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웨·아내】
싼야, 징완 리조트 호텔, 1708호 오션뷰 스위트. 11월 26일, 오전 열 시 십 분. 이 여행은 내가 두 달을 졸라서 얻어 낸 거다. 4박 5일. 그가 허락할 때 “그래, 다 네 말대로 할게”라고 했고, 방도 내가 찍은 방, 발코니가 수영장 정면인 그 방으로 잡아 줬다.
나는 발코니 문 앞에 서서 세 번째로 수영복을 갈아입고 있었다. 흰색 세트, 삼각컵, 끈은 국수 가닥처럼 가늘고, 출발 전날 빈장 백화점 매장에서 바로 산 거다. 삼천이백 위안.
쉐훙은 발코니 등나무 의자에 앉아 맥북을 무릎에 올리고 에어팟을 귀에 꽂은 채 화면을 향해 “이 4분기 예산은 이따 다시 한번 훑죠”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는 서른여섯, 나는 스물여덟, 결혼 4년 차. 그는 해외 공급망 일을 하고, 아주 바쁘다. 아주 다정하게 바쁘다.
“훙.” 나는 그의 앞에 서서 그의 바다를 반쯤 가렸다. 허리를 틀어 등 뒤의 묶은 끈을 보여 줬다. “이 매듭 예뻐?”
그는 눈을 잠깐 들었다가 다시 화면으로 떨어뜨리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예뻐.” “보지도 않았잖아.” “봤어, 흰 거.” “아까 것도 흰색이었거든.”
그는 이어폰 한쪽을 빼고 아주 참을성 있게 나를 한 번 봤다. 본 건 내 얼굴이지 수영복이 아니었다. “베이비, 이 회의 열두 시에 끝나. 끝나면 같이 가 줄게.”
“싫어, 지금 같이 있어 줘.” 나는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아주 적당히 당겼다. 그 이어폰은 안 빠질 만큼. “먼저 혼자 놀고 있어.” 그는 이어폰을 도로 꽂고 화면 너머로 내게 키스를 하나 날렸다. “카드 네 가방에 있어. 마시고 싶은 거 뭐든 시켜.”
나는 그 커다란 호피색 선글라스를 집어 들었다. 쓰지 않고 손에 쥐었다. “달래 줘.” “달래 주잖아. 열두 시.”
나는 문 앞에 잠깐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이미 화면으로 돌아가 있었고, 입으로는 “물류 쪽 손실률이”라고 하면서, 손은 내 쪽으로 휘휘 흔들었다. 가서 놀라는 뜻이다. 손을 흔들 때도 고개는 들지 않았다.
【아하이·단남】
나는 아하이, 스물넷, 충하이 사람이고, 징완에서 안전요원으로 2년째 일한다. 매일 여섯 시에 자리에 들어가 삼 미터 높이 흰 의자에 열 시간을 앉는다. 목에 호루라기를 걸고, 일 년에 몇 번 불지도 않는다.
내 일은 보는 거다. 누가 취해서 깊은 쪽으로 걸어가는지 보고, 누가 핸드폰을 물에 빠뜨리는지 보고, 누가 풀사이드에서 전화에 정신이 팔려 자기가 계단 위에 서 있다는 걸 잊는지 본다. 오래 보다 보면 뭐든 다 보인다.
열 시 반, 그녀가 수영장 서쪽 유리문에서 나왔다. 흰 비키니, 눈이 부시게 희고, 사람도 희다. 싼야에 있었던 사람 같지 않게 희다. 선글라스는 손에 쥔 채 쓰지 않았고, 오른손에 라탄 가방을 들고, 풀사이드 세 번째 선베드까지 걸어가 앉더니 먼저 위를 봤다.
보는 건 17층. 나는 그녀의 목선을 따라 위를 봤다. 17층 발코니에 남자 하나가 앉아 있다. 회색 티셔츠, 무릎에 노트북.
