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징 · 그녀】
내 이름은 판징. 서른 살, 그래픽 디자이너, 싱글. 회사는 하이테크 지구에 있는 오피스 빌딩 19층이고, 나는 창가 자리에 앉는다. 하루에 하는 말을 다 합쳐도 스무 마디가 안 되고, 대부분은 “확인했습니다”, “네”, “오늘 밤에 수정해서 보내드릴게요”다.
동료들은 나한테 별명을 붙여줬다. ‘무음 모드’. 부서 회식에서는 맨 끝자리에 앉아 오렌지주스 한 잔만 마시고, 아홉 시 정각이면 고양이 밥 줘야 한다며 일어난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다.
나는 도시 서쪽의 90년대 낡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6층짜리 벽돌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없고, 우리 집은 4층이다. 방 두 개에 거실 하나, 월세 1,900위안, 베란다는 큰길 쪽을 향해 있다. 길 건너편에는 셔터를 내린 철물점이 줄지어 있고, 새벽 한 시까지 여는 사현 분식집이 하나 있다.
이 버릇이 생긴 건 작년 여름이었다. 그해 7월 에어컨이 고장 났고, 집주인이 위챗으로 말했다. “기사님이 다음 주 수요일에야 온대요. 며칠만 창문 열고 버텨요.”
4층은 서향이다. 밤 아홉 시에도 집 안이 31도였다. 샤워를 하고 나서 브래지어도 귀찮아서, 빨아서 얇아진 흰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거실에 양반다리로 앉아 클라이언트 포스터를 고치고 있었다. 일곱 번째 시안.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방충망 너머 칠팔 미터 앞이 맞은편 동의 베란다였다. 3층에는 중년 아저씨가 살았는데, 매일 밤 열 시면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 라이터가 ‘탁’ 하고 켜지고, 불꽃이 한 번 밝아졌다가 꺼졌다.
그날, 담배를 반쯤 피우던 아저씨의 빨간 불씨가 입가에 멈춘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슬쩍 내려다봤다. 땀 때문에 티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있었고, 두 젖꼭지가 천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색도 모양도 선명하게 비쳤고, 둘레의 작은 오돌토돌한 것까지 다 보였다.
일어나서 커튼을 쳤어야 했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마우스를 오른쪽으로 한 칸 끌어서 레이어를 정렬하는 척했다. 등에는 식은땀이 배어났고, 허벅지 안쪽 깊은 곳은 뜨거워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시안을 열두 시까지 붙잡고 있었지만 픽셀 하나도 고치지 못했다. 불을 끄고 옆으로 누워 드디어 팬티 속에 손을 넣었을 때, 손가락이 닿자마자 알았다. 팬티 밑이 이미 조그맣게 흠뻑 젖어서 보지 입구에 달라붙어 있었다.
다음 날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옆 팀 팀장을 만났다. “판 씨,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평소보다 더 작은 목소리였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일고여덟 명이 있었지만, ‘무음 모드’가 어젯밤 낯선 아저씨한테 이십 분 동안 가슴을 보여주고, 다리에 쥐가 날 때까지 혼자 만졌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어컨을 고친 뒤에도 나는 집에서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 커튼은 반만 치고 불은 켜둔 채로. 열어둔 반쪽은 정확히 내가 작업하는 자리를 향해 있었다.
맞은편 3층 아저씨는 나중에 이사를 갔고, 젊은 부부가 들어왔다. 조금 서운하기도 하고, 조금 안도하기도 했는데, 그러다 내가 더 먼 곳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걸 깨달았다.
10월의 어느 수요일, 밤 열한 시 반. 나는 쓰레기봉투 두 개를 들고 현관에 서서 팬티를 벗었다.
입고 있던 건 무릎까지 오는 회색 면 치마였다. 아주 평범한 거고, 회사에도 입고 간 적이 있다. 다른 점은 딱 하나였다. 치마 밑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
계단의 센서등은 두 층이 고장 나 있었다. 발을 구르지 않고 난간을 더듬으며 내려갔다. 1층 현관문으로 바람이 들이쳐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더니, 엉덩이 골까지 파고들었다. 너무 차가워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쓰레기통은 단지 정문에 있었다. 초록색 네 개. 경비실과 가로등 하나를 지나가야 했다. 경비 왕 영감님은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휴대폰으로 더우인을 크게 틀어놓고 있었다. 남자 목소리가 “여러분!” 하고 외치고 있었다.
“아가씨, 이렇게 늦게 쓰레기 버려?” 그는 눈도 들지 않았다.
“네, 내일 아침에 수거해서요.” 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걸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내 심장 소리가 귓속에서 쿵쿵 울리는 게 들렸다.
메이퇀 배달원이 전동 스쿠터를 타고 길가를 지나가다가 잠깐 속도를 늦추고 나를 돌아봤다. 딱 한 번. 마침 바람이 치맛자락을 한 뼘 들어 올렸고, 누르려고 손을 뻗을 때 손등이 허벅지 안쪽을 스쳤다. 미끌거렸다.
