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웨·그녀】
금요일 밤 아홉 시 사십 분, 뤄빈에게서 위챗이 왔다. “사무실 사람들이랑 강가에서 꼬치 먹는 중. 기다리지 마.” 뒤에 맥주잔 이모티콘 하나. 나는 “응”이라고 답하고 휴대폰을 바 테이블에 엎어 둔 채, 바텐더에게 진토닉 한 잔을 더 달라고 했다.
이 바의 이름은 ‘반 박자 느리게’였다. 우리 회사 뒷골목에 있었고, 혼자 다닌 지 벌써 반년 가까이 됐다. 세 번째 하이 스툴은 거의 내 자리가 되어서, 바텐더 샤오저우는 내가 들어오는 걸 보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레몬부터 썰었다.
내 이름은 츠웨, 스물아홉 살. 보험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한다. 매일 보험금 청구 시스템에 건을 입력하고, 영수증을 확인하고, 설계사들의 전화를 받는다. 대학원을 졸업하던 해, 2년 사귄 뤄빈과 혼인신고를 했고, 올해로 딱 4년이 됐다. 뤄빈은 나보다 두 살 많고, 설계원에서 도면을 그린다.
결혼 첫해는 그래도 괜찮았다. 2년 차부터 집에 있는 180센티짜리 침대는 잠자는 용도 하나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였는지, 휴대폰 달력을 뒤져 보고서야 맞춰졌다. 6월 말, 그가 출장에서 돌아온 날 밤, 처음부터 끝까지 10분도 안 걸렸다. 지금은 9월 말이다.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니다. 몇 번은 샤워하고 일부러 속옷을 안 입은 채 옆으로 누워 다리를 그의 몸에 걸쳤다. 그는 내 엉덩이를 툭툭 치며 “피곤해, 내일 하자” 하고는 돌아누워 소리를 크게 켠 채 숏폼 영상을 넘겼다. 내일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나는 원래 꽤 보수적이었다. 대학 때 연애하면서, 그가 처음으로 내 단추를 풀려고 했을 때 나는 30분을 울었다. 그래서 잠자리는 우리 둘 다 늘 불 끄고, 그가 위에서, 끝. 사는 게 원래 이런 건 줄 알았다. 몸이 나보다 먼저 거부하기 전까지는.
말을 거는 남자는 있었다. 지난달에도 등산 재킷을 입은 남자가 술잔을 들고 옆에 앉아서 누구 기다리냐고 물었다. 남편을 기다린다고 하자 머쓱하게 가 버렸다. 사실 나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냉장고 웅웅거리는 소리밖에 없는 집에 돌아가기 싫었을 뿐이다.
변화는 장만에게서 시작됐다. 그날 퇴근 무렵, 내가 자리에서 “저녁에 반 박자 느리게 가서 좀 앉아 있을까” 하고 중얼거리자, 옆자리 장만이 의자째 쭉 미끄러져 왔다. “나도 데려가. 나도 짜증 나.”
장만은 서른 살로 나보다 한 살 많았다. 언더라이팅 담당이고, 이혼을 한 번 했다. 평소엔 H라인 스커트에 뾰족한 하이힐, 걸을 때 바람이 일었고, 회사 남자들은 그녀와 말할 때면 다들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전에는 그녀와 친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에 그녀가 한 번도 자리에 없다는 것만 알았다.
그 뒤로 금요일은 우리 둘의 것이 됐다. 그녀는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나는 진토닉. 그녀는 전남편 얘기를 하고, 나는 뤄빈 얘기를 했다. 세 번째 금요일, 나는 결국 ‘석 달’ 얘기를 입 밖에 냈다.
“석 달?” 장만이 빨대를 씹어 납작하게 만들었다. “츠웨, 너 겨우 스물아홉이야. 왜 생과부처럼 살아.”
“그냥 관심이 없는 거야. 내가 억지로 누를 수도 없잖아.”
“그럼 누르지 마.” 그녀가 몸을 기울여 왔다. 아주 달콤한 향수 냄새가 났다. “언니가 남자 가지고 놀러 데려가 줄게.”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술 많이 마셨다고 했다. 그녀도 웃으며 손톱으로 내 잔을 톡톡 쳤다. “하고 싶은지 아닌지만 말해.” 나는 대답하지 않고 남은 반 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얼음이 이에 부딪혀서, 차가움에 몸이 움찔했다.
