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네 시 사십 분, 나는 교무실 보온병을 헹궈 씻고 서랍을 잠근 뒤 평소보다 이십 분 일찍 나왔다. 교과 주임이 문간에서 가는 길에 태워다 줄까 물었지만 나는 됐다고, 오늘 저녁엔 약속이 있다고 했다.
“약속”이라는 말이 입에서 나온 순간 귀가 화끈해져서, 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전기 스쿠터에 열쇠를 꽂았다.
내 이름은 송웨이, 서른한 살, 시립 23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지 팔 년째다. 남편 루밍은 서른셋, 소프트웨어 단지에서 코드를 짠다. 일 년 내내 같은 검정 티셔츠를 입고, 목깃이 허옇게 될 때까지 버리지 않는다. 입던 게 편하다고 한다.
결혼 오 년, 아이는 없다. 결혼 전에 얘기해서 정한 일이다. 주택 대출은 십일 년 남았고, 두 사람 돈을 두 사람이 쓰고, 한 달에 육천씩 모은다. 집은 조용해서 냉장고 압축기가 한참 만에 한 번씩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웅 하고 울렸다가 다시 멈춘다.
이 년 전 어느 새벽, 물을 마시러 일어났다가 그가 베란다에 쭈그려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는 걸 봤다. 화면 빛에 턱이 퍼렇게 비쳤다. 그는 숨기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한마디 했다. “같이 볼래?”
나는 그 옆의 작은 의자에 앉았다. 그날 우리는 새벽 두 시까지 봤고, 베란다의 모기향은 한 판이 다 타버렸다.
방 이름은 “지역 부부 교류 3방”, 사백 명이 넘었다. 절반은 부부 계정, 절반은 선택되기를 기다리는 독신 남자들. 거기 올라오는 건 아주 직접적이었다. 사진, 영상, 만난 기록, 어느 집 사모님이 어젯밤 몇 시까지 놀았는지, 어느 호텔 프런트가 객실을 확인하지 않는지.
우리는 이 년을 봤다. 그는 한 번도 재촉하지 않았고, 나도 그만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볼 때마다 그는 침대에서 평소의 두 배로 열심이었고, 나는 이불 끝을 물고도 소리가 새어 나왔다. 다음 날이면 목이 쉬어서 목캔디를 두 알 물어야 한 문장을 제대로 뱉을 수 있었다.
우리 문제는 그가 못한다는 게 아니었다. 그는 한다. 문제는 그 삼 분에서 오 분이 끝나면 그가 돌아누워 바로 잠들고, 방이 다시 조용해진다는 거였다. 내가 침 삼키는 소리도, 위층 젊은 부부가 의자 끄는 소리도 들릴 만큼.
최근 반년 동안 그는 불 끈 어둠 속에서 작은 소리로 묻곤 했다. “아까 그 영상에 나온 자세, 해보고 싶지 않아?” 내가 “보고 싶은 건 자기잖아” 하면 그는 “그냥 물어본 거야” 했다. 둘 다 그 말을 끝까지 하지 않으려 했다. 먼저 끝까지 말하는 쪽이 지는 것처럼.
올해 삼 월, 방에 있던 어떤 사람이 그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름은 “아제”, 프로필 사진은 자동차 보닛 위에 엎드려 꼬리를 늘어뜨린 검은 고양이였다.
아제는 서른여덟, 그 바닥에선 고참이고 부부들과 많이 놀아봤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방에 사진을 올리지 않고, 누구에게도 사진을 조르지 않는다는 거였다. 다들 떠들기 시작하면 그는 밖에 나가 담배를 피웠다.
루밍은 그와 나눈 대화를 한 줄도 지우지 않고 전부 내게 보여줬다. 나는 소파에 양반다리로 앉아 오후 내내 읽었고, 탁자 위 국화차는 다 식도록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아제 “아내분이 직접 동의한 거야?” 루밍 “얘기하는 중이야.” 아제 “본인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으면 약속 잡지 마. 설득당해서 나온 사람은 안 받아. 재미없어.”
