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칭산·남편】
화요일 아침 다섯 시 오십 분, 수다오 여객운수 주차장은 아직 캄캄했다. 나는 허리에 보호대를 두르고 한 손으로 차 문틀을 짚은 채, 내 촨A 번호판 위통 버스 옆에 서 있었다. 의사는 최소 일주일은 누워 있으라고 했지만, 누워 있을 수가 있나. 차는 내 차고, 열쇠는 내 손으로 넘겨야 한다.
“루칭산, 당신 나 속 터져 죽는 꼴 보고 싶어?” 완추가 배차실에서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손에는 일정표 한 뭉치, 목에는 확성기. “의사가 뭐랬어? 누워 있으라고! 여긴 뭐 하러 왔어?”
“차 넘겨주려고.” 나는 열쇠를 내밀었다. 그녀는 받지 않고, 먼저 내 보호대 버클을 한 칸 더 조이고, 패딩 지퍼를 턱에 걸릴 때까지 끝까지 올렸다. “어제 사다 준 파스는 붙였어? 밥은 밥솥에 있으니까 점심에 보온 버튼 누르는 거 잊지 말고.” 그러면서 내 주머니에서 담배를 쏙 빼 갔다. “피우지 마, 기침 한 번에 허리 나간다.”
그녀는 올해 서른넷, 나는 서른여덟. 결혼 팔 년, 저 입은 쉰 적이 없다. 버스 한 대 마흔일곱 명 챙기고, 집에 오면 나까지 하나 더.
대타로 온 사람이 주차장 저쪽에서 걸어왔다. 라오장, 장다청, 마흔 살. 회사에서 야간 장거리를 뛰는 사람인데 두어 번 본 적 있다. 말수가 적다. 나한테 고개를 까딱하더니 내 차를 봤다.
“루 기사님 차, 압니다.”
딱 그 한마디. 열쇠를 받더니 차를 한 바퀴 돌며 타이어를 보고, 쪼그려 앉아 오른쪽 뒷바퀴 밸브를 만져봤다. 다시 일어섰을 때 내 마음이 조금 놓였다. 쪼그려 앉아 타이어 만져보는 사람은 운전이 안정적이다.
나는 패딩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정형외과 재검 안내서. 목요일 오후 세 시, “보호자 동행 권장”이라고 적혀 있다. “목요일에 돌아와?”
“목요일에 투어 끝나, 다섯 시 전엔 무조건 도착해.” 그녀는 종이를 받아 한 번 보더니 계기판 위에 꾹 눌러 놓았다. 가이드 깃발 받침대 밑에 끼운 것이다. “여기 끼워둘게. 깃발 보면 이것도 보이잖아. 걱정 마.”
그 작은 깃발은 내가 사준 거다. 빨간색, 손바닥만 한 크기. 깃대는 계기판에 붙인 작은 플라스틱 받침대에 꽂혀 있고, 받침대는 내가 양면테이프로 붙였는데 세 번을 붙여서야 겨우 똑바로 됐다. 그녀는 버스에 타면 제일 먼저 깃발을 꽂고, 내릴 때 맨 마지막에 깃발을 뽑는다. 팔 년 동안 한 번도 바뀐 적 없다.
“가, 가. 집에 가서 누워.” 그녀는 나를 택시 쪽으로 떠밀었다. “집에 도착하면 음성 보내.” 택시가 출발할 때 나는 뒤를 돌아봤다. 하늘이 막 밝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버스 문 앞에서 인원을 세고 있었고, 라오장은 운전석에 앉아 백미러를 맞추고 있었다.
【장다청·단남】
좋은 차다. 루 기사님이 꼼꼼하게 관리했다. 클러치가 조금 헐거운데, 문제될 건 없다. 친 가이드는 문 앞에서 인원을 센다. 세 번 셌다. 마흔일곱 명, 실버 단체, 평균 예순 넘는다. 그녀는 한 사람 한 사람 묻는다. 멀미약 먹었는지, 보온병 챙겼는지, 혈압약 깜빡한 사람 없는지. 한 어르신이 안 가져왔다고 하자 자기 가방에서 한 통을 꺼내 줬다.
버스가 시내를 벗어날 때도 그녀는 서 있었다. 손잡이를 잡고 뒤쪽으로 소리친다. “류 여사님 창문 좀 닫으세요, 산속은 바람 세요. 우 어르신 그 물컵 발밑에 두지 마세요, 브레이크 한 번이면 엎어져요.”
