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쑹·남편】
8월 22일 토요일, 밤 8시 40분.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있다. TV는 꺼져 있고, 휴대폰 메모장은 열려 있다. 제목은 두 글자, 아펑. 그 아래 날짜가 아홉 줄, 작년 7월 18일부터 시작된다. 아홉 번째 줄 아래에 열 번째 줄을 쳤다. 8.22. 치고 나서 저장은 안 하고, 그냥 화면을 켜 둔 채였다.
나는 서른다섯, 아란은 서른둘. 결혼 10년, 같은 공장에서 나는 기술직, 아란은 사무실에서 사무 보조를 한다. 작년 7월 공장이 폭염 교대 휴무에 들어가서 일주일에 사흘만 출근하게 됐고, 아란은 집에서 심심해서 드라마만 봤다. 나는 게시판에서 아펑과 한 달 넘게 얘기를 나누고 나서야 아란에게 말했다.
아펑은 서른셋, 같은 시 다른 구, 장난 쪽에 살고, 흰색 실피를 몰고,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영업을 뛴다. 퇴근은 보통 아홉 시, 열 시. 게시판에서 말수가 적었고, 묻는 게 직설적이었다. “조건이 뭡니까?”
나는 다섯 개를 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통화. 콘돔 착용. 사진 안 남김. 위챗 추가 안 함. 날짜는 내가 정함.”
답은 한마디였다. “됩니다.” 2분쯤 지나서 한 줄 덧붙였다. “퇴근이 늦어서 아홉 시 이후만 됩니다. 집에서 빡빡하게 굴어서 열한 시 반엔 들어가야 하고요.”
첫 번째는 작년 7월 18일 금요일이었다. 그는 여덟 시 반에 퇴근해서 40분을 운전해 왔다. 그가 고속도로에 올라탔을 때야 나는 아란에게 말했다. 아란은 베란다에서 빨래를 걷고 있다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오늘 밤?” “벌써 오는 중이야.” “진작 말하지 왜.” “진작 말했으면 당신 안 갔을 거잖아.”
아란은 옷걸이를 내려놓고 침실로 들어가더니, 10분 뒤에 나왔다. 원피스로 갈아입고.
그날부터 쭉 이 패턴이다. 그는 우리 집이 어딘지 모른다. 매번 상커유 익스프레스 호텔 장베이대로점이라는 것만 안다. 내가 “사모님 직장이랑 가까워서”라고 말했으니까. 사실은 우리 집에서 800미터, 신호등 하나만 건너면 된다.
지금 아란은 침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문이 한 뼘 열려 있다. “어느 거 입어?” “파란 거.” “속에는?” “당신이 정해.”
아란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팬티 한 장만.”
아란이 나왔을 때 나는 일어섰다. 손바닥이 축축하다. 열 번째, 매번 축축하다. 아란은 나를 한 번 보고 가방을 멨다. “영상은 보되, 말은 하지 마.” “알아.”
“지난번에 당신이 말하는 순간 나……” 아란은 뒷말을 잇지 않았다.
“‘시작해’ 한마디만 할게.” “한마디.”
문이 닫히고 나서 위챗이 울렸다. 아펑. “쑹 형, 도착했어요. 차는 입구에 세웠습니다.” “여덟 시 오십 분에 내려갈 거야.” “늘 하던 대로요?” “늘 하던 대로. 열한 시 전엔 돌려보내.” OK 하나가 돌아왔다. 나는 메모장을 저장했다.
【아란·아내】
엘리베이터에 거울이 있다. 파란 면 원피스, 무릎 살짝 위, 어깨끈이 가늘다. 속바지는 안 입었고, 안에는 검은 팬티 한 장, 끈이 신발끈처럼 가는 것. 라오쑹이 작년에 인터넷에서 산 거, 49위안 9마오. 치맛자락을 잡아당겨 눌러 봤지만 별로 내려가지 않는다.
