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는 자지 않겠다고 했다

1화제1장 난 안 자

나그네 · 1889자 · 한국어

【루야오·아내】

이 게임은 내가 먼저 꺼냈다.

국경절 일주일 전, 밤 열두 시. 웨이촨은 또 휴대폰으로 그 커뮤니티를 뒤지다가 ‘아내가 잠든 사이’라는 제목의 글에 들어갔다. 읽는 내내 얼굴이 벌게졌고, 다 읽고 나서는 휴대폰을 배 위에 엎어 놓고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 와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지어낸 글이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장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호텔 침대에서 잠든 여자, 머리에 뭔가가 씌워져 있고, 침대 옆에 낯선 남자가 서 있는.

“이런 거 하고 싶어?” 내가 물었다.

그는 내 눈을 보지 못했다. “그냥 본 거야.”

“내가 잠들었을 때 누가 들어왔으면 좋겠구나.”

그의 목젖이 움직였다. 하고 싶다고도, 싫다고도 말하지 못했다.

나는 휴대폰을 돌려주고 몸을 돌려 그에게 등을 보였다.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난 안 자.”

“뭐?”

“진짜로 잠들진 않을 거라고.” 내가 말했다. “척할 거야. 탄산수 마시고 취한 척할게. 머리는 당신이 가려 줘. 난 아무것도 못 보고,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그 사람한테 분명히 말해 둬. 난 깨어 있고, 척하는 거라고. 그래도 진짜 잠든 사람처럼 대해야 한다고. 나한테 말 걸면 안 되고, 내 이름 부르면 안 돼. 당신이 찍어. 그 사람이 내가 싫은 짓을 하면 내가 ‘목말라’라고 할게. 그럼 그 사람은 멈추고, 당신은 그 사람을 보내.”

그렇게 길게 늘어놓고 나서 나 스스로도 멍해졌다. 침대 위에서 그렇게 많은 말을 한 건 처음이었다.

등 뒤에서 웨이촨의 숨소리가 멎어 있었다. 한참 뒤, 그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아래가 딱딱하게 내 엉덩이를 누르고 있었다.

“언제부터 생각했어?” 그가 물었다.

“당신보다 오래.” 내가 말했다.

【웨이촨·남편】

상대는 내가 커뮤니티에서 찾았다. 스물일곱 살, 이름은 덩위, 이 동네 사람이고 자동차 딜러다. 보름 동안 대화하면서 건강검진 결과도 보냈고, 팔과 허리 사진도 보냈지만 얼굴 사진은 한 번도 보내지 않았다. 규칙은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내 아내는 깨어 있다. 자는 척하는 거고, 이건 그녀가 직접 하고 싶어 한 게임이다. 방에 들어오면 그녀는 곯아떨어진 걸로 생각해라. 말하지 마라, 이름 부르지 마라. 그녀가 ‘목말라’라고 하면 즉시 멈추고, 옷 입고 나가라. 그의 답은 한 줄이었다. “알겠습니다. 형수님 제대로 노실 줄 아시네요.”

루야오는 그 대화를 그대로 캡처해서 보여 달라고 했다. 다 읽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 알아들었으면 됐어.”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완다 렐름 14층의 킹베드 룸을 잡았다. 저녁은 아래층에서 먹었고, 루야오는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한 잔 시켰다. 웨이터가 가져왔을 때 나는 슬쩍 확인했다. 미리 바에 부탁해 둔 대로, 술은 한 방울도 없이 콜라와 레모네이드뿐이었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마셨다. 절반쯤 마셨을 때 연기가 시작됐다. 눈을 가늘게 뜨고, 말끝을 늘이고, 내 어깨에 기대어 웃었다. 너무 그럴듯해서 옆 테이블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아홉 시 이십 분, 휴대폰이 울렸다.

“형님, 주차했습니다.” “몇 층이에요.”

한 팔로 루야오를 안고, 다른 손으로 쳤다. “우리 방금 택시 잡았어. 이십 분 걸려.”

“여자는요.” 오타였다. 형수님은요, 라고 물으려던 거였다.

“좀 이따 잠옷으로 갈아입힐게.” 내가 쳤다. “머리 가려 놓을 테니까 그냥 침대 옆에 서서, 얼굴 위에 올라타서 가슴 주물러ㅋㅋㅋ”

“아 맞다, 영상 찍어야지.”

