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K·남편】
넷째 밤은 하마터면 없을 뻔했다. 일지에는 이것부터 적어 두어야 한다. 안 그러면 나중에 들춰 볼 때 매 밤이 순조롭게 찾아온 줄로 알 테니까. 이번 밤의 상대는 내가 찾았다. 셋째 밤에 그녀는 마사지사의 매트 위에 엎드린 채 허벅지 안쪽까지 흘렸고, 나는 말했었다. 다음엔 내가 찾겠다고, 마사지사보다 손이 훨씬 좋은 사람으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누군가 아무라는 이름을 꺼냈다. 서른셋, 제대로 된 기술을 배웠고, 수업료가 소형차 한 대 값이었다던가, 말수가 적고 일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 식사에 불렀고 두 번째에야 샤오만 얘기를 꺼냈다. 다 듣고 나서 그가 물은 건 하나뿐이었다. “그분, 어디가 제일 예민합니까?” 등이라고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럼 발바닥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날짜는 그녀의 생리 일주일 전으로 잡았다. 일부러였다—황체기의 그녀는 가슴이 붓고 아랫배가 묵직해서 입으로는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서도 몸은 평소보다 훨씬 쉽게 불이 붙는다. 셋째 밤이 딱 그렇게 걸렸었다. 그런데 이번 달은 기분이 유난히 나빴다. 뭘 봐도 짜증을 내고, 야근하고 돌아오면 소파에 쓰러져서는 말이 없었다. 처음 취소하자고 한 게 화요일, 두 번째가 목요일 밤, 세 번째가 전날이었다. 그녀는 휴대폰을 침대 저쪽으로 던졌다. “안 가. 당신이 말해.” 나는 다투지도 달래지도 않고 그저 그녀의 발을 무릎에 올려놓고 주물렀다. 잠들 때까지. 나는 그녀를 안다. 밀면 도망가고, 손을 놓으면 제 발로 돌아온다.
【샤오만·아내】
그 며칠은 나 자신이 나한테 짜증이 났다. 허리는 시큰거리고, 가슴은 스치기만 해도 아플 만큼 부어오르고, 사무실에서 누가 한마디만 더 하면 울고 싶었다. 라오K는 재촉하지 않았다. 그가 재촉하지 않을수록 나는 더 찔렸다. 취소하려는 게 그냥 약속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하겠다고 한 일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당일 아침 나는 아주 일찍 깼다. 하늘이 아직 다 밝지 않았는데, 누워 있다가 문득 짜증이 사라져 있었다. 밤사이에 무언가가 조용히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처럼. 그를 밀었다. “가자. 약속했잖아.” 그는 눈을 감은 채 응, 하고는 손을 뻗어 내 아랫배를 눌러 보았다. 거기가 아직 묵직한지 확인하는 것처럼.
결국 셋 다 야근이었다. 나는 일곱 시 이십 분에야 회사에서 나왔고, 라오K도 방금 나왔다고 했고, 아무도 방금 나왔다고 했다. 원래 일곱 시 약속이었는데 만났을 땐 거의 여덟 시였다. 택시 뒷좌석에서 휴대폰으로 내 얼굴을 비춰 봤다. 맨얼굴, 눈 밑에 거무스름한 다크서클, 머리는 대충 낮게 묶었고, 위에는 삼 년 입은 회색 후드티, 립스틱조차 안 발랐다. 저 사람이 이따가 보게 될 게 이거구나, 야근에 찌들어 얼굴이 무너진 여자. 가는 내내 불안했고, 그러면서도 속으로 나 자신을 타일렀다. 이 꼴로도 왔으니,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최대의 존중이라고.
【라오K·남편】
호텔은 내가 골랐다. 오 년 전 그녀와 처음 방을 잡은 곳이 바로 여기다. 그때 그녀는 스물셋이었고, 긴장한 나머지 카드키를 세 번이나 거꾸로 꽂았고, 나는 뒤에 서서 그녀의 귀가 빨개지는 걸 봤다. 몇 년 사이 호텔은 리모델링을 했지만 아래층 이탈리안 식당은 그대로였다. 베이지색 조명, 긴 테이블, 반듯하게 눌러 놓은 테이블보. 미리 한 상 주문해 두었다. 파스타 둘, 양갈비 구이 하나, 해산물 리조토 하나, 마늘빵, 탄산수 한 병. 아무가 들어왔을 때 우리는 막 앉은 참이었다. 검은 셔츠, 소매를 두 번 접어 올렸고, 손은 깨끗하고 손톱은 바짝 깎여 있었다. 그는 먼저 샤오만을 삼 초 보고 나서 나와 악수했다.
“다들 하루 종일 고생하셨는데,” 나는 접시를 그쪽으로 밀었다. “빈속으로 시작하지는 맙시다.” 그는 살짝 웃으며 앉더니, 이 말을 남의 입에서 듣는 건 처음이라고 했다. 오늘 밤 항저우의 교통 체증 얘기, 그가 누구에게 기술을 배웠는지 얘기, 마치 두 회사가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것 같았다. 샤오만은 내 옆에 앉아 포크로 파스타를 돌리며 한 입 한 입 천천히 먹었다.
