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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1장 인사부가 나를 그의 집으로 보냈다

여명의 노래 · 2520자 · 한국어

3월 10일, 화요일, 오후 3시. 인사부의 샤오류가 A4 용지 한 장을 내 책상에 탁 내려놨다. “저우위, 이거 좀 맡아.”

맨 위에 《란장구 인민법원 법원지·원로 법관 구술 기록 수집 업무지시서》라고 찍혀 있었다. 수집 대상: 옌쑹. 수집자: 저우위. 완료 기한: 6월 30일 이전, 녹음 12시간 이상, 문서로 정리할 것.

“왜 저예요?” “너 타자 빠르잖아, 녹음 정리도 잘하고, 재판 조서 한 시간에 8천 자는 뽑지.” 샤오류가 웃었다. “게다가 옌 부장님이 예전에 너 가르쳤잖아. 둘이 말이 통하니까.”

나는 저우위, 스물아홉, 란장구 법원 민사부 서기관, 계약직으로 5년째다. 월급 실수령 4,860위안, 주택적립금은 최저 등급. 제복은 정규직이랑 같은 디자인인데 가슴팍에 법원 휘장 다는 자리만 비어 있다.

사법시험은 재작년에 붙었다. A급 자격증, 주관식 128점. 자격증은 책상 맨 아래 서랍에, 뜯지도 않은 목캔디 한 통이랑 같이 처박혀 있다.

4월에 시험이 하나 있다. 시 전체 법원이 계약직 서기관을 대상으로 판사 보조관을 특별 채용한다. 자리는 두 개. 필기 60퍼센트, 면접 40퍼센트.

사무실은 여섯 명이 한 방을 쓰는데 지원한 사람은 셋. 샤오멍은 형사부에서 넘어왔고, 라오탕은 외삼촌이 구 정법위원회에 있다. 라오탕이 제일 먼저 안 보겠다고 했다. “순수 필기잖아. 우리 삼촌이 말해봤자 소용없는데 내가 뭘 봐.”

공고는 한 글자씩 네 번을 읽었다. '부서 추천' 같은 항목은 없다. 신원조사는 인사부가 일괄로 한다. 인사기록 조회, 배우자 조회, 사회보험 조회. 누구도 사람을 밀어 넣을 수 없고,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냥 시험이다.

공고를 출력해서 자리 칸막이에 붙이고, 빨간 펜으로 '필기 성적 60퍼센트'라고 적힌 줄에 두 줄을 그었다. 칸막이 반대편에도 샤오멍이 한 장 붙여놨다.

옌쑹, 1998년에 법원에 들어와 서기관부터 시작해 민사부 부장까지 올라갔고, 처리한 사건이 4,100건이 넘는다. 2024년 6월 퇴직, 근속 딱 30년. 법원 복도에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나중에 새 사람들 사진으로 바뀌었다.

내가 법원에 들어온 해에 스물넷이었다. 조서를 제대로 못 받아 적어서 재판장한테 법정에서 한 소리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나를 412호로 부른 게 그 사람이었다. 내가 출력한 조서에 빨간 펜을 들고 두 시간을 그었다.

“기록은 속기가 아니라 거르는 거다.” 그때 그가 말했다. “당사자가 욕하는 것까지 다 받아 적으면 넌 그냥 녹음기지. 네가 적어야 하는 건 판결문에 들어갈 수 있는 그 몇 마디야.”

옛 법원 관사는 법원 뒷담 바깥에 있다. 건물 세 동, 90년대에 지은 집, 외벽 타일이 반은 떨어져 나갔다. 3동 2호 라인 501호, 엘리베이터는 없다. 계단 등은 소리로 켜져서 한 층 올라갈 때마다 발을 한 번 굴렀다.

노크. 문은 금방 열렸다. 계속 문 뒤에 서 있었던 사람처럼.

늙었다. 머리는 절반 넘게 셌고, 진회색 니트 가디건 안에 여전히 셔츠를 받쳐 입고 단추는 두 번째까지 잠갔다. “저우 서기.” “옌 부장님.” “퇴직했어. 부장이라고 부르지 마.”

