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야오·아내】
새벽 네 시 이 분, 그녀는 “징스 24시간 셀프 빨래방”의 유리문을 밀었다. 밖은 영하 삼 도, 문 안쪽은 건조기 열기라 들어서자마자 안경알이 하얗게 김이 서렸다.
먼저 벽에 붙은 안내판을 본다. 코팅한 A4 용지에 고딕체로 “세탁이 끝난 옷은 바로 가져가세요”. 다 읽고 나서야 파란 플라스틱 바구니를 빨래 개는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그녀의 습관이다. 매번 꼭 본다.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듯이.
바구니 안은 사흘 치 빨래. 그녀의 상담원 유니폼 두 벌, 유카이의 셔츠 세 장, 회색 스웨터 한 장, 내복 바지 두 벌. 짙은 색과 옅은 색을 나눠서 짙은 색은 삼 호기, 옅은 색은 오 호기. 이 호기는 탈수할 때 튀어서 쓰지 않는다.
삼 호기 문 옆에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파란 조끼, 조끼에 배달 플랫폼 이름이 찍혀 있다. 그는 육 호기에 우비를 한 벌 한 벌 밀어 넣는 중이었다. 노란색에 반사띠가 달린 것들. “삼 호는 방금 내가 넣었어요.” 그가 말했다. “사 호 써요.” “사 호는 돌아갈 때 소리가 커요.” “사 호는 소리가 크죠.” 그는 마지막 우비를 밀어 넣고, “그럼 내 거 탈수 끝날 때까지 기다려요. 십일 분.”
그녀는 서서 기다렸다. 저 플라스틱 의자에는 절대 앉지 않는다. 누가 앉았었는지 모르는 의자다. 그녀는 빨래 개는 테이블 옆에 서서,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안내판을 봤다.
푸야오, 서른 살. 하는 일은 전화 받기. 밤 열 시부터 새벽 세 시 반까지, 가전제품 회사의 애프터서비스 상담 전화, 받는 건 전부 항의다. 이 근무를 고른 건 사람을 안 봐도 되기 때문이다. 전화 저편 사람은 욕을 다 하고 나면 끊는다. 그녀는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하룻밤에 마흔 번 말한다.
집 세탁기는 삼월에 고장 났다. 유카이는 “내가 볼게”라고 했다. 세 번 말했다. 첫 번째는 뒤판을 열고 십 분을 봤고, 두 번째는 열지 않았고, 세 번째는 그녀가 일깨워 줬더니 “아, 내가 볼게” 하고는 회의하러 갔다. 그녀는 다시 꺼내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이 가게를 찾아냈다.
【뉴번·단남】
그 여자는 매번 네 시 몇 분에 들어온다. 나는 그보다 이십 분 먼저 온다. 스테이션은 세 시 반에 야간 주문을 마감하고, 나는 애들 우비를 한 바퀴 걷어서 여기로 가져와 빤다. 우비 열두 벌, 한 대에는 다 안 들어가서 두 번에 나눈다.
그 여자는 종아리까지 오는 검은 코트를 입고, 안에는 짙은 남색 유니폼, 옷깃에 사원증을 달았는데 사원증은 뒤집혀 있어 이름이 안 보인다. 안경. 머리는 뒤로 묶어서 한 올도 삐져나오지 않는다.
그 여자는 빨래를 가른다. 짙은 색 한 무더기, 옅은 색 한 무더기, 우리 스테이션에서 주문 가르는 것보다 더 꼼꼼하다. 남자 셔츠는 털어서 다시 개고, 네모나게 개서야 집어넣는다. 넣기 전에 옷깃 냄새를 한 번 맡는다. “매번 서서 기다려요?” 내가 물었다. “네.” “의자 돈 안 받는데.” “서 있으면 돼요.” “서 있으면 안 추워요?” “추워요.” “추운데 서 있어요?” “서 있으면 빨리 따뜻해져요.” “남편은 안 와서 빨아요?”
그 여자가 나를 한 번 봤다. 안경알에 아직 김이 조금 남아서 눈이 잘 안 보였다. “낮 근무예요.” “아.” “낮 근무 하는 사람은 빨래 안 해요?” “세탁기 봐 준다고 했어요.” “봤대요?” “세 번 봤어요.”
