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롼리·그녀】
7월 11일 밤 아홉 시 사십 분, 나는 학원 3층 작은 강의실에서 화이트보드를 닦고 있었다. 에어컨 리모컨은 또 배터리가 나가서, 26도 바람은 힘없이 나왔고 블라우스 등판이 살에 달라붙었다. 교탁 위 휴대폰이 반짝했다. 위챗, 허촨.
“롼 선생님, 저 졸업했어요. 오늘 돌아왔어요.”
이어서 사진이 한 장 왔다. 학사복에 삐뚜름하게 쓴 학사모, 도서관 계단에 선 그는 2년 전보다 한층 까매졌고 어깨도 넓어져 있었다. 나는 “축하해”라고 보내고, 괜히 손이 근질거려 엄지척 이모티콘까지 붙였다. 보내자마자 후회했다. 우리 엄마가 보내는 엄지척이랑 똑같았다.
“토요일에 밥 살게요. 바쁘다는 말은 하지 마요.”
나는 그 한 줄을 뚫어지게 보면서 머리의 집게핀을 뺐다가 다시 꽂고, 뺐다가 다시 꽂았다.
【롼리·그녀】
내 이름은 롼리, 서른셋이다. 대학원 입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친 지 9년. 장문 구문 분석, 빈칸 채우기, 작문 템플릿은 눈 감고도 강의할 수 있다. 남편 지펑은 서른일곱, 산업용 밸브 영업을 하는데, 한 달에 집에 있는 날을 손가락으로 꼽아도 열흘이 안 된다. 결혼 6년 차, 아이는 없다. 처음엔 원하지 않았고, 나중엔 아무도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편과 한 건 5월이었다. 청두에서 돌아와 샤워하고 십 분, 끝내자마자 돌아누워 코를 골았다. 나는 옆에 누워 사십 분 동안 타오바오를 뒤적이다가, 결국 새 집게핀을 하나 주문했다.
【롼리·그녀】
허촨은 내가 맡았던 일대일 수강생이었다. 대학교 3학년 가을에 등록했고, 그때 스물한 살이었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저녁 두 시간씩. 180 넘는 키를 작은 강의실 접이식 책상 뒤에 구겨 넣느라 다리 둘 데가 없어서 자꾸 내 종아리에 부딪혔고, 그때마다 얼굴이 빨개져서 “죄송해요, 죄송해요” 했다. 그 1년 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 나는 돈 받고 점수 올려 주는 강사였고 그는 대학원 시험을 보러 온 학생이었다. 그 선은 철저하게 지켰다. 그가 밀크티를 사 줬을 때조차 나는 돈을 송금해서 돌려줬다.
12월에 시험을 치고 2월에 결과가 나왔다. 영어 1에서 79점. 그는 지하철 안에서 59초짜리 음성 메시지를 보냈고, 나는 다른 지하철 안에서 그걸 듣다가 코끝이 시큰해졌다. 수업은 끝났지만, 인연은 끊기지 않았다.
【롼리·그녀】
언제부터 대화가 이상한 쪽으로 흘렀는지, 나도 그게 어느 날이었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그가 한밤중에 유치한 유머를 보내면 내가 “유치해”라고 답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그가 내가 검은 원피스 입고 올린 모멘트 게시물에 댓글을 달았다. “이거 저장했어요.” 나는 “지워”라고 했다. 그는 “못 지워요, 머릿속에 저장했거든요.” 그 뒤로 농담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점점 더 야해졌다. 남편이 출장 가 있을 때 밤엔 뭐 하냐고 묻길래, 작문 첨삭한다고 했다. 그가 말했다. “첨삭 다 하고 나서는요?”
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정말로 첨삭을 다 끝내지 못했다. 손이 잠옷 바지 속으로 들어갔고, 머릿속엔 책상 밑에 구겨 넣어져 있던 그의 긴 다리가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가 한 줄 보냈다. “어젯밤 첨삭 다 못 끝냈죠?” 나는 휴대폰을 베개 위에 엎어 놓고, 한참을 엎어 둔 채로 있다가, 딱 한 마디 보냈다. “꺼져.” 그는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고, 또 보냈다. “누나, 그 글자 칠 때 얼굴 빨개졌어요?” 빨개졌다. 침실에서 혼자, 천장을 보며 빨개졌다.
한번은 술을 좀 마신 그가 이렇게 보냈다. “저 어릴 때부터 연상이 좋았어요. 누나 같은 사람이요.” 나는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한 줄만 보냈다. “대학원 공부나 열심히 해.” 그는 이 도시의 대학원에 붙었고, 9월에 입학한다. 그러니까 이번 여름방학, 그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허촨·그】
토요일에 밥 사겠다고 했더니, 그녀가 “좋아”라고 답하기까지 14분이 걸렸다. 그 14분 동안 나는 자취방 바닥을 두 번 걸레질했다. 방은 6월 말에 구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6층, 방 하나 거실 하나, 엘리베이터 없음, 월세 2,100. 그녀를 여기로 데려올 생각은 없었다. 첫 번째는 제대로 된 곳이어야 했다. 식당 맞은편 호텔에 킹베드 룸을 예약했다. 488. 예약 화면을 캡처해서 저장만 해 두고 그녀에겐 보내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이 캡처는 내 휴대폰 속에서 썩어 갈 것이다.