【샤오만·아내】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두 남자가 음식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주고받고, 하는 말은 전부 점잖은 얘기인데, 테이블 밑에서는 내 무릎이 라오K의 무릎에 닿아 있고, 라오K의 손은 줄곧 내 허벅지 위에 얹혀 있었다. 아무의 눈은 나를 잘 보지 않았다. 하지만 볼 때마다 내 옷이 아니라 내 손목, 내 뒷목, 머리를 묶어 드러난 목덜미 한 뼘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 보이고 나니 후드티 목깃까지 뜨거웠다. 양갈비가 나왔을 땐 아무도 잘 먹지 않았고, 라오K가 계산을 불렀고, 아무는 검은 네모난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크지 않은데 묵직해 보였다.
【아무·싱글남】
사람을 볼 때 나는 두 군데를 먼저 본다. 손목과 뒷목. 그녀는 둘 다 가늘고 피부가 얇아서 푸른 혈관이 조명 아래 비쳐 보였다. 맨얼굴, 피곤함, 눈 밑의 거뭇한 층. 이런 사람이 오히려 다루기 쉽다—몸이 지치면 방어선이 낮아진다.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는 라오K와 나 사이에 서서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낮게 묶은 머리끝이 후드티 깃을 쓸고 있었다. 방은 하얬다. 흰 시트, 베이지색 커튼, 침대 머리맡의 벽등 두 개. 가방을 테이블에 놓고 오일을 한 병씩 꺼내 늘어놓았다. 스위트 아몬드를 베이스로, 라벤더, 일랑일랑, 블랙페퍼, 작은 병의 생강. 한 병씩 뚜껑을 열어 맡게 하며 어떤 게 따뜻하고, 어떤 게 가라앉히고, 어떤 게 달콤하게 나면서 실은 취하게 하는지 알려 주었다.
“일랑일랑에 알레르기 있는 사람도 있어요. 붉은 발진이 올라오죠.” 나는 그녀의 왼손을 잡아 소매를 밀어 올리고 손목 안쪽에 손톱만큼 발랐다. “십 분 기다려요.” 내 엄지 아래에서 그녀의 맥이 뛰고 있었다. 아까 식당에서보다 빨랐다.
【샤오만·아내】
서비스를 받는 느낌. 이럴 줄은 몰랐다—그는 손님에게 제품을 설명하듯 진지하고 경박하지 않았고, 손목에 발린 그 한 점의 오일은 서늘했다가 일랑일랑 향이 천천히 따뜻해졌다. 고개를 돌려 라오K를 찾으니 그 밉살스러운 인간은 침대 발치에 쪼그리고 앉아 휴대폰을 삼각대에 끼우고, 높이를 맞추고, 각도를 맞추고, 조명을 한 번 돌려 보고, 침대 머리맡 벽등을 한 단 어둡게 했다가 다시 한 단 밝히고 있었다. 제작자, 감독, 작가, 진행, 조명, 촬영, 여섯 명의 혼이 한꺼번에 그에게 씌었다. 속으로 욕을 하면서도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라오K·남편】
검사 키트는 내가 가져왔다. 4종 검사 카드 세 장을 나무 테이블에 놓았다. 한 사람에 한 장, 채혈침도 한 사람에 하나. 아무는 써 본 적이 없다며, 우리가 꼼꼼하다고, 보통 부부나 커플 사이에서는 남자 쪽은 검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전부 한다고 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그래야 다들 마음이 깨끗하다고. 손끝을 찌를 때 샤오만은 움찔했고, 핏방울을 카드에 짜내며 숨을 들이켰다. 카드 세 장이 나란히 누워 십오 분을 기다린다. 샤워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욕실 문을 닫았다. 물을 가장 뜨겁게 틀어 뒷목에 맞았다. 넷째 밤. 앞선 세 밤은 내내 옆에 앉아 보기만 했다. 오늘 밤은 보기만 할 생각이 없다.
규칙은 식당에서 이미 분명히 말해 두었다. 세 가지. 안 낀다, 검사 키트는 그걸 위한 것. 그녀가 멈추라면 멈춘다, 아무도 이유를 묻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에게 맡긴다. 아무는 다 듣고 “좋습니다” 한마디만 했다. 쓸데없이 묻지 않는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샤오만·아내】
문 너머로 물소리가 들려오고 방에는 나와 아무만 남았다. 그는 말없이 수건을 한 장씩 침대에 깔고 오일 병을 순서대로 정렬했다. 작은 수술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테이블 위의 카드 세 장을 보았다. 선이 하나씩 떠올랐다. 전부 한 줄. 그가 다가와 내 손목을 집어 살폈다. 붉어지지 않았다. 그러고는 침대 머리맡 벽등을 가장 어두운 단까지 돌렸고, 방에는 희미한 노란빛만 남았다.
“엎드려.” 그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