집은 70제곱미터쯤. 거실 한쪽 벽면 전체가 책장인데 꽂혀 있는 건 책이 아니라 누런 서류철과 검은 하드커버 노트다. 천장까지 한 무더기씩 쌓여 있다. 티테이블 위에는 구식 라디오 한 대.

책상은 베란다 쪽에 있고, 그 위에 구리로 된 법원 휘장 장식품이 놓여 있었다. 저울과 밀 이삭, 받침은 반들반들하게 닦여 있었다. 옆에는 법랑 컵, '1999년도 모범 직원'이라고 찍혀 있었다.

“앉아.” 그가 차를 따라줬다. 녹차인데 잎이 묵어서 누랬다. “인사부에서 전화가 왔더라. 난 할 얘기 없다고 했지. 4천 건 넘는 사건, 절반은 나도 기억이 안 나.”

“그럼 기억나는 것만 말씀하세요.” 나는 노트북을 열고 녹음펜을 책상 모서리에 올려놓고 빨간 버튼을 눌렀다. “옌 부장님, 첫 사건부터 시작하시죠.”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십 초쯤 생각했다. “1998년 9월, (1998) 란민초자 제0217호, 부양료 분쟁. 원고는 일흔네 살, 자식이 다섯인데 하나도 안 모셨어.”

나는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말이 느리고 문장이 완결돼 있었다. 주어 서술어 목적어가 다 있는, 법정에서 단련된 말투였다.

“할머니가 글을 몰라서 소장은 주민위원회에서 대신 써줬어. 난 그때 서기관이었고, 판사가 나더러 집에 가서 소환장을 전하라고 했지. 보일러실 뒤에 있는 일곱 제곱미터짜리 판잣집에 살더라고. 겨울이었어.”

“판잣집 안에서 연탄을 때니까 들어가자마자 눈이 매웠어. 할머니가 땅콩을 한 줌 쥐여주더라. 못 먹었어. 본인 먹을 것도 모자랄까 봐.”

“그래서요?” “자식 다섯이 전부 법정에 나왔고, 그 자리에서 조정했지. 한 사람당 한 달에 120위안.” 그가 말했다. “1998년에 120위안이야. 이듬해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요 밑에 깔아놨더라.”

'땅콩' 두 글자까지 치고 손가락이 멈췄다. 그가 그걸 봤다.

“지워.” “왜요?” “구술 기록은 뒷사람들 보라고 남기는 거지 내 기념품이 아니야. 사실만 남겨. 내 감정은 남길 거 없어.”

“옌 부장님, 그게 사실이잖아요.”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그 땅콩을 안 드셨다는 거, 그게 사실이에요.”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잠시 뒤에 말했다. “그럼 남겨둬.”

여섯 시까지 했다. 중간에 두 번 일어나 물을 끓였는데 걸음이 조금 끌렸다. 오른쪽 무릎이 안 좋은 것 같았다.

“옌 부장님, 하루 두 시간, 일주일에 한 번, 6월 말 전까지 열두 시간 채우는 걸로 괜찮으세요?” “괜찮아. 넌 무슨 요일이 편해?” “수요일요. 수요일은 재판이 안 잡혀요.” “그럼 수요일.”

주방 문에 달력이 걸려 있는데 3월 9일까지 뜯겨 있었다. 어제 장이 아직 남아 있었다. 냉장고 문에는 병원 재진 안내지가 붙어 있었는데 글씨가 작아서 무슨 과인지는 못 봤다.

노트북을 덮을 때 눈이 책상 옆 옷장으로 갔다. 문이 살짝 열려 있고 안에 검은 게 걸려 있었다. 소맷부리와 밑단에 빨간 선이 둘러져 있었다.

“저거 법복이에요?” “퇴직할 때 반납 안 했어. 기념으로 두라더군.” 그가 옷장 문을 열었다. “05년식이야. 지금은 다 새 걸로 바뀌었지.”

