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위안·남편】
음력 12월 26일, K587 열차, 남역. 롼워(침대칸) 한 장, 잉쭤(일반 좌석) 한 장. 물류단지의 라오자오한테 부탁해서 대리 판매점에서 겨우 잡은 표로, 하루만 더 늦었으면 입석밖에 안 남았을 거였다.
롼워는 퉁루이 몫. 서른넷, 성인 야간학교에서 교무를 7년 봤다. 시간표 짜고, 출석 부르고, 수강생 수료증 재발급해 주고, 일 년 내내 사무실에 앉아 있어서 허리가 안 좋다. 나는 서른여섯, 물류단지 화물 정리 주임, 일 년의 절반은 서서 일한다. 잉쭤에 스무 시간 앉아 있는 건 일도 아니다.
“9호차, 11호 아래 침대.” 나는 표를 그녀의 패딩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나는 3호차 118번. 개찰구 지나면 각자 가고, 도착하면 내가 데리러 갈게.”
“표 챙겨 둬.” 그녀가 말했다. “알아, 돌아가서 정산해야지.” 내가 말했다. “도착하면 나한테 줘.”
이 두 마디를 우리는 결혼 8년 동안 8년 내내 했다. 그녀의 표는 매번 내가 거둬서, 반듯하게 접어, 정산서에 끼운다.
개찰구는 창고에서 짐 부릴 때처럼 사람이 밀렸다. 그녀는 내 반 걸음 앞에서 걸었고, 캐리어 바퀴가 바닥 타일 틈에서 하나씩 하나씩 튀었다. 나는 그녀 뒤통수의 틀어 올린 머리를 보면서 뭔가 말하려 했고, 나온 말은 “타면 먼저 물통부터 채워”였다.
【퉁루이·아내】
롼워 객실은 침대가 넷. 위 침대는 시댁에 가는 젊은 부부로, 스물 몇 살, 남자는 올라가자마자 이어폰을 꼈고 여자는 패딩을 개고 있었다. 맞은편 아래 침대에는 남자가 하나 앉아 있었다. 마흔쯤, 검은 패딩 조끼, 발치에 하드케이스 캐리어 하나, 캐리어에는 제약회사 물류 전표가 붙어 있었다.
가방을 놓고 앉았다. 침대는 딱딱했다. 파란색 흰색 체크 시트 한 장 너머로 엉덩이에 밑의 나무판이 닿았다. 기차는 아직 안 움직였고, 창밖은 플랫폼의 불빛.
“아래 침대분, 창가 쪽이에요, 문 쪽이에요?” 맞은편 남자가 물었다. “창가요.” “그럼 난 문 쪽으로.” 그는 캐리어를 문 쪽 끝으로 밀었다. “밤에 화장실 갈 때 넘어다니지 않게.”
기차가 움직였다. 먼저 한 번 덜컥하더니, 레일 이음매의 그 규칙적인 덜컹거림이 나무판에서 꼬리뼈로 전해져서, 위로 올라왔다. 휴대폰이 켜졌다. 치위안이 보낸 “자리 잡았어”. 나는 “응”이라고 답했다.
야간학교 수강생들은 나를 “퉁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제일 어린 사람이 스물둘, 제일 많은 사람이 쉰여덟, 낮에는 공장에서, 가게에서, 공사장에서 일하고, 밤에 전문대 학위를 따러 온다. 지각하면 지각을 적고, 결석하면 결석을 적는다. 나는 적을 때 감정을 넣지 않는다. 감정은 나중에 온다. 어떤 때는 하루 늦게, 어떤 때는 일주일 늦게.
맞은편 남자가 조끼를 벗었다. 안에는 회색 스웨터, 소매 끝에 보풀이 일어 있었다. 그가 나를 봤다. 2초. 나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출장 갔다 돌아가는 길이에요?” 그가 물었다. “설 쇠러 집에 가요.” “혼자?” “남편은 잉쭤에 있어요.” “표를 같이 못 구했구나.” “네.” “롼워를 당신한테 양보했네.” 질문이 아니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원타오·단남】
나는 의약품 영업을 13년 뛰었고, 일 년에 200일은 기차 위에 있다. 사람 보는 건 약 설명서 보는 거랑 같다. 먼저 적응증을 보고, 그다음 금기를 본다.