내 이름은 뉴번, 서른다섯, 이 구역 배달 스테이션 점장. 이혼했고, 스테이션 위층에 혼자 산다. 네 시부터 다섯 시까지가 하루 중 전화를 안 받아도 되는 유일한 한 시간이다.
그 여자 세탁기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그 여자는 벽의 안내판을 본다. “세탁이 끝난 옷은 바로 가져가세요.” 내가 소리 내서 읽었다. “이 안내판 매번 보네요.” “잊어버릴까 봐요.” “옷을 잊어요?” “가져가는 걸 잊어요.” “누가 자기 옷 가져가는 걸 잊어요.” “잊는 사람 있어요.” 그 여자가 말했다. “사흘 놓여 있는 바구니 본 적 있어요.”
삼 호기 드럼이 돌아갔다. 안에는 그 여자 남편 셔츠, 흰 거, 위로 뒤집혔다가 다시 떨어졌다.
【유카이·남편】
일곱 시 반 알람. 유카이가 눈을 뜨니 푸야오는 옆에서 자고 있었다. 등을 돌린 채, 이불을 귀까지 덮고. 의자 위에는 개어 놓은 옷, 네모난 한 무더기, 만져 보니 아직 조금 따뜻했다.
세탁기가 고장 난 뒤에도 옷은 계속 깨끗했다. 한 번 생각해 봤다. 아마 낮에 그녀가 아래층에 가서 빠는 거겠지. 한 번 생각하고는 더 생각하지 않았다.
유카이, 서른한 살, 프로그래머, 아홉 시 출근 체크. 죽을 끓인다. 밥솥 쾌속 취사를 누르면 이십 분. 죽이 되면 두 그릇을 퍼서 한 그릇은 식탁에 놓고 접시를 덮는다. 패딩을 입고, 침대 옆에 잠깐 서서, 그녀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녀는 자고 있고, 미간은 평평하다. “나 간다.” “응.” “저녁에 세탁기 볼게.” “응.” “진짜 볼게.” “응.”
그는 집을 나선다. 복도가 춥다. 그녀가 그랬던 게 떠오른다. 야간 근무 끝나고 오는 길이 제일 춥다고. 다음에 그녀가 또 그 말을 하면 일어나서 마중을 나가야지, 하고 그는 생각한다. 그녀는 그 말을 다시 하지 않았다.
【푸야오·아내】
엄마의 규칙, 서른이 돼서도 외울 수 있다. 빨간 옷 입지 않기, 머리 염색하지 않기, 밖에서 밥 먹지 않기, 밤 열 시면 문 잠그기, 남자와 단둘이 한 방에 있지 않기.
아빠는 군대에서 돌아온 사람이라 밥상에서는 말을 못 하게 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말을 안 했고, 그래서 커서 전화 받는 일을 한다. 전화를 받을 때는 사람 얼굴을 안 봐도 된다.
지금 그녀는 매일 새벽 한 남자와 단둘이 한 방에 있다. 방에는 세탁기 여섯 대, 건조기 세 대. 그녀는 이 일을 자신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제1조, 여기는 공공장소다. 제2조, 문은 유리라 밖에서 보인다. 제3조, 그와 열 마디 넘게 말한 적이 없다.
제3조는 지난달에 이미 깨졌다.
십일월 십구일, 그녀가 옅은 색 바구니를 세탁기에서 꺼낼 때 손가락이 얼어서 뻣뻣했고, 우비의 물이 육 호기 문을 타고 흘러내렸다. 뉴번이 건조기에서 조끼 한 무더기를 끌어내서, 뜨거운 채로 그녀 손 위에 턱 올려놓았다. “좀 녹여요.” “괜찮아요.” “손이 다 굳었는데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그녀의 손이 뜨거운 조끼 더미에 묻혔다. 열기가 손가락에서 팔꿈치까지 파고들었다. 그녀는 손을 빼지 않았다.
제4조,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손은 안 친다.
엄마라면 손도 친다고 할 것이다. 엄마는 야간 근무를 해 본 적이 없다. 세 시 사십 분에 사무실 건물을 나설 때 옷깃으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엄마는 모른다. 막 멈춘 건조기에서 꺼낸 옷을 손에 덮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모른다. “이름이 뭐예요?” 그가 물었다. “푸야오.” “푸야오.” 그가 한 번 따라 했다. “나는 뉴번. 소 우 자 세 개를 겹쳐 쓰는 그 번.” “알아요.” 그녀가 말했다. “조끼에 찍혀 있잖아요.”