나는 일어나서 다가갔다. 천이 생각보다 두꺼웠다. 앞섶에 단추가 여덟 개 한 줄로 달려 있고, 깃 안쪽에 천 라벨이 박혀 있었다. 손으로 쓴 번호, 파란 만년필 글씨, 거의 다 지워져 있었다.

“옌 부장님, 저 한번 입어봐도 돼요?”

그가 나를 이 초쯤 봤다. “규정에 안 맞아.” “이 집에 우리 둘밖에 없잖아요.” 내가 말했다. “저 5년 동안 이거 한 번도 못 만져봤어요. 우리 층은 법복을 전부 법정 옷장에 넣고 잠가둬요. 열쇠는 판사들이 갖고 있고요.”

그가 옷걸이에서 법복을 내려 한 번 털었다. 좀약과 오래된 천 냄새가 훅 났다. “뒤로 돌아.”

나는 그에게 등을 지고 두 팔을 뒤로 뻗었다. 법복이 어깨에 내려앉았다. 무거웠다. 목이 앞으로 조금 밀릴 만큼.

그가 내 뒤에서 단추를 하나씩 잠갔다. 아래에서 위로. 일곱 번째를 잠글 때 손가락이 내 목에 닿았다. 차가웠고, 손끝에 굳은살이 있었다. 반 초쯤 멈췄다가, 여덟 번째까지 잠갔다.

“어깨선이 두 치는 크네.” 그가 말했다. “저는 167이고 부장님은 180이시잖아요.”

옷장 문 안쪽에 거울이 있었다. 거울 속의 나는 법복을 입고 있고, 머리는 아침에 대충 묶은 그대로였고, 얼굴은 내 얼굴인데, 그 법복은 그의 것이었다. 그는 내 뒤 반걸음 자리에 서 있었고, 손은 아직 내리지 않은 채였다.

“비슷해요?” 내가 물었다. “어깨가 너무 좁아.” 그가 말했다. “그래도 버티고 서 있네.”

둘 다 말이 없었다. 그렇게 오 초쯤 서 있었다. 복도의 센서등이 꺼졌다.

“됐다.” 그가 먼저 움직였다. 손을 내렸다. “벗어. 시간이 늦었어.”

일곱 시 사십 분에 집에 왔다. 리샹은 식탁에서 대리인 의견서를 고치고 있었다. 입에는 소시지 반 토막을 물고서. “어디 갔다 와?” “인사부에서 시킨 일. 퇴직한 원로 법관 구술 기록.” “그런 게 뭐가 재밌어.” “수당 나와. 시간당 80.” “그럼 됐네.”

“너희 그 채용 말이야, 사람 좀 알아볼까?” 리샹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장 변호사가 시 중급법원에 아는 사람 있대.” “됐어. 순수 시험이야. 누굴 찾아도 소용없어.” “그럼 꼭 붙어야 돼.”

열한 시 반에 그가 침대에 올라와 내 잠옷 안으로 손을 넣어 젖을 두어 번 주무르더니 팬티를 벗겼다. 제스본 콘돔 하나를 뜯어 끼우고 들어왔다. 4분, 쌌다, 뺐다, 콘돔은 매듭 지어 휴지통에 던졌다. “내일 아침 일곱 시에 중급법원 접수하러 가야 돼. 자자.”

그는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뜬 채로 이십 분을 누워 있다가 팬티 안으로 손을 넣어 손가락 두 개로 클리토리스를 눌러 문질렀다. 머릿속에 있는 건 그 법복이 어깨를 누르던 무게, 그리고 일곱 번째 단추에서의 그 반 초였다. 이불 귀퉁이를 물고 두어 번 떨었다. 소리는 내지 않았다.

침대에서 내려와 물을 한 컵 따라 거실에 서서 다 마셨다. 베란다 밖 단지 가로등은 노란색이었다. 컵을 내려놓으면서 내 손 냄새를 맡아봤다. 아직 그 법복의 좀약 냄새가 남아 있었다.

다음 날 점심, 휴대폰이 울렸다. 옌쑹이었다. “네 녹음펜 나한테 두고 갔더라. 켜진 채로 밤새 녹음됐어. 오늘 저녁 몇 시에 가지러 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