800미터. 단지 정문을 나와 우회전, 차이냐오 택배 보관소를 지나고, 꼬치구이 노점을 지난다. 노점 연기가 치마 속으로 파고든다. 바람도 파고들어 허벅지 안쪽을 한 바퀴 돌고 빠져나간다. 나는 평소보다 빨리 걷는다. 노점 여주인이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샤오란, 오늘은 두 꼬치 안 먹고 가?” “안 먹어요, 잠깐 나갔다 올게요.” 그녀의 눈이 내 치마를 한 번 훑었다. 치마를 본 건지 내 얼굴을 본 건지 모르겠다.
신호등을 건너면 상커유 간판이 바로 맞은편이다. 파란 바탕에 흰 글씨, 형광등 하나가 나가서 ‘유’ 자가 안 켜진다. 길가에 그 흰색 실피가 서 있고, 차 안에서 휴대폰 불빛이 보인다. 나는 조수석 유리를 두드렸다.
그가 창문을 반쯤 내렸다. “사모님.” 첫 번째에도 이렇게 불렀고, 열 번째에도 이렇게 부른다.
“일찍 왔네.” “오늘 야근이 없어서요. 30분 전에 왔어요.” “그럼 먼저 올라가서 방을 잡지.” “기다렸죠.”
프런트는 마스크를 쓴 젊은 여자애였다. 그의 신분증을 스캔하는 동안 나는 그의 반 걸음 뒤에 서서 벽에 붙은 요금표를 봤다. 더블룸 168위안. 여자애가 카드키를 내밀었다. “3층, 3012호, 체크아웃은 12시 전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방 밖에서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규칙인지, 그의 습관인지 모르겠다. “남편분은요?”
“당신 휴대폰 기다리는 중.”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손에 쥐었다. 켜지는 않았다.
나는 라오쑹보다 정확하게 센다. 열 번째. 매번 이 호텔, 매번 다른 방 번호, 매번 그는 서둘러 돌아가고, 매번 나는 집에 걸어가는 길에 다리가 풀린다. 그런데도 오늘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팬티 끈을 위로 끌어올렸다. 골반뼈 위까지.
【아펑·단남】
3012호는 복도 끝이다. 옆방 3011호 문틈 아래로 불빛이 새고, TV 소리가 벽 너머로 또렷이 들린다. 방은 스무 평방미터 남짓, 1미터 80짜리 침대 하나, 검은 가죽 소파 하나, 협탁 위에 전기 주전자, 둥근 알람시계, 카드키 종이 케이스. 에어컨은 24도, 웅웅거린다.
우리는 소파에 앉았다. 사이에 한 사람 자리를 비워 두고. 그녀는 가방을 무릎에 놓고, 나는 배낭을 발치에 놓았다. 매번 제일 견디기 힘든 5분이다. 아홉 번을 했는데, 나는 그녀의 위챗이 없고 그녀도 내 위챗이 없다. 모든 건 쑹 형이 정한다. 날짜, 호텔, 몇 시. 내가 그녀와 방 밖에서 나눈 말은 다 합쳐도 백 마디가 안 된다.
“지난번에서 오늘까지 얼마나 됐죠?” 그녀는 잠깐 생각했다. “5주.”
“5주하고 이틀.”
그녀가 나를 봤다. 웃지는 않았지만 눈꼬리가 살짝 움직였다. “아직도 세고 있어?” “세고 있죠.” “그런 걸 세서 뭐 해.” “돌아가는 길에 할 게 없어서요.”
나는 서른셋, 집에서 빡빡하게 군다. 구체적으로 누가 그러는지는 쑹 형한테 말한 적 없고, 형도 묻지 않았다. 매번 나오는 건 열 시 전후, 매번 열한 시 반 전엔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배낭을 열고 물건을 하나씩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 빨간 레이스 오픈크로치 보디수트 한 벌, 검은 스타킹 한 켤레, 듀렉스 한 상자, 러브젤 소포장 다섯 개, 젤리 두 개, 진동 계란 하나.
그녀는 소파에 앉아 내가 늘어놓는 걸 봤다. “매번 노점 펼치는 것 같아.”
