리를 벌리고 손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뜻은: 들어와.
올라탔다. 정상위, 이 늑대가 제일 경험 없는 체위. 들어갈 때 좀 뻑뻑했다. 그녀가 협탁에서 러브젤을 하나 더듬어 꺼내 자기 거기에 조금 짜고, 내 콘돔에도 한 번 문질렀다. 그러는 내내 그녀의 눈은 내 왼쪽 어깨를 보고 있었다. 내 얼굴은 보지 않았다.
“뻑뻑하네.” 그녀가 말했다. “긴장했어?” “나는 늙어 쇠약해졌다오.” “뭐?” “늙었다고.” “서른여덟은 안 늙었어.” 그녀가 말했다. “서른여덟은 그냥 못하는 거야.”
몇 번 움직여서 리듬을 찾았다. 그녀는 꽉 조였다. 이건 공정하게 말해야 한다. 내 예상보다 조였다. 그런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내가 한 번 박을 때마다 가슴이 한 번 출렁였고, 짙은 색 젖꼭지가 작은 스탠드 아래서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다. 고개를 숙여 입에 키스하려 하자 그녀가 얼굴을 돌렸다.
“이백 추가.” 그녀가 말했다. “뭐라고요?” “딥키스, 이백 추가. 시간표에 적혀 있어.”
나는 피식 웃었고, 그 웃음에 리듬이 날아갔다. 그녀가 그걸 느꼈는지 허리를 한 번 위로 쳐올려서 계속 일하라고 일깨웠다.
“빠른 게 좋아요, 느린 게 좋아요?” 내가 물었다. “아무거나.” “어느 쪽이 당신이 좋은데요?” “당신이 낸 건 기본이야.” 그녀가 말했다. “기본엔 그런 질문 없어.” “그럼 추가 요금엔 있어요?” “추가에도 없어.” 그녀가 말했다. “추가엔 혀가 있지.” “혀가 당신을 좋게 해 줘요?” “혀는 당신을 좋게 해 주지.” 그녀가 얼굴을 돌려 나를 한 번 보고는 다시 어깨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 사십오 분 가고 있어.”
조금 세게 박았다. “이건요?”
“이건 기본.” “기본도 좋을 수 있어요?” “있지.” 그녀의 손이 시트를 움켜쥐었다. “근데 말 안 해.”
더는 묻지 않았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녀에게서 작은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아주 작은 “응”, 코에서 나오는 소리. 그녀의 다리가 내 허리를 감았고, 발뒤꿈치가 내 엉덩이를 한 번 툭 쳤다가 다시 내려갔다. 그 한 번이 이 사십오 분 동안 그녀가 팔백 위안이 아니라 나하고 하는 것처럼 보인 유일한 순간이었다.
몇 분. 이 늑대는 늙어 쇠약해서 버티지 못했고, 콘돔 안에 싸고, 그녀 위에 엎드려 헐떡였다. 그녀가 내 등을 두드렸다. 두 번. 개 한 마리 두드리듯.
“됐어.” 그녀가 말했다.
일어나서 콘돔을 벗겨 매듭짓고 침대 옆 쓰레기통에 버렸다. 통 안에는 이미 두 개가 있었다.
그녀는 손을 씻고, 나는 옷을 입었다. 분홍 스탠드가 그녀의 등을 실루엣으로 비췄다. 허리가 아주 가늘고, 엉덩이가 바깥으로 한 번 뒤집히고, 엉덩이에는 흉터가 하나 있었다. 3센티, 하얀.
“다음에 와.” 그녀가 말했다. 돌아보지 않고. “다음에 오면 뭘 골라요?” “시간표에 있어.”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 “하룻밤에 몇 명이에요?”
“시간표에 그런 건 없어.” “당신한테 묻는 거예요.” “나한테도 없어.” 그녀가 문을 반쯤 닫았다. “전구 줄 아직 켜져 있어. 가요.”
바람막이 지퍼를 올리고 나왔다. 전구 줄은 아직 깜빡이고 있었다.
복도에서 D 문이 열리더니 양복 입은 남자가 나왔다.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걸었다. 우리는 빨간 카펫 위에서 몸을 틀어 비켜 갔고, 서로 보지 않았다. 융안루의 규칙 중 하나: 복도에서는 아는 척하지 않는다. 메모장에 이 조항을 추가했다.
계단실에 들어서자 소리 감응등이 다시 켜졌다. 거기 서서 한 가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팔백 위안으로 사십오 분을 샀는데, 그녀가 준 건 대략 12분이었다. 남은 삼십몇 분은 어디로 갔나.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메모장에 감정서를 썼다. C 문, 허리-엉덩이 비율 7, 다리 9, 자연산, 협조도 3. “가성비” 칸까지 쓰다가 잠깐 멈췄고, 그 세 글자를 지웠다. 이 늑대가 감정서를 십몇 년 썼지만, 칸을 하나 지운 건 처음이었다.
호텔 침대에 누워, 에어컨을 18도까지 내려도 더웠다. 창밖은 하이자오의 밤이었고, 배의 고동 소리가 한 번씩 울렸다. 시간표의 그 네 줄을 영어 단어 외우듯 외워 봤다. “딥키스, 이백 추가”까지 외우다가 몸을 뒤척였다.
“이백 추가.” 천장을 향해 한 번 말해 봤다. 호텔 천장에는 하이난섬이 없었다.
다음 날 낮에는 하이자오를 하루 종일 걸었다. 완탕면을 한 그릇 먹고, 부두에서 한 시간 동안 배를 봤다. 오후에 호텔로 돌아가 잠을 잤고, 알람은 8시로 맞췄다. 깨어났을 때 나는 이미 내가 어디로 갈지 알고 있었다.
밤 9시, 다시 12층으로 올라갔다. C 문 전구 줄이 켜져 있었다. 두 번 두드렸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문 안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보다 조금 먼 곳에서. “잠시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