그녀는 눕고, 다시 일어나 앉고, 위를 보고, 다시 누웠다. 선글라스를 쓰고, 벗고, 썼다. 선크림을 다리에 한 덩이 짜서 반쯤 바르다 멈추고, 또 위를 봤다. 이십 분 동안 17층을 열한 번 봤다. 내가 셌다.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열한 시, 그녀가 일어나 물에 들어갔다. 수영을 못 하는지 벽을 짚고 걷다가, 내 의자 아래 구간까지 와서 고개를 들었다.
“안전요원님, 여기 얼마나 깊어요.” “일 미터 이십.” “매일 그렇게 높은 데 앉아 있어요?” “여기 앉아야 다 보이니까.”
그녀는 물속에서 얼굴을 들고 눈을 가늘게 떴다. 해가 그녀 머리 바로 위에 있었고, 어깨에는 벌써 가느다란 탄 자국이 생겨 있었다. 비키니 끈 한 줄만큼, 그려 넣은 것처럼 희다.
“그럼 나도 봤겠네요.” “봤죠.” “우리 남편은 봤어요?”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17층, 회색 티셔츠.”
그녀는 물속에서 한 번 웃더니 풀 가장자리를 짚고 몸을 돌려 올라왔다. 물이 허리께를 타고 내려가 수영복 바지 가장자리로 흘러들었다. “눈 진짜 좋네요.” “이걸로 먹고사니까.” “그럼 많이 드세요.”
【쉐훙·남편】
열한 시 오십오 분, 투자사 쪽에서 안건을 하나 더 얹었다. 나는 카메라를 끄고 일어나 목을 돌리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수영장은 작다. 17층에서 보면 파란 비누 한 장 같다. 그녀는 비누 가장자리에 있다. 흰 점 하나. 흰 점 옆에 흰 의자가 서 있고, 의자 위에 검은 점 하나.
삼 초 보고, 도로 앉아 카메라를 켰다. “죄송합니다, 계속하시죠.”
회의 중간에 아침에 그녀가 문 앞에 한참 서 있던 게 생각났다. 그때 뭘 입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고, “달래 줘” 한마디만 기억난다. 그녀는 이 말을 4년째 하고, 나는 매번 “달래 주잖아”로 받는다. 조건반사처럼.
나는 그녀한테 잘한다. 이건 자신 있다. 갖고 싶다는 건 값을 안 묻고, 가고 싶다는 데는 제일 좋은 방을 잡고, 화를 내면 달래고, 응석을 부려도 달랜다. 4년 동안 한 번도 안 싸웠다.
열두 시 사십 분, 위챗을 보냈다. “베이비 조금만 더 기다려, 한 시 반.” 그리고 프런트에 전화해서 보스턴 랍스터를 풀사이드로 보내고 1708호에 달아 두게 했다.
그녀가 오늘 수영복을 세 번 갈아입은 걸 안다. 나를 기다리는 것도 안다. 어떤 걸 입고 있는지만 모른다.
【친웨·아내】
한 시 반에 그는 내려오지 않았다. 랍스터가 와서 선베드 옆 작은 테이블에 놓였다. 통째로 한 마리, 껍질은 잘라 놓았고, 차가운 화이트 와인 한 잔이 딸려 왔다. 웨이터가 “쉐 선생님께서 보내셨습니다”라고 했다.
두 입 먹고 사진을 찍어 그에게 보냈다. 뽀뽀 이모티콘이 돌아오고, 이어서 “맛있어?”. 답하지 않았다. 와인을 다 마시고, 잔 바닥에 남은 한 방울을 손가락에 찍어 내 어깨의 탄 자국에 발랐다. 차가웠다.
선베드에서 몸을 뒤집어 엎드리고, 자국이 날까 봐 등 뒤 후크를 풀었다.
“저기, 손님.” 머리 위에서 누가 말했다. 팔 사이에서 얼굴을 들었다. 안전요원이 선베드 옆에 서 있었다. 손에 생수 한 병,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한낮 이 시간에 엎드려 있으면 등 다 타요.” “타면 누가 속상해해 주나.” 나는 후크를 채우고 일어나 앉아 물을 받았다.
“남편분은 안 내려와요?” “회의.” “휴가 와서 회의?” “회의하러 오는 게 그 사람 휴가야.” 나는 뚜껑을 돌려 땄다. “이름이 뭐예요.” “아하이.”