“사모님, 물건은 먼저 검수해야죠.”
그녀는 검은 스타킹을 집어 들여다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이건 뭐 하려고? 치마 입고 회의하러 온 것도 아닌데.”
“이따가요.” “젤리는 먹는 거야?” “사모님 먹으라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녀가 일어나서 내 손에서 휴대폰을 가져갔다. “먼저 씻어.” 그녀는 욕실로 들어가서 휴대폰을 세면대 양치컵에 기대 세우고, 직접 쑹 형에게 위챗 영상통화를 걸었다. 두 번 울리고 받았다. 쑹 형의 얼굴이 화면에 떴다. 거실 조명,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는 카메라를 등지고 원피스 어깨끈을 어깨에서 밀어 내렸다. 원피스가 발목까지 떨어졌다. 안에는 정말 검은 팬티 한 장뿐, 가는 끈이 골반뼈에 파고들고, 엉덩이 살이 양쪽으로 불거져 있다. “이거 한 장만?” “더워서.” 그녀가 허리를 굽혀 그것도 벗었다.
나는 그녀보다 빨리 벗는다. 자지는 진작 서 있었다. 차에서 내릴 때부터 서 있었다. 샤워기를 틀자 처음엔 찬물이었고, 그녀가 피하는 걸 끌어당겨 뒤에서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크고, 무겁고, 한 손에 안 잡힌다. 물이 흘러내리고, 젖꼭지가 내 손가락 사이에서 딱딱해졌다.
“매번 여기부터 만지네.” “손이 가서요.”
한 손을 아래로 내려 털을 만지고 틈을 만졌다. 그녀는 타일에 기대고 무릎을 안으로 모았다. “똑바로 서요.” 그녀가 조금 똑바로 섰다. 나는 쪼그려 앉아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았다.
물이 정수리에서 쏟아져 절반은 코로 들어간다. 혀가 닿자마자 그녀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손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각도를 바꾸자 이번엔 물이 그녀의 배를 타고 흘러내려 내 얼굴을 온통 뒤덮었다. 세 번 시도했고, 세 번째에 물을 들이켜 사레가 들렸다.
“안 돼.” 위에서 그녀가 말했다. “물 때문에 사레 들려.” 고개를 들자 그녀는 얼굴이 빨갛고,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은 채 웃고 있었다. “나가.” “나가서 핥아요?” “나가서 얘기해.”
나는 목욕 수건으로 그녀를 닦았다. 목부터 시작해서 어깨, 겨드랑이, 젖가슴 아래 골, 배, 엉덩이 골, 허벅지, 무릎 뒤, 발가락 사이. 아홉 번 다 이렇게 닦았고, 그녀도 그냥 서서 닦게 뒀다. “발가락은 왜 닦아.” “발가락도 사모님 거잖아요.” 쑹 형은 화면 속에서 보고 있었다. 한마디도 안 했다.
【아란·아내】
그는 라오쑹보다 정성껏 닦는다. 라오쑹이 내 몸을 닦을 땐 등을 수건으로 두 번 문지르면 끝인데, 그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닦는다. 나는 욕실 문 앞에 서 있었고, 발밑 매트가 한쪽 젖었다.
다 닦고 나서 그는 수건을 바닥에 던지고 알몸으로 걸어 나갔다. 자지가 선 채로 조명 아래에서 한 번 흔들렸다. 나는 세면대에서 손을 닦고 그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 속 라오쑹은 거실에 앉아 있다. 그 회색 홈웨어 티셔츠를 입고, 손은 무릎 위에. 그의 눈은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휴대폰 속의 어떤 물건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침대 옆으로 가서 휴대폰을 전기 주전자에 기대 세우고, 각도를 조정해 렌즈가 침대 한가운데를 향하게 했다. 아펑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내가 그러는 걸 보고 있었다. “남편분 오늘 말했어요?”
“한마디만.” “뭐라고요?”
나는 화면 속 라오쑹을 봤다. 그의 입이 움직였다.
“시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