루야오는 내 어깨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내 휴대폰을 몰래 보고 있었던 거다.

【덩위·손님】

나는 주차장 차 안에서 그 두 줄을 보고 있었다. 아래가 순식간에 서서, 바지에 눌려 아플 정도였다.

“와 씨, 생각만 해도 섰어요!” 내가 쳤다. “아! 문제없습니다. 제 얼굴만 모자이크해 주시면 돼요.”

“응? 그렇네.” 그가 답했다. “그럼 가까이서 가슴만 찍을게ㅋㅋㅋㅋ 최대한 너는 안 나오게.”

차 안에서 이십 분을 더 앉아 있었다. 그는 “택시 탔어”라고 했다가, “19분”이라고 했다가, “아직 호텔 들어오지 마, 그녀한테 들키지 않게. 자리 잡아 놓고 내려가서 데리러 갈게”라고 했다.

나는 답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대기 중입니다, 손 비비고 있어요.”

진짜로 손을 비비고 있었다.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했다. 형님은 분명히 말했다. 형수님은 깨어 있고, 자는 척은 그녀가 원한 거라고. 그런데 알면 알수록 더 긴장됐다. 이따가 나는 그녀가 자고 있는 것처럼 굴어야 하고, 그녀는 내가 없는 것처럼 굴어야 한다. 누구도 먼저 깨지면 안 된다. 이런 자리엔 몇 번 나가 봤지만, 이렇게 노는 건 처음이었다.

아홉 시 사십이 분, 한 통 더 보냈다. “형수님 추워서 깨시면 안 되는데.”

그의 답. “혹시 깨면 조용히 얼른 도망가, 절대 당황하지 말고ㅋㅋㅋ” 그가 말하는 ‘깨면’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녀가 그 한마디를 하면 게임은 끝이고, 나는 가야 한다.

나는 “넵!” 하고 답한 뒤 흰 야구모자를 쓰고 백미러로 나를 봤다. 배달 기사 같았다.

【웨이촨·남편】

열 시 오 분, 나는 루야오를 부축해 1406호에 들어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는 연기를 멈췄다. 곧게 서서 내 품에서 빠져나가더니, 하이힐을 차 벗고 맨발로 카펫 위를 두어 걸음 걸어가 뒤돌아 나를 봤다. 눈이 무서울 만큼 반짝였다.

“잠옷은?” 그녀가 말했다.

나는 가방에서 그걸 꺼냈다. 검은 실크 슬립. 짧아서 허벅지 윗부분까지만 겨우 덮는다. 지난달 그녀가 직접 사 놓고 한 번도 입지 않은 거였다.

그녀는 내 앞에서 원피스를 벗고, 브래지어를 풀고, 팬티도 내린 뒤 알몸으로 침대 옆에 서서 슬립을 머리부터 뒤집어썼다. 실크가 피부를 따라 미끄러져 내려가고, 두 젖꼭지가 작게 뾰족 솟았다.

“팬티는 안 입어?” 내가 물었다.

“자는 사람이 입었는지 안 입었는지 누가 신경 써.” 그녀는 침대에 올라가 누워 이불을 허리까지 끌어올렸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걷어찼다. “더워.”

덩위에게 보냈다. “방 도착. 좀 세팅할게ㅋㅋ”

그의 답. “okok!”

나는 검은 실크 스카프를 꺼내 그녀의 눈 위로 두 번 감고, 조금 더 끌어내려 얼굴 절반을 덮었다. 코와 입만 드러났다. 스카프 아래서 그녀의 숨이 오르내렸다. 평소보다 빨랐다.

“보여?”

“안 보여.”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웨이촨.”

“응.”

“멀리 가지 마. 내가 들을 수 있는 데 있어.”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 가.”

열 시 십사 분, 덩위에게 보냈다. “데리러 내려간다. 뭐 입었어?”

“왔습니다 형님, 흰 모자 썼어요. 로비 도착했습니다.”

문을 닫기 전에 뒤를 돌아봤다. 침대 옆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다. 따뜻한 노란빛. 그녀는 침대 한가운데 누워 있었고, 머리엔 검은 스카프가 씌워져 있었고, 검은 슬립은 허벅지 위까지 말려 올라가 있었다. 한쪽 다리는 쭉 뻗고, 다른 쪽은 살짝 구부린 채. 정말 잠든 사람 같았다.

나만 알았다.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