루밍 “낯을 좀 가려.” 아제 “낯 가리는 사람은 더 안 받아. 본인이 직접 나를 추가하게 해. 묻고 싶은 건 뭐든 물으면 돼. 싫다면 이 얘기는 여기서 끝, 누구도 누구한테 한 푼도 빚진 거 없고.”
그날 밤 나는 직접 그를 추가했다. 수락은 아주 빨랐다. 내내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던 사람처럼 빨랐다.
내 첫마디는 이랬다. “나는 돈이 아쉽지 않고, 신세 진 것도 없고, 내 남편도 당신한테 빚진 게 없어요. 오늘 승낙하고 내일 마음을 바꿀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답이 빨리 왔다. “괜찮아. 언제든 멈추라고 하면 멈춰. 도중이라도 마찬가지고, 한마디만 하면 나는 일어나. 빼앗은 건 의미가 없어.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 스스로 원하는 거야.”
나는 그 두 줄을 오래 들여다봤다. 화면이 세 번 꺼질 만큼 오래. 그러고는 씻으러 가서, 샤워기 아래 서서 한 번 했다. 물소리가 덮어줬고, 다리가 계속 떨렸다. 마지막엔 타일을 붙잡고 주저앉았고, 물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넉 달을 대화했지만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영어를 가르친다는 것, 남편 성이 루씨라는 것, 내가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신다는 것만 알았다. 다른 건 묻지 않았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묻지 않았고, 내가 어느 구에 사는지조차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지난주 수요일 쉬는 시간, 방에서 영상 하나를 봤다. 흰 셔츠에 검정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호텔 카펫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얼굴은 모자이크였고, 밑에는 댓글이 이백 개가 넘었다. 맨 위에 있는 건 “저 옷 미쳤다”였다.
나는 그걸 일곱 번 봤다. 여덟 번째엔 휴대폰을 들고 집 화장실로 들어갔고, 나올 때는 다리에 힘이 없었다. 부엌까지 가서야 가스레인지 위 물이 다 졸아붙은 걸 알았다.
그날 밤 나는 루밍에게 말했다. “금요일.” 그는 설거지 중이었다. 물을 틀어놓은 채로 손이 이 초쯤 멈췄다가 말했다. “금요일에 뭐.”
“금요일에 아제 만나. 같이 갈 거야?”
그는 그릇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손에는 아직 거품이 달려 있었고, 거품이 한 방울씩 바닥 타일에 떨어졌다. “진심이야?”
“확신이 없으면 이 말을 꺼내지도 않았어.” 내가 말했다. “대신 규칙이 하나 있어.”
“말해.”
“찍어도 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찍어도 돼. 자기가 찍든 그 사람이 찍든 상관없고, 얼굴도 찍어도 돼. 나는 마스크도 안 쓰고 모자이크도 안 해.” 나는 한 글자씩 밀어내듯 말했다. “대신 올릴지 말지, 어느 부분을 올릴지, 누구한테 보낼지는 내가 정해. 나만 정해. 자기는 나한테 달라고 해서도 안 되고, 혼자 손대는 건 더더욱 안 돼.”
그는 잠깐 멍해졌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하나야? 다른 건 상관없고?”
“그거 하나.” 내가 말했다. “나 몰래 일 초라도 올리면, 나는 다음 날 집을 나가. 집은 자기 가져. 나는 아무것도 안 가져가고 싸우지도 않아.”
“그렇게까지 할 일이야?”
“그렇게까지 할 일이야.” 나는 그의 눈을 봤다. “이 일을 누가 떠밀어서 하게 되면, 나는 평생 내가 역겨울 거야. 내 발로 걸어 들어간 거면 그건 내 몫이야. 밑지든 남든 내가 감당해.”
그는 앞치마에 손을 두 번 닦고 다가와 나를 안았다. 턱을 내 정수리에 얹고 조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 네가 정해. 가기 싫어지면 언제든 말해. 차 몰고 데리러 갈게.”
나는 그 규칙을 한 글자도 고치지 않고 아제에게 보냈다. 그는 두 글자로 답했다. “합리적.” 일 분 뒤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 휴대폰, 오늘 밤 당신이 맡아도 돼. 비밀번호는 620418.”