맞은편 이 여자, 서른 초반에서 서른다섯 사이. 패딩 안에는 목까지 올라오는 회색 스웨터, 머리는 한 올 흐트러짐 없이 틀어 올렸고, 앉은 자세는 사무실에서 나온 자세다. 허리는 곧고, 무릎은 모았다. “남편은 잉쭤에 있어요”라고 말할 때 목소리도 안 변하고 얼굴도 안 변했다. 수강생 출석 부르듯이.
설명서라면 이걸 “증상이 뚜렷하지 않음”이라고 한다. 금기는? 금기는 기다려 봐야 안다.
아홉 시 반, 승무원이 패를 바꾸러 왔다. “표 주세요, 도착 전에 다시 바꿔 드립니다.” 그녀가 표를 건넸고, 승무원은 한 번 보고 장부에 이름을 적었다. 나는 그 표를 슬쩍 봤다. 퉁루이. 롼워, 11호 아래 침대.
내 패는 12호. 승무원이 플라스틱 패 두 개를 겹쳐서 작은 테이블 너머로 건넸다. 그녀가 받아서 하나를 나한테 나눠 줬다. 손가락이 닿았다. 차가웠다.
“손이 진짜 차네요.” 내가 말했다. “차 안 난방이 아직 안 들어와서요.” “11월부터 이 노선을 뛰는데, 난방은 산간 지역을 지나야 들어와요.” “산간 지역?” “칭강을 지나면 전부 터널이에요. 하나 끝나면 또 하나. 귀가 아플걸요.” 그녀는 나를 한 번 보고, 말을 받지 않았다.
위 침대 젊은 부부가 소곤거리고 있었다. 여자가 “내일 어머님 댁에서 술 마시지 마”, 남자가 “응”. 나는 조끼를 개서 베개 밑에 밀어 넣었다. 그녀가 내가 개는 걸 보고 있었다.
“뭘 봐요?” “옷 개는 게 우리 폐기 서류 접는 거랑 똑같아서요.” 그녀가 말했다. “모서리를 맞춰서.” “폐기 서류가 뭔데요?” “수강생이 자퇴하면 서류를 폐기 처리해서, 접어서 철해 둬요.” “철해 둔 게 많아요?” “많아요.” 그녀가 말했다. “나도 그 안에 있어요.”
【치위안·남편】
열 시, 잉쭤 칸은 아직 불이 켜져 있고, 통로는 온통 사람이다. 서 있는 사람, 쪼그려 앉은 사람, 캐리어를 눕혀 놓고 그 위에 앉은 사람. 내 옆자리는 고향 가는 젊은 녀석인데, 타자마자 자더니 머리가 내 어깨로 두 번 기울어 왔다.
귤 두 개, 컵라면 하나, 물 한 병을 사서 3호차에서 9호차로 걸었다. 한 칸 지나는 데 일고여덟 쌍의 다리를 넘어야 했다. 욕을 먹었고, 나는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9호차는 다른 역처럼 조용했다. 카펫, 문은 전부 닫혀 있고, 복도에는 조는 승무원 하나뿐. 11, 12호 문을 두드리자 퉁루이가 열었다.
“먹었어?” “먹었어.” “귤.” 나는 사 온 것들을 작은 테이블에 놓았다. 맞은편 침대의 남자가 나한테 고개를 까딱했고, 나도 까딱했다. 위 침대 젊은 부부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퉁루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침대가 진짜 딱딱했다. 잉쭤보다 나을 게 별로 없었다. 허리 안 아프냐고 물었더니 안 아프다고 했다. 물통 채웠냐고 물었더니 채웠다고 했다. 그러고 나니 할 말이 없었다.
그녀를 한 번 봤다. 그녀는 창밖을 보고 있었고, 창밖은 깜깜해서, 유리에는 그녀 자신의 얼굴만 비쳤다. 결혼 8년, 내가 그녀를 본 횟수는 출고 전표를 본 횟수보다 적다. 이건 잉쭤에 앉아서야 떠오른 거였다.
“일찍 들어가서 자.” 그녀가 말했다. “응.” 나는 일어섰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 “터널 안에서는 신호가 안 터져요.” 맞은편 남자가 말했다. 안다고 나는 말했다.
【퉁루이·아내】
치위안이 간 뒤, 열 시 반, 승무원이 소등하러 왔다. 객실에는 문틈의 빛 한 줄기만 남았고, 창밖으로 가끔 신호등 하나가 지나갔다.