한 시간 동안 그녀는 한 시간 내내 말했다. 첫 번째 휴게소에서 전부 내리고 나서야 앉았다. 보온병을 열고, 한 모금도 안 마시고, 다시 일어나 다리가 느린 사람 내리는 걸 부축하러 갔다.
나는 히터 송풍구를 전부 그녀 자리 쪽으로 돌리고 내 쪽은 닫았다. 돌아온 그녀는 앉더니 잠깐 멍하게 송풍구를 보고, 다시 나를 봤다.
“앞에 앉으면 히터 바람이 앞으로 먼저 와요.” 그녀는 “아” 하더니 웃었고, 웃고 나서는 또 일어나 뒷자리에 생강 사탕을 나눠주러 갔다.
【친완추·아내】
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수십 번 달렸지만 이번엔 다르다. 운전석에 앉은 게 칭산이 아니다. 나는 자꾸 그의 운전을 보게 된다. 손이 크고, 핸들은 한 손으로만 잡고, 다른 손은 기어 레버에 얹어 놓는다. 커브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미리 액셀을 뗀다. 차체가 조금도 안 흔들려서 뒷자리에 토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 칭산도 이 길에서 안 흔들리지만, 칭산은 말을 한다. 이 커브에서 옛날에 누가 뒤집혔는지, 가는 내내 얘기해 준다.
그는 말하지 않는다, 그냥 운전한다. “장 기사님, 아침은 드셨어요?” 나는 찻잎 달걀 하나를 그의 손 옆에 놓았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드세요, 안 먹으면 이따 저혈당 와요. 우리 마흔일곱 명이 기사님 한 분한테 달렸잖아요.”
그는 한 손을 비워 껍질을 까서 먹었다. 껍질은 손에 쥔 채로, 휴게소에 도착해서야 버렸다.
점심은 산 중턱 농가 식당. 나는 늘 하던 대로 먼저 마흔일곱 명 자리를 잡아주고, 주방을 재촉하고, 매운 거 못 먹는 아주머니 음식을 바꿔주고, 돌아와 보니 내 도시락이 운전석 옆 작은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뚜껑이 덮여 있고, 그 위에 젓가락 한 벌이 올려져 있었다. 그를 봤더니, 버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얼굴은 산 쪽을 향한 채.
오후에 고개를 넘었다. 온도계는 삼 도. 사진 찍으라고 버스를 세우고, 나는 보온통에서 생강차를 한 잔 한 잔 따라 돌렸다. 손이 새빨갛게 얼었다. 끝까지 따르고 나니 통은 비었고, 내 몫은 없었다.
솜 재킷 한 벌이 뒤에서 내 어깨에 걸쳐졌다. 담배 냄새와 약간의 기름 냄새. 안은 따뜻했다. 그의 몸에서 나온 온기였다.
“기사님이 입으세요, 운전하셔야 하는데 감기 들면 어떡해요.” 나는 벗어서 돌려주려 했다.
“안 추워요.” 그는 몸을 돌려 버스로 돌아갔다. 나는 그의 재킷을 입고 고갯마루에 서 있었다. 바람에 얼굴이 아팠다. 어깨 그 한 군데만 따뜻했다.
저녁에 칭무현에 도착했다. 윈링 호텔. 마흔일곱 명 룸 키를 한 장 한 장 다 나눠주고, 올라가서 방마다 문을 두드리며 온수는 잘 나오는지 물어보고 나서야, 칭산한테 음성 보내는 걸 떠올렸다.
“도착했어 도착했어, 전원 무사, 토한 사람 없고. 약 먹었어? 엎드려서 자지 마, 옆으로 누워서, 허리 밑에 베개 받치고.”
그가 한 통 보내왔다.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 “먹었어. 라오장 운전은 어때?”
“안정적이야.” 말하고 나서 잠깐 생각하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당신만큼 말이 많진 않아.”
【루칭산·남편】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허리 밑엔 그녀가 떠나기 전에 접어둔 베개. 그녀의 그 음성을 세 번 들었다. “당신만큼 말이 많진 않아.” 라오장을 칭찬하는 건지, 나를 칭찬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둘째 날 음성은 밤 아홉 시에 왔다. 배경에 바람 소리. “오늘 호수까지 올라갔어, 엄청 추웠어. 류 여사님이 미끄러질 뻔했는데 내가 잡았어. 밥 먹었어? 밥솥은 나가기 전에 예약 걸어놨으니까 여섯 시에 됐을 거야. 식은 거 먹지 마.”
