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쒀민·아내】
펑커우 뮤직 페스티벌, 랑 스테이지, 리허설 순서는 오후 네 시 십 분. 나는 무대 입구에 서서 왼쪽 귀에 인이어를 꽂고 오른쪽 귀는 비워 둔 채 무전기를 입에 붙이고 있었다. “전환 십오 분은 부족해. 이십 분 줘.”
“쒀 선생님, 스케줄은 주최 측이 정한 겁니다.” 무대감독은 햇볕에 껍질이 벗겨진 젊은 애였다. “그럼 주최더러 와서 나한테 직접 말하라고 해. 너를 보내지 말고.” 나는 무전기를 돌려줬다. “드러머가 대타야, 세트를 다시 짜야 돼. 십오 분 안에 다 짜면 그놈은 로봇이지.”
나는 쒀민, 서른하나, 저기압골의 베이시스트 겸 코러스, 겸 이 밴드에서 싸워야 하는 일 전부. 원래 싸우는 건 잉하오 몫이었다. 드러머, 서른둘, 내 남편. 삼월 말 연습 때 가속 필인을 치다가 오른손이 미끄러져 스틱이 벽까지 날아갔고, 본인은 드럼 의자에 앉은 채 말이 없었다. 의사 말로는 삼각섬유연골, 손목 보호대 석 달, 스틱은 한 개도 잡지 말 것.
그는 지금 무대 옆 플라이트 케이스에 앉아 있다. 오른손엔 검은 손목 보호대, 왼손엔 내 물. 드럼 의자에 앉은 건 샤오돤, 스물여섯, 다른 밴드에서 빌려 왔다.
【다리·단남】
베이스의 모니터 요청서는 손글씨였고, 사진으로 찍어 무대감독한테 보내면 무대감독이 나한테 넘긴다. 세 줄. 킥 많이. 나 자신 많이. 기타는 꺼져.
나는 다리, 서른일곱, 페스티벌 돌아다닌 지 십사 년, 모니터 콘솔 앞에서 본 베이시스트가 백은 안 돼도 팔십은 된다. 열에 아홉은 무대 위가 뭉개진다고 로우를 잘라 달라고 한다. 이 여자는 올려 달라고 한다.
나는 인터컴을 눌렀다. “베이스, 지금 모니터엔 본인하고 킥, 기타는 반으로 깎아 놨어.”
“기타 깨끗하게 잘라. 걔 필요 없어.” 그녀의 목소리가 무대 위 마이크로 들어왔다. 코러스 라인을 타고, 마이크의 치찰음이 살짝 섞여서. “그리고 로우 더 올려. 내가 안 들려.”
“더 올리면 무대 위에서 터져.” “터지면 내 책임.” “이름 적을래?” “쒀민. 목숨 뺏는다 할 때 그 쒀.”
나는 피식 웃고 두 칸 올렸다. 그녀가 한 소절 쳤다. 4번 줄 개방현, 흉곽 바닥까지 내려가는 저음. 그녀가 모니터 콘솔 쪽을 올려다보며 오른손을 줄 위에 멈추고, 왼쪽 인이어를 빼고 고개를 기울였다.
“지금은?” “지금은 내가 들려.” 그녀가 말했다. “네 헤드폰엔 뭐가 들어 있는데?” “너.”
그녀는 인이어를 도로 꽂고 더 말하지 않았고, 다음 리프를 아까보다 더 독하게 쳤다.
【잉하오·남편】
샤오돤은 내 스네어를 두 바퀴 낮췄다. 내 각도가 불편하다고.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오른손 보호대 밑이 욱신욱신 쑤셨다. 아침에 먹은 이부프로펜은 이 시간이면 약발이 다 됐다.
쒀민은 무대 입구에 서서 왼쪽 인이어를 빼고 고개를 기울인 채 인터컴 너머 그 남자 말을 듣고 있었다. 저 동작을 나는 안다. 연습실에서 내가 카운트를 세면 그녀는 저렇게 고개를 기울이고 “넷”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줄을 뜯는다.
