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바이는 사진보다 조금 작았다. 어깨가 넓고, 머리는 아주 짧게 깎았고, 관자놀이 쪽에 흰 게 섞여 있었다. 검정 재킷, 손에는 젠난춘 한 병과 사과 한 봉지.
“사모님, 안녕하세요.” 그는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 직접 가져온 일회용 덧신을 뜯어서 씌웠다. “사과는 아래 가게에서 산 겁니다. 값도 안 나가는 거니 너무 뭐라 마세요.”
천모가 술을 받으며 “바이 형, 고생하셨어요”라고 했는데 목소리가 쥐어짜는 것 같았다. 나는 식탁 옆에 서서 치마 옆선을 손으로 한 번 문질렀다.
마흔두 살 남자가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는 게 어떤 건지,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그는 먼저 내 국을 떠주고, 다음에 천모에게 술을 따르고, 내가 몇 시에 퇴근하는지, 방송국은 매주 밤까지 녹화를 하는지 물었다.
“광고부는 녹화 안 해요.” 내가 말했다. “우리는 계약을 따요.” “계약이 좋죠. 계약은 밤을 안 새우니까.” 그가 젓가락으로 새우를 집어 내 그릇에 놓았다. “사모님, 이 생선 찐 정도가 딱 좋네요. 몇 분이요?” “팔 분. 이 사람이 했어요.”
천모는 옆에서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 잔에 얼굴이 벌게져서 우리한테서 멀찍이 떨어져 앉았다. 밥을 반쯤 먹었을 때 라오바이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나를 봤다. “사모님, 먼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오늘 제가 온 건 사모님이 고개를 끄덕여서지, 남편분이 끄덕여서가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고, 한 글자씩 끊어서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이 바뀌셨으면 저는 젓가락 내려놓고 갑니다. 이 밥은 제가 얻어먹은 걸로 하고요.”
“두 분 다 저한테 빚졌다고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나중에 봐도 그냥 친구고, 아무도 이 얘긴 안 꺼내는 겁니다.” 내 손의 국자가 그릇 가장자리에서 멈췄다. “누구 눈치 보실 필요 없어요.” 그가 덧붙였다. “밖에서, 하도 시달려서 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인 여자 얘기를 지겹게 들었습니다. 그런 건 저는 안 합니다.”
천모는 식탁 저쪽에서 한 마디도 못 하고 있었다. “제가 끄덕였어요.” 내가 말했다. “제가 해보고 싶어서요.” “그럼 됐습니다.” 그가 술잔을 내 쪽으로 가볍게 부딪쳤다. “그럼 제 방식대로 하죠. 천천히. 어디가 불편하면 말로 하세요. 참지 마시고.”
밥이 끝난 건 아홉 시 십 분이었다. 천모는 설거지를 하러 갔고 물소리가 콸콸 났다. 라오바이는 일어나서 의자를 밀어 넣고 소파 쪽으로 가서 앉더니 옆자리를 툭툭 쳤다. “사모님, 이리 와서 앉으세요. 아직 아무것도 안 합니다. 그냥 앉는 겁니다.”
나는 손바닥 하나 거리를 두고 앉았다. 그는 나를 건드리지 않았고 손은 자기 무릎 위에 있었다. “다리가 진짜 기네요.” 그가 말했다. “사진보다 더 길어요.”
“그 사진은 저 사람이 보낸 거예요. 저는 몰랐고요.” “들었습니다. 얼굴은 모자이크했다고.” 라오바이가 살짝 웃었다. “겁쟁이긴 해도 지킬 건 지키는 사람이네요.”
주방의 물소리가 멎었다. 천모가 손을 닦으며 나와 거실 한가운데에 섰다. 라오바이가 눈을 들어 그를 봤다. “저쪽 의자에 앉아. 오늘 자네는 앉아만 있는 거야. 말하지 말고 손대지 말고. 사모님 규칙이야.”
