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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1장 그는 곰 인형을 안고 로비에 들어왔다

나그네 · 2817자 · 한국어

【청쥔·단남】

주차장은 지하 2층이었다. 방문객 자리에 후진으로 차를 대고 시동을 끈 뒤, 멍위에게 짧게 보냈다. “도착했어요.” 메시지 앞에서 작은 동그라미가 두 바퀴 돌더니 빨간 느낌표가 떴다.

다시 보냈다. 빨간색. 또 보냈다. 여전히 빨간색. “설마.” 핸들에 대고 한마디 했는데, 등이 순식간에 땀으로 젖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차단당했다는 거였다. 막판에 마음을 바꾸는 건 너무 흔한 일이다. 쿤산에서 여기까지 차를 모는 동안이면, 부부 한 쌍이 마음을 몇 번이고 바꾸고도 남는다.

내 소개부터 하자. 청쥔, 서른일곱, 공사비 산정 컨설팅 일을 하고, 싱글이다. 그저께 밤 어느 커뮤니티를 넘기다가 그들의 여행 글을 봤다. 부부가 직접 차를 몰고 다니는데 쑤저우에서 이틀 머문다고 했고, 글에는 딱 한 줄뿐이었다. “조용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쪽지를 보냈고, 그녀의 남편 멍위와 새벽 두 시 넘어서까지 얘기했다. 그는 타자가 아주 느렸고, 문장마다 끝에 물음표를 달았다.

오늘 오후엔 쿤산에서 고객을 만났다. 정산서 하나를 상대가 세 번이나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나오니 세 시가 다 됐다. 고속도로에 오르기 전에 길가 선물 가게에 잠깐 들러 연갈색 곰 인형 하나를 고르고, 화이트티 향 디퓨저도 한 병 집었다. 아가씨한테 곰 인형을 주면 실패할 일은 없으니까. 계산하다가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 사람은 아가씨가 아니라 남의 아내였다.

지금 그 곰은 조수석에 앉아서, 빨간 느낌표 하나 앞에서 땀을 흘리는 나를 보고 있었다.

화웨이를 옆으로 던져 두고, 팔걸이 수납함에서 예전 아이폰을 꺼냈다. 전원을 켜고, 계정에 로그인하고, 신호를 기다렸다. 옛날 폰엔 다른 통신사 유심이 꽂혀 있었는데, 지하 2층인데도 신호가 두 칸이나 떴다. 메시지가 나갔다. 빨간색은 안 떴다. 십몇 초 뒤에 답이 왔다. “주차장 신호가 안 좋았던 거죠? 저 로비에 있어요, 들어와서 왼쪽 소파요. 급할 거 없어요.”

로비 문을 밀자 아주 옅은 나무 냄새가 났다. 공사장에서 막 켠 삼나무 판자 같은 냄새. 바닥은 청벽돌이라 구두 굽 소리가 크게 울렸고, 곰 인형을 안은 나는 같은 쪽 팔다리가 같이 나가는 꼴로 걸었다.

멍위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연회색 얇은 니트, 흰 긴바지, 검은 구두. 깔끔했고, 나보다 어려 보였다. 그는 먼저 웃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아주 작았다. “청 선생님?” “그냥 청쥔이라고 부르세요. 아까 메시지가 안 가서, 전 또……” “저희가 도망간 줄 알았어요?” 그가 웃었다. “테라스에 좀 앉을까요? 호숫가 쪽은 사람이 별로 없어요.”

【멍위·남편】

그가 곰 인형을 안고 들어올 때, 나는 이미 소파에 이십 분째 앉아 있었다. 로비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다들 캐리어를 끌고 있었는데, 그 사람만 곰 인형을 안고 있었다. 곰 한쪽 귀가 그의 겨드랑이에 끼어 찌그러져 있었다.

만만에게 하나 보냈다. “왔어. 곰 인형 안고 있어.” 그녀는 짧게 답했다. “응.” 조금 있다가 또 하나가 왔다. “무슨 색?” 나는 답했다. “연갈색. 귀가 눌려서 찌그러졌어.”

나는 서른다섯, 외국계 회사에서 화둥 지역 매니저로 일하고, 일 년에 백 일 넘게 호텔에서 잔다. 그 전에도 쪽지 보낸 사람은 많았다. 이십 대 초반에, 헬스장에서 몸 만든, 사진은 죄다 허리 아래로만 찍은 남자들. 한 명한테도 답하지 않았다. 만만은 말이 없는 사람이다. 사람과 가까워질 때 그녀는 손을 쓴다. 성급한 사람은 그 손을 읽지 못한다. 퇴근하고 한 시간을 운전해 오면서, 도중에 차를 세워 곰 인형 하나 사 올 생각까지 하는 남자라면, 속도를 늦추고 그녀의 얼굴을 볼 것이다.