지금 그녀는 다른 사람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녀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병 입구에 그녀 립스틱이 묻어 있다. 올해 서른둘, 오른손으로 병뚜껑도 못 따서, 그녀가 따서 건네준 것이다.
【쒀민·아내】
리허설이 끝나고 장비가 내려갔다. 나는 밴드와 텐트로 돌아가지 않고 베이스를 든 채 무대 옆 모니터 자리로 돌아갔다. 모니터 콘솔은 무대 왼쪽, 검은 막 뒤, 큰 콘솔 한 대, 페이더 두 줄, 화면의 푸른빛이 한 남자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인터컴으로 들을 때보다 조금 늙어 보였다. 눈가에 주름, 팔뚝은 굵고, 티셔츠는 작년 어느 페스티벌 스태프 셔츠, 목둘레가 빨아서 늘어났다. 가슴엔 패스, 빨간 끈, ALL ACCESS.
“로우 두 칸 올려 놨어.” 그가 말했다. “내일 공연에서 터지면 나한테 떠넘기지 마.”
“너한테 떠넘기면 뭐가 되는데?” “안 돼.” “그럼 안 해.” 나는 베이스를 그의 콘솔 옆에 기대 세웠다. “내일 공연 끝나면 뭐 해?”
“케이블 정리.” “정리 끝나면?” “차에서 자.” “다른 답으로 바꿔.”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화면의 푸른빛이 아래서 위로 비쳤다. “무슨 답을 원하는데?”
“너랑 하고 싶어.” 내가 말했다. “똑똑히 말해 둘게, 내가 너를 먹는 거야. 내 남편은 무대 옆에 있어. 손목은 망가졌지만 다른 데는 안 망가졌고, 그 사람은 알게 될 거야. 문제 있으면 지금 말해.”
그는 두 마디쯤 되는 시간 동안 입을 다물었다. “남편은 무슨 생각인데?” “그 사람 생각은 돌아가서 물을 거고. 네 생각은?” “난 생각 없어.” 그가 말했다. “아니, 있어.”
“하나 더.” 나는 그의 가슴에 달린 패스를 들어 올려 사진을 한 번 보고 도로 내려놨다. “내 이거, 목에 걸려 있는 동안은 나한테 손대도 돼. 벗어서 네 이 콘솔 위에 올려놓으면 멈춰. 손은 왔던 데로 돌려놔. 묻지 말고, 설득하지 말고, 내 설명도 기다리지 마.”
“남편은?” “그 사람은 이걸 인정해.” “인정했어?” “오늘 밤에 인정할 거야.”
나는 한 마디 더 보탰다. “그리고 네 모니터가 똥 덩어리면 그건 그대로 주최 측에 컴플레인 넣을 거야. 그건 별개야, 섞어서 생각하지 마.” “쒀 선생님.” 그가 말했다. “당신 모니터는 벌써 다 맞춰 놨어.”
【잉하오·남편】
호텔은 바닷가 그 비엔나 호텔, 7층, 창문은 주차장 쪽. 그녀는 들어와서 불도 안 켜고 먼저 베이스를 케이스에 넣고, 그다음 내 손목 보호대 버클을 풀어 얼음주머니를 올렸다.
“하오즈.” 그녀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내일 공연 끝나고, 그 모니터 엔지니어랑 할 거야.”
나는 “누구”라고 묻지 않았다. 무대 옆에서 오후 내내 봤으니까.
“네 손은 지금 못 움직이고, 내일 그 무대도 못 쳐. 무대 위는 샤오돤, 무대 아래는 나.” 그녀가 말했다. “묻는 게 아니야, 알려 주는 거야. 싫으면 오늘 밤엔 다른 거 안 하고 이 손만 찜질해 줄게.”
“듣고 싶어.” 내가 그렇게 말하는 걸 나는 들었다.
그녀는 나를 한참 봤다. “들을 수 있어. 그 사람더러 내 모니터 라인을 벨트팩 하나로 나눠 달라고 할게. 넌 무대 옆에 앉아서 이어폰 끼고 있어. 내가 어디 있든 다 들려.”