천모는 식탁의 그 의자로 가서 앉았다. 두 손을 무릎에 얹고 등을 꼿꼿이 세운 채로. 혼나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그제야 라오바이가 나를 만졌다. 처음엔 손등을 내 종아리에 대고 발목에서 위로, 스타킹 너머로 천천히 문질러 올라와서 무릎에서 멈췄다. “차갑네요.” 그가 말했다. “에어컨이 너무 세서요.” “그럼 제가 좀 덮어드리죠.”
그는 손 전체를 덮어 내 무릎을 감쌌다. 그대로 삼십 초는 있었다. 나는 내 무릎 위의 그 손을 들여다봤다. 손등이 일하다 생긴 터진 자국투성이였다.
그러고 나서 위로 올라갔다. 손바닥이 허벅지 바깥쪽을 따라 밀고 올라가면서 스타킹이 잔주름으로 밀렸고, 치맛단까지 가면 다시 내려왔다가, 또 올라갔다가, 또 내려왔다. 일고여덟 번을 왕복하는 동안 내 치마가 조금씩 말려 올라갔다.
“바이 형.” 내 목소리가 쉬어 있는 게 들렸다. “이게 뭐예요.” “몸 푸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사모님, 아까부터 다리를 붙이고 계세요. 십 분째입니다.”
그제야 내 두 다리가 죽어라 붙어 있다는 걸 알았다. “힘 빼요.” 그의 손이 내 무릎 안쪽에 얹혔다. 힘은 주지 않았다. “빼기 싫으면 안 빼도 됩니다. 기다리죠.” 나는 힘을 뺐다.
그는 카펫에 무릎을 꿇고 내 두 다리를 소파 양쪽으로 벌리고 치마를 허리까지 밀어 올렸다. 검은 레이스는 이미 한 군데가 젖어서 색이 짙어져 있었다. 그는 이 초쯤 그걸 보더니 아무 말 없이 손가락을 속옷 가장자리에 걸어 내렸다.
“잠깐만.” 나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그는 즉시 멈췄고, 손은 그 자리에 뜬 채로 있었다. “안 하시게요?”
천모는 의자 위에서 허리까지 곧추세우고 있었다. 온 집 안에서 나는 소리는 냉장고 도는 소리뿐이었다. “……계속해요.” 내가 말했다. “한 마디만 하려고요.”
“하세요.” “저 사람이 보고 있어요.” “네.” “저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럼 저를 보세요.” 그가 말했다. 속옷은 발목까지 당겨져 검정 스타킹 신은 한쪽 발에 걸린 채로 남았다. 그는 그걸 벗기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먼저 내 허벅지 끝에 입을 맞췄다. 스타킹 너머로. 거기엔 비릿한 냄새와 세제 냄새가 섞여 있었는데 그는 못 맡은 것처럼 거기서부터 안쪽으로 들어왔다. 혀가 가장자리까지 오면 멈췄다. 안으로는 안 들어오고 둘레를 돌았다.
“바이 형…….” “이름으로 부르셔도 됩니다.” “바이젠쥔.” “네.”
그의 혀가 들어왔다. 빠르지 않게, 납작하게, 아래에서 위로 한 번에 끝까지 핥아 올려서 맨 위의 그 콩까지 와서 한 바퀴 돌렸다. 내 허리가 튕겨 올라갔고 뒤꿈치가 소파를 긁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그가 두 손으로 내 허벅지 끝을 눌렀다. “사모님, 여긴 물이 많네요. 한 번 핥으면 손이 다 젖어요.” “말 좀 하지 마요…….” “제가 말하면 더 나오는데요.”
그는 정말 서두르지 않았다. 삼 분을 핥는 내내 그 한 가지 리듬이었다. 느리게, 깊게, 한 번 한 번을 끝까지 끌어서. 내 손은 소파 등받이 가죽을 쥐고 있었고, 손가락 마디가 하얘질 만큼 쥐고 있었다. 중간에 그가 멈추고 물었다. “더 세게 할까요, 이대로 할까요?”
“……더 세게.” 남자한테 그 말을 한 건 평생 처음이었다.