“아하이, 등에 좀 발라 줘요.” 그는 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건 제 일이 아닌데요.” “그럼 거기 서서 날 보는 건, 당신 일이에요?”
그는 잠깐 멍하더니 웃었다. 이가 아주 희고, 얼굴은 고르게 갈색으로 탔고, 목에는 호루라기 줄이 파고든 옅은 자국. “아니죠.” “그럼 발라요.” 나는 선크림을 건네고 돌아앉았다. “우리 남편이 그랬어요. 혼자 놀고 있으라고.”
그는 아주 얌전하게 발랐다. 손바닥으로 어깨에서 아래로 밀고, 비키니 끈 있는 데서는 돌아서 피하고, 한 바퀴 한 바퀴 허리께까지 밀어 내려와서 멈췄다. 나는 팔에 얼굴을 묻고, 내 숨이 평소보다 무거워진 걸 들었다.
“여기 자국 났네요.” 그의 엄지가 내 어깨의 그 흰 줄을 한 번 눌렀다. “희어요?” “희어요. 한 번도 안 탄 것처럼.”
“한 번도 안 탔어요.” 내가 말했다. “태우러 데리고 나가 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의 손이 내 등에서 떨어지고, 뚜껑이 딸깍 닫혔다. “오후 네 시 넘으면 해가 비스듬해져서 안 상해요.” 그가 말했다. “자국 태우고 싶으면, 네 시에 와요.”
【아하이·단남】
오후 세 시 이십 분, 그녀가 또 내려왔다. 갈아입었다. 검은색, 천은 더 적고, 위는 가는 끈으로 묶었고, 뒤에는 매듭 하나뿐.
선베드로 가지 않고 곧장 내 의자 밑으로 와서 고개를 들었다. 선글라스는 여전히 손에 쥔 채.
“한 시 반이랬는데.” “지금 세 시 이십 분.” “세 시랬는데.” “지금 세 시 이십 분.” “시간 좀 그만 읽어 주면 안 돼요?”
나는 의자에서 내려왔다. 교대는 다섯 시, 한 시간 사십 분 남았다.
그녀가 나를 봤다. 햇빛 아래서 눈이 아주 밝고, 눈꼬리가 약간 붉다. 탄 건지 다른 건지 모르겠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아서, 얼굴을 들고 말할 때 목 언저리가 꿀렁꿀렁 움직인다. 쇄골에 땀, 오후 내내 탄 어깨는 붉어지기 시작했는데, 끈 밑 두 줄은 아직 희다.
“아하이, 우리 남편은 나한테 아주 잘해요.” “보면 알아요.”
“아주 잘해요. 근데 날 안 봐.” 그녀가 말했다. “아까 등 다 바르고 나서 계속 날 봤죠.” “네.” “어딜.” “다요.”
“다라니, 하나만 말해 봐요.” “허리 뒤쪽,” 내가 말했다. “비키니 끈 밑에 흰 줄이 하나 있는데, 걸을 때마다 삐져나와요.”
그녀는 말이 없었다. 손을 허리 뒤로 가져가 더듬어 보고, 다시 내렸다. 그러고는 그 손을 이쪽으로 뻗어 내 팔을 꼬집었다. 세게는 아니고, 말 안 듣는 사람 꼬집듯이.
“안전요원들은 다 이렇게 뻔뻔해요?” “저만요.” “그럼 운이 좋네요.”
그녀는 돌아서서 등을 보이고 선베드 쪽으로 두 걸음 가다가 멈추고 돌아봤다. 검은 가는 끈이 등에서 그 매듭을 짓고 있고, 매듭 밑, 수영복 바지 가장자리에서 그 흰 줄이 삐져나온다. 낮에 내가 누르게 했던 그 줄처럼 희다.
17층 발코니에는 회색 티셔츠가 아직 앉아 있다. 그가 고개를 한 번 숙이는 게 보였다. 노트북을 보는 건지, 그녀를 보는 건지 모르겠다.
그녀가 선글라스를 썼다. 렌즈가 커서 광대뼈까지 가린다. 이제 그녀의 눈은 안 보이고, 내 얼굴만 보인다.
“퇴근 몇 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