방은 오전에 이미 정리해 뒀다. 욕실엔 새 수건 한 장을 네모로 개어 놓고, 뜯지 않은 칫솔 하나, 문 앞엔 새 슬리퍼 한 켤레. 비닐은 벗겨서 앞코가 안쪽을 향하게 놓았다. 출장으로 호텔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안다. 낯선 방에 들어선 사람이 제일 곤란한 건, 뭘 직접 찾아야 하는 거다.

어젯밤 그녀에게 대화 기록을 보여 줬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넘기다가, 그가 보낸 “저는 급할 거 없어요, 두 분 하자는 대로 할게요.”라는 말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그리고 휴대폰을 돌려주며 딱 한마디 했다. “이 사람으로 해.”

【청쥔·단남】

테라스는 호수에 면해 있었다. 맨 끝에 작은 원탁 하나와 등나무 의자 두 개. 직원이 비뤄춘 두 잔을 내려놓고 물러갔다.

“이것부터 보실래요?” 그가 휴대폰을 밀어 건넸다. 화면엔 건강검진 결과지, 감염 4종 검사 페이지가 떠 있었다. 지난주 수요일, 이름 두 개. 멍위, 수만. 나도 내 걸 밀어 건넸다. 지난주 금요일에 받은 거였다. 우리는 각자 상대 걸 오래 들여다봤다. 내가 평소에 공사 물량 내역서를 검토할 때랑 비슷했다.

“다 문제없네요.” “다 문제없네요.” 둘이 거의 동시에 말했다. 그는 살짝 웃고 휴대폰을 거둬 갔다.

그는 이번 여정을 얘기했다. 항저우에서 출발해서, 시탕에서 하룻밤, 쑤저우에서 이틀, 그다음엔 난징. 난징에선 그가 이틀 동안 회의도 해야 했다. 그렇게 얘기하다가 자기 얘기로 넘어갔는데, 말투는 경로를 설명할 때랑 똑같이 담담했다. “전 와이프가 다른 사람이랑 하는 걸 보는 게 좋아요. 그걸 볼 때만 와이프가 살아 있는 것 같거든요. 평소엔 너무 조용해서요. 무슨 말인지 알죠?”

“알아요.” 내가 말했다. “예전에 오 년 사귄 여자 친구가 있었는데, 한 번 해 봤어요. 호텔 방문 밖에 한 시간을 서 있었어요. 복도로 누가 지나가면 방 번호 찾는 척하고.” “그다음엔요?” “그다음에 그 친구가 선전으로 발령 나서, 헤어졌어요.” “그 한 시간, 후회해요?” “후회 안 해요. 후회되는 건 안 들어간 거죠.”

“와이프가 말을 잘 안 해요.” 멍위가 찻잔을 반 바퀴 돌렸다. “그래서 두 가지는 저더러 먼저 말해 두래요.” “말씀하세요.”

“오늘 와이프가 치파오를 입어요. 직접 만든 건데, 매듭단추가 한 줄로 달려 있어요. 와이프가 하나를 풀면, 청쥔 씨가 한 걸음 더 가는 거예요. 안 풀면 움직이지 마세요.” 그가 잠깐 말을 끊었다. “혹시 어느 하나를 다시 채우면, 우리 둘 다 멈추는 거예요. 어디까지 갔든 거기서 멈춰요.”

“그럼 멍위 씨는 어디 있어요?” “발코니요.” 그가 위층 쪽으로 턱을 들어 보였다. “문은 열어 두고, 전 밖에서 볼게요. 제가 제 발로 들어오면, 그건 저도 원한다는 뜻이에요. 저를 기다릴 필요도, 부를 필요도 없어요.”

“하나도 안 풀면요?” “그럼 다시 내려와서 이 차 마저 마시고, 청쥔 씨는 차 몰고 상하이로 돌아가면 되죠.” 그가 말했다. “그것도 괜찮잖아요, 그렇죠?”

객실로 가는 길에 그는 나보다 반걸음 앞서 걸었다. 복도 카펫이 두꺼워서 두 사람 발소리가 전부 먹혀 버렸다. 너무 조용해서 종이봉투 안에서 디퓨저 상자가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까지 들렸다. 모퉁이에 계단이 두 칸 있었는데, 그가 돌아보며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계단 조심하세요.”

3층 맨 끝 방이었다. 그가 카드를 대자 도어록이 삑 울렸고, 그는 몸을 옆으로 비켜 나를 먼저 들여보냈다.

【수만·아내】

도어록이 울렸을 때, 나는 매듭단추를 세고 있었다.