위 침대 여자가 작게 “자자”라고 했고, 남자가 “응”이라고 했다. 나는 누워서 기차 담요를 끌어당겼다. 담요는 짙은 남색이고, 털이 뻣뻣해서, 턱에 닿으면 따가웠다.
나는 잘 때 커튼을 치지 않는다. 치위안도 안다. 결혼 첫해에 그가 한 번 쳤는데, 나는 한밤중에 일어나서 다시 걷었다. 바깥을 보고 있어야 한다. 바깥에 아무것도 없어도 보고 있어야 한다.
기차가 작은 역을 서지 않고 지나갔고, 플랫폼 불빛이 하나씩 하나씩 객실 천장을 훑고, 맞은편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그도 안 자고 있었다. 옆으로 누워, 한 손을 머리 밑에 받치고, 눈을 뜨고 있었다.
“잠이 안 오지.” 그가 말했다. 목소리를 아주 낮게 눌러서. “네.” “나도. 이 노선 열한 번 탔는데, 한 번도 잔 적이 없어.” “왜요?” “떨려서.” 그가 말했다. “느껴지지. 침대 판 밑에서, 계속 떨리잖아.”
느껴졌다. 타자마자부터 계속. 어깨뼈, 꼬리뼈, 발뒤꿈치, 세 군데에, 한 번씩 한 번씩. 평소에 사무실에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나한테 이 세 군데가 있다는 걸 떠올리지 않는다.
“남편은 잉쭤에 있으니까, 지금 더 심하게 떨리겠네.” “잉쭤는 떨리지 않아요. 잉쭤는 흔들려요.” “타 봤어?” “연애할 때 타 봤어요.” 내가 말했다. “그해 스물여섯이었어요.” “그때 남편은 당신을 봤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부끄러움은 오지 않았다. 온 건 다른 거였는데, 뭔지 말할 수가 없다.
그가 일어나 앉아서, 발치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작은 테이블 너머로 건넸다. “안 땄어.” 나는 받지 않았다. “차 안 난방은 건조해.” 그가 말했다. “목이 금방 쉴 거야.”
받았다. 병은 차가웠고, 내 손보다 더 차가웠다.
【원타오·단남】
물을 받을 때 그녀는 일어나 앉지 않았다. 옆으로 누운 채, 한 팔을 작은 테이블 너머로 뻗었다. 담요가 어깨에서 반쯤 흘러내렸고, 목까지 올라오는 스웨터 깃 위로 목 한 토막이 드러났다. 그녀는 뚜껑을 돌려 한 모금 마시고, 닫아서, 베개 옆에 놓았다.
“고마워요.” 몇 초나 지나서야 그녀가 말했다.
“고맙다는 말도 생각하고 하나?” “난 뭐든 생각하고 해요.” “그럼 이것도 생각해 봐.” 내가 말했다. “이 객실은 불이 꺼지면 아무것도 안 보여. 커튼만 보이지. 치면 한 가지 뜻이고, 걷어 두면 다른 뜻이야.”
그녀는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았다. 나를 봤고, 어둠 속에서 눈이 한 번 빛났다.
“말이 참 직설적이네요.” “영업 뛰는 사람이라. 직설적이지 않으면 시간 낭비야.” “이름이 뭐예요?” “원타오. 신문의 원에, 파도의 타오.” “몇 살이에요?” “마흔하나.” “이 노선 열한 번이라고요?” “열두 번. 이번까지 치면.”
기차가 선로 전환기를 지나면서 침대 판 전체가 옆으로 한 번 크게 흔들렸고, 그녀 베개 옆 물병이 넘어져 작은 테이블 밑으로 굴렀다. 손을 뻗어 주우려는데 손등이 그녀가 늘어뜨린 손가락에 닿았다. 그녀는 움츠리지 않았다.
물병을 그녀 베개 옆에 돌려놓았다. 그녀의 손은 아직 거기 늘어져 있었고, 나는 두 손가락으로 그녀 손끝을 한 번 집었다가, 놓았다. 손끝이 한 번 움찔했고, 거두지 않았다.
“위 침대는 몇 시에 내려요?” 그녀가 물었다. “세 시 십오 분, 칭강.” 내가 말했다. “칭강에서 8분 정차해.”
그녀는 그 손을 담요 안으로 거두고, 몸을 돌려 창문 쪽을 향했다. 커튼은 아직 걷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