“그 사람이랑 규칙은 정했어?” “정했어. 패스 걸려 있으면 손대도 되고, 벗어서 콘솔에 올리면 멈춰.” 그녀는 머리맡에 있던 내 스태프 패스를 들었다 놓았다. “너도 이걸 인정해. 못 견디겠으면 와서 내 목에서 벗겨. 난 안 싸워.”
오른손 통증은 계속 그 자리에 있는데 아래는 딱딱해져 있었다. 그녀가 그걸 보고 무릎으로 툭 쳤다. “너 진짜 씨발 드러머 맞네. 어디서든 박자가 서.”
【쒀민·아내】
나는 그의 바지를 벗기고 왼손으로 그의 오른 손목을 붙잡았다. 함부로 못 움직이게. 자지가 내 눈앞에 서 있다. 그의 얼굴보다 솔직하다.
“내일 그 사람한테 뒤에서 박게 할 거야.” 나는 쥐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콘솔 뒤에서. 넌 맞은편에 앉아서, 귓속엔 온통 나야. 내가 네 이름 불러도 대답하지 마. 그 사람 이름 불러도 대답하지 마.”
“민민.” “닥치고 들어.” 나는 손을 빨리하며 엄지로 귀두 밑 그 능선을 눌렀다. “그 사람이 너보다 굵은지 가는지는 나도 몰라. 내일 네 귓속에서 알려 줄게.”
그는 내 손안에 쌌다. 쌀 때 눈은 나를 보고 있었다. 아파서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눈 감기가 아까운 얼굴. 나는 손을 그의 아랫배에 닦고, 휴지로 그를 닦고, 다 닦은 뒤 얼음주머니를 손목에 다시 올렸다.
“자.” 내가 말했다. “내일 나 무대 올라가기 전에 카운트 세 줘.”
【다리·단남】
열두 시 이십 분, 위챗이 하나 들어왔다. 프로필은 베이스 헤드 사진. “내일 공연 끝나도 콘솔 끄지 마. 무대 옆에 벨트팩 하나, 내 라인으로 맞춰서. 내 남편한테.”
나는 두 글자로 답했다. 접수.
폰을 대시보드에 올려놓았다. 장비차 뒷좌석을 접어 침대로 쓰고, 발치엔 케이블 상자. 나는 누운 채 잠들지 않았다.
그녀 남편의 그 검은 손목 보호대를 나는 오후 내내 봤다. 드러머는 무대 옆 플라이트 케이스에 앉아 왼손엔 물, 오른손은 무릎 위에 얹고 꼼짝도 안 했다. 대타 젊은 애가 무대에서 스네어를 두들기는데, 그의 발은 거기 맞춰 박자를 밟고 있었다. 오른발, 허공 밟기, 오후 내내.
모니터 일을 하다 보면 무대 위 누구한테 무슨 일이 있는지 내가 제일 먼저 안다. 보컬이 오늘 목 상태가 안 좋다, 기타랑 키보드가 틀어졌다, 모니터 소리로 다 들린다. 이 부부는 안 들렸다. 그녀가 로우를 올리라는 건 자기를 들으려는 거다. 그가 거기 앉아 있는 건 그녀를 들으려는 거다.
벨트팩은 예비 상자에서 하나 뒤져 꺼냈다. 수신기를 그녀 라인 주파수에 맞추고, 이어폰 스펀지를 새것으로 갈았다. 콘솔 가장자리에 올려 뒀다. 내일 쓸 거다.
다음 날 정오, 나는 일찍 무대에 들어갔다. 케이블 점검이 끝날 무렵 그녀가 백스테이지 텐트 쪽에서 걸어왔다. 악기는 안 들고, 검은 민소매에 청바지, 손엔 그 출연자 패스를 움켜쥐고 빨간 끈을 손가락에 감고 있었다.
그녀는 모니터 콘솔 앞까지 와서, 내 눈앞에서 빨간 끈을 머리 위로 넘겼다. 패스가 가슴에 떨어졌다. 사진은 바깥쪽.
“걸었어.” 그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