【뉴번·단남】
그날부터 우리는 말을 했다. 그 여자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우리는 말을 한다. 세탁기가 멈추면 그 여자는 옷을 꺼내 건조기에 넣고, 삼십 분을 누르고, 삼십 분을 기다리고, 간다.
건조기가 돌아갈 때 그 여자는 말을 조금 더 한다. 자기가 받는 전화 얘기를 한다. 어떤 할아버지가 매일 밤 열한 시에 전화해서 냉장고를 욕하고, 다 욕하고 나면 “아가씨 고생이 많아”라고 한단다. 남편이 죽에 좁쌀을 한 줌 넣는다고 한다. 엄마 얘기를 한다. 엄마 얘기를 할 때는 손가락으로 코트 단추를 후빈다. “할아버지가 욕 다 하고 뭐라 그래요?” “아가씨 고생이 많아.” “뭐라고 대답해요?”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냉장고를 욕하는데 당신이 왜 죄송해요.” “매뉴얼이에요.” “어머니 규칙이 많네요.” “많아요.” “다 지켜요?” “지켜요.” 그 여자는 잠깐 생각하더니, “전에는 지켰어요.” “지금은요?”
그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건조기 표시창이 09:00에서 08:59로 넘어갔다. 그 여자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지금은 여기 있잖아요.”
십이월 삼일, 그 여자 옷이 아직 건조 중일 때 나는 뒤에서 그 여자 옆으로 걸어갔다. 그 여자는 빨래 개는 테이블 옆에 서서 벽을, 그 안내판을 마주 보고 있었다. 나는 손을 그 여자 코트 주머니 바깥에 얹었다. 코트 너머로 손에 그 여자 허리가 닿았다.
그 여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표시창은 06:40. “돌아가고 있네.” 내가 말했다. “돌아가고 있어요.”
내 손이 코트 너머로 위로 올라가 갈비뼈에 닿고, 유니폼 단추에 닿았다. 그 여자의 숨이 바뀌었다. 코에서 입으로. 그 여자는 여전히 그 안내판을 보고 있었다. “뉴번 씨.” “응.” “울리면 갈 거예요.” “알아요.” “뭘 알아요.” “울리면 당신이 간다는 거.” “그런데 왜 손을 올려요?” “돌아가고 있으니까.”
나는 그 여자 단추를 풀지 않았다. 손을 그 여자 허리에 붙이고 있었다. 코트 너머 허리는 차가웠고, 손을 한참 붙이고 있자 따뜻해졌다. 표시창이 떨어진다. 05:12, 04:30, 03:00. 그 여자 숨이 한 번, 또 한 번. 01:00이 됐을 때 그 여자가 내게 기대 왔다. 뒤통수가 내 쇄골에 닿았다. “삐—”
건조기가 울렸다. 그 여자는 몸을 세우고, 문을 열고, 뜨거운 옷을 한 벌 한 벌 꺼내 네모나게 개서 바구니에 넣었다. 나를 보지 않았다. 바구니를 들고 나가고, 유리문이 닫히고, 바깥 찬 공기가 한 번 들어왔다가 다시 문에 막혔다.
【푸야오·아내】
그녀는 걸어서 집에 간다. 삼 동에서 오 동까지, 이백 미터. 바구니를 배에 대고, 옷은 뜨겁고, 오 동 아래 도착하면 식어 있다.
제5조,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는 코트 너머였다.
제6조, 그녀가 기댔다.
제7조, 울리자 그녀는 갔다. 갔으니까, 이 조는 성립한다.
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자 유카이는 자고 있고, 숨이 아주 고르다. 그녀는 옷을 의자에 올려놓았다. 한 무더기. 화장실에서 찬물을 틀고 손을 씻고 얼굴을 씻고, 오래 씻어서 손이 다시 얼었다.
그녀는 눕는다. 유카이가 몸을 뒤척이더니 손을 뻗어 그녀 허리에 얹었다. 잠옷 너머로, 아까 그 자리에.
제8조, 그녀는 눈을 감은 채 말했다. 그가 얹은 건 그녀고, 뉴번이 만진 건 코트다.
이튿날 새벽 네 시 삼 분, 그녀는 옷을 건조기에 넣었다. 평소에는 삼십 분을 누른다. 이날은 사십팔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