금요일. 나는 네 시 사십 분에 나와 다섯 시 십 분에 집에 들어갔다. 복도의 소리 감지 등 하나가 고장 나 있었다.
루밍은 웬일로 반차를 냈고, 샤워를 마치고 침대 끝에 앉아 손을 비비고 있었다. 머리에서는 아직 물이 떨어졌고, 시험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나는 옷장 맨 아래에서 종이봉투를 끌어냈다. 안에 든 건 지난달에 내가 직접 인터넷으로 산 것이다. 백구십팔, 무료 배송, 수령지는 단지 택배함으로 적었고, 점심시간에 가서 찾아왔다.
흰 셔츠, 진회색 펜슬 스커트, 치맛단은 무릎 위 세 손가락. 검은 뿔테 안경, 살구색 스타킹, 오 센티 굽의 검정 하이힐. 굽에는 다 떼지 못한 가격표가 아직 붙어 있었다.
이 옷을 입고 출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출근할 땐 운동화에 통 넓은 바지, 화장도 안 한다. 하루 종일 떠들고 나면 목이 쉬어 한 문장도 제대로 못 낸다. 이 옷은 놀려고 산 것이고, 까놓고 말하면 무대의상이다. 직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 입고 전신 거울 앞에 서서 셔츠 맨 위 단추 두 개를 풀었다가, 이 초 보고 하나를 도로 잠갔다. 스타킹 끝단이 허벅지 안쪽을 조여 옅은 자국을 남겼다.
루밍은 내 뒤에서 한참을 참다가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 “……씨발.”
“사람 말로 해.”
“그러고 나가면 나 오늘 밤 미쳐버릴 거야.”
“그럼 가지 마.” 나는 립스틱으로 입꼬리를 정리했다. “지금 말하면 늦지 않았어. 옷 갈아입고 우리 아래층에서 훠궈 먹고, 오늘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면 돼.”
그는 말없이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손이 치맛단 아래로 올라와 스타킹 고무 부분을 찾아 손가락으로 계속 문질렀다. 나는 그 손을 밀어냈다. “아껴 둬. 오늘 밤 실컷 볼 테니까.”
나는 침대 머리맡 서랍을 열어 메모지 한 장을 꺼내고, 화장대에 엎드려 한 줄을 써서 두 번 접어 셔츠 주머니에 넣었다. 천 너머로 작은 사각형이 비쳤다.
“뭐라고 썼어?” 그가 물었다. “이따 들을 거야.” 내가 말했다.
일곱 시 사십 분, 장청리청 십육 층, 1608호. 복도 카펫은 와인색이었고, 밟아도 소리가 전혀 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힐끗 봤다. 안 읽은 메시지 오십사 개, 전부 업무 방이었다. 하나도 열지 않고 무음으로 바꿔 가방에 도로 넣었다.
루밍은 손바닥이 땀투성이라 바지에 세 번이나 문질렀다. 내가 말했다. “나보다 더 긴장했네.” “너는 안 긴장돼?”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어.” 내가 말했다. “그래도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오늘 돌아가면 다음 달에 또 와야 해. 그럴 필요 없잖아.”
문이 살짝 열리고, 먼저 흘러나온 건 담배 냄새와 애프터셰이브 냄새, 그리고 에어컨의 마른 냄새가 조금이었다. 아제는 사진보다 말랐다. 검정 셔츠,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소매, 손등에 오래된 흉터 하나.
그가 먼저 본 건 내 얼굴이었다. 다리가 아니었다.
“송 선생님.” 그는 몸을 비켜 문을 열어줬다. “들어오기 전에 한 번만 더 물을게. 지금 돌아선다고 해도 나는 두 사람을 아래까지 배웅해. 잔소리 한마디 없고, 누구도 누구한테 빚진 거 없고, 앞으로 방에서 마주쳐도 모르는 사이인 걸로 하고.”
나는 주머니에서 그 메모지를 꺼내 그의 손에 건넸다.
“이따가 이대로 말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