나는 말하지 않았다. 낮에 돌아눕다가 허리를 또 삐끗해서, 아파서 이십 분 동안 침대에서 꼼짝 못 했다는 걸. 알면 더 걱정만 할 뿐이다. 마흔일곱 명 걱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셋째 날 음성은 오후 네 시 반에 왔다. 버스는 아직 길 위였다. “막혔어, 터널 입구에서 막혔어. 일곱 시나 돼야 도착할 것 같아. 밥은 나 기다리지 말고 먹어.”
목요일, 오후 네 시 반. 나는 휴대폰을 가슴에 올려놓고 벽시계를 한 번 봤다.
세 시 재검은 나 혼자 택시 타고 갔다. 의사는 사진을 보더니 별로 안 좋다고, 보호자를 한 번 데려오면 그때 정하자고 했다. 보호자는 투어 뛰고 있다고 하니까 의사는 종이를 한 장 더 주면서 다음 주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녀에겐 말하지 않았다. 돌아오면 알아서 떠올리겠지.
【장다청·단남】
목요일 밤 일곱 시 이십 분, 버스가 시내로 들어와 단체 손님들이 묵는 호텔 주차장에 섰다. 마흔일곱 명을 한 사람씩 로비까지 들여보내고 그녀가 돌아왔을 땐 완전히 깜깜해져 있었다.
나는 가지 않고 차 안에서 정리를 했다. 야간 운행이 몸에 배면 차에서 자면서 차를 지키는 게 습관이 된다. 시동은 끄지 않았다. 뒷좌석 밑이 엔진룸이라 뒤쪽 몇 줄은 따뜻하고 앞은 춥다.
그녀가 버스에 올라왔다. 손에 도시락 두 개. “기사님 분명 안 드셨죠, 내가 알지.” 하나를 내 손에 쥐여주고, 자기는 내 옆 가이드석에 앉았다. “내일 공항 배웅은 아홉 시 집합, 여덟 시 반까지만 오시면 돼요. 조금 더 주무실 수 있어요.”
나는 먹고, 그녀는 말했다. 배웅 끝나면 배차실 가서 일정표 제출해야 한다고, 토요일에 또 일박이일 단체가 있다고, 류 여사님 무릎은 한마디 당부해 둬야 한다고, 내가 이 사흘 동안 뜨거운 반찬 한 입 못 먹는 걸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다 말다 그녀가 말을 멈췄다. 차 안에는 엔진 소리만, 차 꼬리 쪽에서 먹먹하게 전해져 왔다. 히터는 반만 틀어놔서, 그녀는 두 손을 송풍구에 대고 녹이다가 한참 지나면 뒤집었다.
【친완추·아내】
그는 다 먹고 도시락 뚜껑을 덮어 발밑에 놓고,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계기판 위의 그 작은 깃발을 보고 있었다. 빨간색, 플라스틱 받침대에 꽂혀 있고, 그 밑에 종이 한 장 귀퉁이가 끼어 있다. 그게 무슨 종이인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 사흘 동안 내가 뭘 했지? 인원 세고, 약 나눠주고, 생강차 따르고, 마흔일곱 명 걱정했다. 나를 걱정해 준 사람은 한 명뿐이다. 히터를 돌려주고, 도시락 뚜껑을 덮어주고, 재킷을 어깨에 걸쳐줬다. 사흘 동안 그가 나한테 한 말은 세 마디. 한 마디도 빠짐없이 기억한다.
“장 기사님,” 내가 말했다. “이 깃발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깃발이 여기 꽂혀 있으면 나는 친 가이드고, 이 버스는 일정 안에 있는 거예요.” 나는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깃대를 잡았다. “깃발을 뽑으면, 일정이 아니에요. 일정이 아니면, 나는 친완추예요.”
“내 말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면 지금 당장 도로 꽂을게요. 내일 평소처럼 출발하고, 아무 일도 없는 거예요. 깃발을 언제 도로 꽂을지, 언제부터 일정인지, 그건 내가 정해요.”
그는 그 깃발을 보고 있었다. 오래 봤다. 나는 차 꼬리 쪽 엔진 소리를 셌다. 마흔 번째를 셌을 때, 그가 손을 뻗어 히터를 최고 단으로 올렸다. 뜨거운 바람이 한꺼번에 얼굴로 밀려왔다. 얼굴은 뜨겁고, 손은 아직 얼음이었다.
나는 작은 깃발을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