3층과 4층 사이 층계참까지 올라오자 다리가 풀려 더는 걸을 수가 없었다. 캄캄한 계단에 주저앉아 치마 속에 손을 넣었다. 애액이 벌써 허벅지를 타고 무릎 뒤까지 흘러 있었다. 손목을 깨물고 2분도 안 만졌는데 온몸이 활처럼 휘었고, 슬리퍼 한 짝이 벗겨져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 뒤로 쓰레기 버리기는 일주일 중 내가 가장 기다리는 일이 됐다.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회사에서 ‘무음 모드’. 클라이언트 로고를 열두 번째 시안까지 고쳤더니 “역시 첫 번째가 낫네요”라는 말을 들어도 “네” 한마디만 했다. 수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쓰레기봉투를 들고, 치마 밑은 맨살인 채로 4층에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한번은 계단에서 배달 음식을 받으러 내려오던 5층 청년과 마주쳤다. 그가 몸을 옆으로 비켜주었고,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지나갔다. 치맛자락이 그의 바짓가랑이를 스쳤다. 집에 돌아와 문을 닫고, 문에 등을 기댄 채 한참을 서 있었다. 허벅지 안쪽이 끈적해서 떨어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팬티를 안 입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새벽 한 시, 침대에 엎드려 타오바오를 뒤지며 검색창에 쳤다 지웠다, 지웠다 쳤다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 실리콘 애널 스틱, 전체 길이 17센티, 가는 쪽부터 굵은 쪽까지 아홉 마디, 가장 굵은 마디는 손가락 두 개 너비, 끝에는 손가락 고리.
고객센터 창을 열고 입력했다. “이거 처음 써도 괜찮아요?”
답이 바로 왔다. “고객님~ 처음 사용하실 땐 러브젤과 함께 쓰시는 걸 추천드려요~ 제일 가는 쪽부터 천천히, 서두르지 마시고, 몸에 힘만 빼시면 돼요!” 그 뒤에 수줍은 표정의 이모티콘.
주문했다. 요청사항 란에는 ‘내용물 비공개 배송’이라고 적었다.
사흘 뒤, 차이냐오 택배 보관소. 아주머니가 선반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수령 번호 621038, 판징 씨 맞죠? 생활용품.”
“네.” 받아 든 상자는 가벼웠다. 책 한 권 정도의 무게. 에코백에 쑤셔 넣고 집까지 오는 오백 미터 내내, 길 위의 모든 사람이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날 밤 샤워를 마치고, 한 발은 욕조 가장자리에, 한 발은 바닥에 딛고 세면대 거울을 마주한 채 손가락에 러브젤을 잔뜩 짜냈다. 차가웠다. 바르자마자 애널이 저절로 오므라들었고, 손가락 끝조차 들어가지 않을 만큼 조였다.
고객센터가 말한 대로 숨을 내쉬고, 또 내쉬었다. 가장 가는 끝을 갖다 댔다. 동그랬다. 처음엔 살짝 뻐근하더니, ‘쑥’ 하고 3센티쯤 미끄러져 들어갔다. 더 안으로 밀었다. 두 번째 마디, 세 번째 마디.
이상한 느낌이었다. 배 속에 갑자기 뭔가가 생겨서,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처럼 뻐근한데 정말로 가고 싶은 건 아니었다. 다섯 번째 마디에서 멈췄을 때쯤 그 뻐근함이 서서히 다른 것으로 변해갔다. 앞쪽으로 자꾸만 치고 올라오는 저릿함. 음란한 보지는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움찔움찔 오므라들며 물을 토해냈고, 손목까지 흘러내렸다.
시험 삼아 한 마디를 빼봤다. 가장 굵은 고리가 애널 입구까지 물러나며 그 둘레의 살을 하얘질 만큼 벌리더니, ‘뽁’ 하고 빠져나왔다. 나는 앞으로 고꾸라지며 이마를 거울에 박았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아픈 것도 신경 쓸 겨를 없이, 다시 밀어 넣었다.
거울 속 여자는 얼굴부터 목까지 새빨갰고, 입은 반쯤 벌어져 있었고, 눈은 촉촉했다. 나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봤다. 이 얼굴은 오후 세 시에 회의실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여백의 고급스러움’을 설명하던 바로 그 얼굴이었다.
전부 넣을 용기는 없어서 12센티에서 멈췄다. 집 안을 한 바퀴 걸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실리콘 마디들이 안에서 움직이고, 부딪혔다. 베란다 문 앞까지 와서는 문틀을 붙잡고 멈춰 섰다. 두 다리가 계속 떨렸다.
창밖 큰길은 텅 비어 있었다. 맞은편 사현 분식집만 아직 불이 켜져 있었고, 길가 가로등 아래에는 노란 빛의 동그라미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깨끗하게, 아무도 없이.
나는 생각했다. 이걸 끼운 채로, 전부 다 넣고, 저 아래에 서 있으면 어떨까?
빼지 않았다. 침실로 돌아가 쪼그려 앉아, 옷장 맨 아래 칸에서 작년에 사놓고 한 번도 입지 않은 반투명 흰색 마이크로 미니스커트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