그는 손가락 두 개를 넣어 위로 걸고, 입은 그대로 위쪽을 빨았다. 손가락이 움직이자마자 그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질척질척, 우리 집 거실에서 아주 또렷하게 울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의자에 앉은 천모를 봤다. 종이처럼 하얀 얼굴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놓고 눈을 감았다.
거기서부터 내 목소리를 통제할 수 없게 됐다. 처음엔 목구멍에 눌러 담고 앓았는데, 삼 분째엔 못 참고 입꼬리로 새어 나왔고, 샐수록 커져서 마지막엔 온몸으로 소리를 질렀다.
허벅지가 떨리기 시작해서 멈추질 않았다. 다리 전체가 한 줄로 팽팽해지고 발가락이 스타킹 안에서 전부 오그라들었다.
“가세요.” 그가 문 채로, 뭉개진 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뒤통수를 잡아 눌렀고, 허리가 소파에서 떴고, 온몸이 활처럼 휘었다. 눈앞이 먼저 하얘졌다가 아무것도 안 들렸고 귓속에서 웅 하는 소리가 났다.
안이 파도처럼 조여들어서, 손가락도 못 펼 만큼 조였다. 그의 입가에서 흐른 게 내 엉덩이 밑 소파 가죽까지 흘러내렸다. 스물아홉 해 만에, 처음이었다.
나는 소파에 퍼져서 숨을 쉬었고, 삼십 초가 지나서야 눈을 떴다. 라오바이는 손으로 얼굴을 한 번 훔치고 일어나 옷을 벗었다. 재킷을 팔걸이에 걸쳤고 벨트 버클이 절그럭 소리를 냈다. 그의 자지가 튀어나왔을 때 나는 잠깐 굳었다. 천모보다 한 둘레 굵고, 길고, 위로 휘었고, 귀두는 검붉었다.
“사모님, 올라오세요.” 그는 소파에 앉아 자기 허벅지를 툭툭 쳤다. “처음이니까 깊이는 직접 정하세요. 저는 안 밀어 올립니다. 아프면 일어나시고요.”
나는 일어섰다. 다리에 아직 힘이 없었다. 치마는 허리까지 올라가 있고, 속옷은 아직 발목에 걸린 채고, 검정 스타킹도 안 벗었다. 한쪽 다리를 넘겨 그의 어깨를 짚고 무릎을 꿇었다.
그가 붙잡아 입구에 댔다. 반쯤 들어왔을 때 나는 숨을 들이켜고 멈췄다. “천천히.” 그의 손이 내 허리를 잡았지만 아래로 당기지는 않았다. “직접 앉으세요.”
나는 직접 앉았다. 조금씩, 뿌리까지, 엉덩이가 그의 허벅지에 닿을 때까지. 가득 차서 밀려 벌어지는 그 느낌은 평생 겪어본 적이 없었다. “움직이세요.” 그가 말했다.
나는 움직였다. 처음엔 서툴렀다. 위아래로, 박자도 엉망이었다. 그는 참견하지 않고 내 엉덩이만 받쳐 들고 나를 봤다. 풀어헤친 유니폼에서 내 젖이 흘러나와 한 번씩 그의 가슴을 쳤고, 그가 고개를 숙여 한쪽을 물고 빨았다.
“바이 형…….” 나는 엎드려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귀 옆에 붙였다. “좀 천천히…….” “저는 계속 안 움직였는데요.” 그가 말했다. “움직이는 건 사모님입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천모가 아직 그 의자에 앉아 있는 걸 봤다. 자세가 조금도 안 변했고, 두 손으로 무릎을 꽉 쥐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지나간 건 월요일 방송국의 그 계약이었다. 분유 클라이언트가 예산을 삼십 퍼센트 깎겠다고 했고, 나는 월요일 아침 아홉 시까지 대안을 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나는 완전히 놓아버렸다. 소파 등받이를 짚고 내가 직접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점점 빨라져서 가죽 소파가 철썩철썩 울렸다. 그제야 그가 움직여 밑에서 위로 박기 시작했고, 한 번 박힐 때마다 나는 소리를 냈다.