일곱 개. 깃에 두 개, 사선 앞섶에 하나, 겨드랑이 밑에 하나, 허리에 하나, 골반뼈에 두 개. 전부 내가 직접 맨 거다. 검은 실크 바이어스 끈으로 엮은 일자 매듭단추, 단추 머리 하나하나를 손에서 수십 번 굴려야 동그래진다. 이 옷은 세 번을 고쳤다. 마지막은 그저께 밤 작업실에서였다. 멍위는 소파에서 잠들었고, 나는 허리를 반 센티 더 줄였다.

나는 통유리창 옆 소파에 앉아 있었다. 등 뒤는 발코니, 발코니 너머는 호수. 치파오는 검은 레이스로, 가슴께에만 살색 실크를 한 겹 덧댔고, 팔과 옆구리는 다 비쳤다. 다리엔 검은 레이스 팬티스타킹, 그 안엔 아무것도 안 입었다. 아침에 멍위가 아침거리를 사러 내려갔을 때,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재단 가위로 팬티스타킹 가랑이 밑을 한 줄 잘라 틈을 냈다. 가위가 아주 차가웠다. 다 자르고 나서 한참을 그냥 앉아 있었다.

멍위는 성젠바오를 사 들고 돌아와서, 시트 위의 검은 실밥 한 줌을 보고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종이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따뜻할 때 먹어.”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너무 뜨거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들이 들어왔다. 멍위가 앞에, 그 뒤의 남자는 곰 인형을 안은 채 문간에 멈춰 서서 한동안 나를 봤다. 사진보다 까무잡잡했고, 키가 컸다. 셔츠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 올렸고, 곰을 안은 자세가 아주 어설펐다.

“이거…… 드리는 거예요.” 그가 다가와 곰을 건네고, 작은 종이봉투도 하나 내밀었다. “디퓨저도 하나 있어요. 화이트티 향인데, 좋아하실지 모르겠네요.”

받아 들었다. 곰은 아주 말랑했고, 털은 살짝 까슬했다. 배에 리본이 꿰매져 있었는데 바늘땀이 삐뚤었다. 나는 서른둘, 치파오를 지은 지 구 년. 손님들한테 실크도 받아 봤고, 쑹진 비단 한 필을 통째로 받아 본 적도 있고, 옥팔찌도 받아 봤지만, 곰 인형을 준 사람은 없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고마워요.”

“욕실에 필요한 건 다 놔뒀어요.” 멍위가 그에게 말했다. “먼저 좀 씻을래요? 수건은 개어 둔 거 쓰시면 돼요.” “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들어갔다.

멍위가 소파 옆에 쪼그려 앉아 곰 귀를 바로 펴 주고는 작게 물었다. “괜찮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으로?” 또 끄덕였다. “그럼 나 나가 있을게.” 그는 내 손가락을 한 번 꼭 쥐고 일어나, 발코니 문을 옆으로 반쯤 밀어 열었다.

레일이 길게 한 번 울었다. 호수 바람이 밀려 들어와 얇은 커튼이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 그가 밖으로 나갔고, 그림자가 커튼 뒤에서 멈췄다. 차 안에서 정해 둔 거였다. 그는 밖에, 나는 안에, 그 사이엔 그 레일 한 줄. 그가 들어오려면, 그 레일은 그가 직접 넘어야 한다.

욕실에서 물소리가 시작됐다. 쏴아 하던 소리가 끊겼다 이어졌다 하는 걸 들었다. 목을 문지르고, 머리를 닦는 소리였다. 욕실 문이 꼭 닫혀 있지 않아서, 칫솔 플라스틱 포장을 뜯는 소리, 입을 헹구고 두 번 뱉는 소리까지 들렸다.

나는 곰을 소파 팔걸이에 올려놓고, 얼굴이 호수를 향하게 했다.

물소리가 멎고 문이 열렸다. 그가 하얀 가운을 입고 나왔다. 머리는 젖어 있었고, 끈을 얼마나 꽉 묶었는지 허리에 주름이 한 줄 졌다. 옭매듭이었다. 양 끝 길이가 똑같았다.

그 매듭을 보고 있자니, 가게에 처음 치수 재러 오는 남자 손님들이 생각났다. 탈의실에 들어가면 먼저 겉옷 단추를 맨 위까지 채운다. 내 손에 든 줄자가 물기라도 할 것처럼.

그는 침대 끝에 서서 손 둘 데를 몰라 하며, 나를 봤다가 발코니를 봤다. “제가 혹시…… 먼저……” 그가 입을 뗐다.

나는 일어섰다. 그가 말을 끝내게 두지 않았다.

손을 들어 깃 맨 위의 매듭단추를 더듬었다. 엄지로 단추 머리를 고리 안쪽으로 한 번 밀고, 다시 한 번 튕기자 단추가 풀렸다. 실크가 실크를 스치며 아주 가늘게 한 번 소리를 냈다. 깃이 느슨해지고, 바람이 목으로 스며들었다.

그러고 나서 그에게 걸어가, 가운의 그 옭매듭을 쥐고 바깥으로 홱 잡아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