【롼리·그녀】
토요일에 나는 옷을 세 번 갈아입었다. 결국 입은 건 짙은 초록색 슬립 원피스에 얇은 흰색 카디건. 안에 입은 검은 레이스 속옷 세트는 작년에 산 것으로, 택은 잘랐지만 한 번도 입은 적이 없었다. 지펑은 그날 선양에 있었다. 오후 네 시에 “도착”이라고 메시지가 왔고, 나는 “응”이라고 답했다.
나가기 전 거울 앞에서 립스틱을 바르고, 바른 걸 반쯤 닦아 냈다. 서른세 살 여자가 스물세 살 남자애랑 밥을 먹으러 가면서 이렇게 차려입고, 그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고 하면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알았다. 그냥 가고 싶었다.
【롼리·그녀】
광둥 요릿집, 창가 자리. 그가 먼저 와 있다가 일어나서 의자를 빼 주었다. 흰 티셔츠, 팔뚝에 힘줄이 한 줄 한 줄 도드라져 있었다.
“롼 선생님.”
“졸업했는데 아직도 선생님이야?”
그는 살짝 웃으며 메뉴판을 이쪽으로 밀었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마음대로.”
“리 누나.”
그 말을 그는 아주 천천히 했다. 입안에 한 번 머금었다가 뱉어 내는 것처럼. 나는 고개를 숙이고 차를 마셨다. 뜨거웠는데도 크게 한 모금 삼켰다.
“그래,” 내가 말했다. “그렇게 불러.”
그는 거위 구이, 데친 채심, 닭고기 뚝배기 볶음을 시키고, 일부러 종업원에게 고수는 빼 달라고 했다. 내가 고수를 안 먹는다는 건, 그가 3학년이던 해에 내가 지나가듯 딱 한 번 말했던 거였다.
【롼리·그녀】
밥을 반쯤 먹었을 때, 테이블 밑에서 그의 무릎이 내 종아리에 닿았다. 2년 전과 똑같은 자리였다. 이번에 그는 죄송하다고 하지 않았고, 비키지도 않았다. 나도 비키지 않았다. 샌들을 벗고 발등을 천천히 문질러 올려 그의 종아리까지 쓸어 올렸다. 그곳의 살은 단단하고 뜨거웠다. 음식을 집던 그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2초를 멈춰 있다가, 거위 구이 한 점을 내 그릇에 올려놓았다.
테이블 밑의 일은 둘 다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는 졸업 논문 심사 얘기, 기숙사 복도에서 밤새 게임하던 룸메이트 얘기, 새 지도교수가 대머리 할아버지라는 얘기를 했다. 나는 학원에 새로 온 원장 얘기, 올해 찍어 둔 작문 주제 얘기를 했다. 내 발은 계속 그의 다리 위에 있었고, 그의 다리는 계속 움직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선 점잖은 식사였고, 테이블 밑에선 전혀 다른 일이었다.
“리 누나,” 그가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남편분, 오늘 밤 집에 있어요?”
“선양.”
【허촨·그】
그녀는 맥주를 한 잔 마셨다. 얼굴이 살짝 붉었고, 눈은 맑았다. 나도 한 잔만 마셨다. 그녀가 모든 걸 똑똑히 기억하길 바랐다. 계산을 마치고, 나는 휴대폰 화면을 뒤집어 그 캡처를 그녀에게 보여 줬다.
“맞은편, 16층. 싫다고 하면 지금 바로 택시 태워서 집에 데려다줄게요. 앞으로도 똑같이 연락하고, 누나는 작문 첨삭하고, 나는 대학원 다니고, 아무것도 안 바뀌어요.”
그녀는 그 캡처를 한참 동안 보았다. 그러더니 손을 뻗어 머리에서 집게핀을 빼서, 내 티셔츠 가슴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카드키는 네가 갖고 있어, 아니면 프런트에 있어?”
【롼리·그녀】
호텔 엘리베이터는 사방이 거울이라, 네 벽 모두에 우리 둘이 비쳤다. 그는 내 뒤에 서서 한 손을 카디건 밑으로 밀어 넣고 내 허리 뒤에 붙인 채, 손가락을 하나씩 아래로 옮겨 가다 원피스 허리선에서 멈췄다.
“지금이라도 물러설 수 있어요.” 그가 내 귀에 대고 말했다.
나는 손을 뻗어 16층을 누르고, 닫힘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