“쉬야오.” 그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 “응…….” “안에서 진짜 꽉 무네요.” “씨발 말 좀 하지 마…….” “사모님, 핥아서 간 건 처음이죠.” “……응.” “누가 핥았는지 기억해요.” “기억해! 기억한다고—”
그는 내 허리를 잡아 아래로 누르면서 밑에서 스무 번 넘게 연달아 박았다. 한 번 한 번 더 독해져서 상반신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내 손등을 물었다. 잇자국이 날 만큼 물었다.
“쌀 것 같은데.” 그가 말했다. “안이요, 밖이요?” 입을 여는 순간 천모의 그 하얀 얼굴이 머릿속을 스쳤다. “안에.” 내가 말했다.
그는 더 묻지 않았다. 손에 힘을 주어 나를 뿌리까지 한 번에 앉히고 낮게 신음했다. 안에서 뜨거운 게 한 줄기씩 위로 쳐올라왔고, 그 힘에 나는 또 한 번 떨었다.
끝나고도 그는 나를 일어나게 하지 않았다. 두 손으로 내 등을 받쳐 그대로 앉혀뒀다. 일 분쯤 그러고 있었다. 내 이마는 그의 어깨에 대고 있었고, 나는 숨을 쉬었다.
“사모님, 허리가 가늘어요.” 그가 말했다. “엉덩이는 무겁고.” “……입 다물어요.”
일어날 때 그게 허벅지 끝을 타고 흘러내려 스타킹까지 갔고, 검정 스타킹을 따라 내려가며 반짝이는 줄 하나를 만들었다. 나는 다리를 붙이고 선 채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라오바이가 탁자에서 휴지 두 장을 뽑아주고, 자기는 바지를 올리고 벨트를 잠갔다. “사모님,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는 올 때와 똑같이 야무지게 옷을 입었다. 일 분 남짓. 현관에서 몸을 숙여 덧신을 뜯어내면서, 아직 의자에 앉아 있는 천모를 돌아봤다. “오늘 밤엔 아무도 이 얘기 꺼내지 마. 재워.” 그러고 문을 열었다. “천모, 술은 자네가 마셔.”
문이 닫혔다. 거실에 남은 건 소파의 그 젖은 자리와 나뿐이었다. 천모가 의자에서 내려와 걸어오다가 무릎이 꺾이면서 내 발밑에 꿇었다.
“야오야오…….” 목소리가 떨렸다. “아까 너…….” “말하지 마.” 내가 말했다. 나는 검정 스타킹을 조금 끌어 올리고 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제일 뜨겁게 틀고 그 밑에 십오 분을 서 있었다. 손을 아래로 넣어 긁어내니 하얗고 걸쭉한 게 나왔고, 그게 계속 한 줄기씩 흘러나왔다. 타일 벽을 짚고 한참 서 있다가 그 “누가 핥았는지 기억해요”가 떠올라 다리에 또 힘이 풀렸다.
나오니 천모는 이미 소파를 다 닦아놨고 거실에 방향제를 뿌려놨다. 레몬 향이었다. 그는 침실 문 앞에 서서 눈가가 빨간 채로 아무것도 못 묻고 있었다. 나는 눕자마자 잠들었다. 아홉 시간을 잤다. 사 년 만에 제일 깊게 잔 잠이었다.
아침 여덟 시에 깨서 제일 먼저 한 건 휴대폰을 더듬는 일이었다. 위챗엔 새 메시지가 없었다. 천모의 프로필을 열어 그와 라오바이의 대화를 거슬러 올라갔다. 마지막은 어젯밤 열한 시, 라오바이가 보낸 거였다. “사모님 오늘 잘하셨어요. 괴롭히지 말고 놔두세요.”
나는 천모의 휴대폰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방에 들어가 오 분을 앉아 있었다. 그러고 내 휴대폰을 들어 검색창에 세 글자를 쳤다. 바이젠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