【왕예·그】
장만이 메시지를 보냈을 때, 나는 헬스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다음 주 금요일, 반 박자 느리게. 소개해 줄 사람 있어. 결혼 4년, 남편은 손도 안 대고, 본인은 자기가 얼마나 원하는지도 몰라.” 뒤에는 옆에서 몰래 찍은 사진 한 장.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는 여자, 흰 셔츠는 두 번째 단추까지 채웠고, 목이 길었다.
나는 서른둘, 건축 자재 사업을 한다. 장만은 2년째 내 여자다. 그건 본인도 인정한다. 그녀가 데려온 여자들을 몇 명 본 적이 있다. 대부분은 속으로 이미 풀어져 있었고, 누가 한 번 밀어 주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 속 이 여자를, 나는 꽤 오래 들여다봤다.
【츠웨·그녀】
다음 금요일, 장만 옆에 남자가 하나 늘었다. 키가 크고 짧은 스포츠머리, 검은 티셔츠 소매가 팔뚝에 팽팽하게 끼었고, 손목엔 낡은 스틸 시계. 장만이 말했다. “왕예, 내 친구.” 그는 나에게 고개를 까딱하고 “츠웨”라고 불렀다. 누나도, 동생도 붙이지 않았다.
그는 말수가 적었지만 어떤 말이든 다 받아냈다. 보험 사무직은 그냥 타자수라고 하자, 그는 1분에 몇 타 치냐고 물었다. 120이라고 하자, 그럼 손가락이 꽤 재빠르겠네, 했다. 말하면서 내 손을 힐끗 봤고, 나는 왠지 모르게 손을 바 테이블 밑으로 감췄다.
장만은 화장 고치러 화장실에 가서는 20분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왕예는 내 쪽으로 다가오지 않고, 자기 위스키 잔만 조금 밀어 줬다. “마셔 봐. 네 거보다 세.” 한 모금 머금자 너무 써서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가 웃었다. 웃을 때 눈가에 가는 주름이 두 줄 생겼다.
그는 주말엔 보통 뭘 하냐고 물었다. 나는 잠자고, 드라마 보고, 남편이랑 시댁에 밥 먹으러 간다고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오늘 나온 건, 뭔가 다른 걸 하고 싶어서네.” 질문이 아니었다. 나는 반박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빨대로 얼음을 휘저어 달그락거렸다.
그날 밤 나는 두 잔 반을 마셨다. 얼굴은 뜨거웠지만 머리는 맑았다. 열한 시가 넘어서, 장만이 갑자기 휴대폰을 테이블에 탁 내려놨다. “츠웨, 오늘 밤 왕예랑 방 잡을 배짱 있어?”
나는 얼어붙었다. 왕예는 거들지도, 분위기를 수습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를 보며, 내가 스스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배짱 없으면 됐고.” 장만이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어차피 집에 가 봤자 남편 뒤통수나 보고 있을 거잖아.”
그 말이 찔려서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뤄빈의 “기다리지 마”가 떠올랐고, 집의 그 180센티 침대가 떠올랐다. 내 목소리가 들렸다. “잡으면 되지.” 말이 나오자마자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조금도 되돌리고 싶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알았다. 그날의 도발은 두 사람이 미리 짜 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그날 밤 나는 내 신분증을 꽉 쥐고, 그를 따라 길모퉁이의 호텔로 들어갔다.
방은 1206호, 조명은 따뜻한 노란빛이었다. 나는 침대 끝에 앉아 손가락에 가방끈을 감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왕예는 회색 반바지 하나만 입고 있었고, 가슴과 배의 선이 또렷했다.
“무서워?” 그가 물었다.
“조금.” 솔직하게 말했다. “이런 거 해 본 적 없어.”
그는 피식 웃더니 조명을 머리맡 하나만 남기고 끄고, 이불을 들추고 누워서 옆자리를 툭툭 쳤다. “그럼 오늘은 그냥 자. 네가 고개 끄덕이기 전엔 안 건드려.”
【왕예·그】
그녀는 옷을 입은 채로 누웠다. 셔츠 단추는 하나도 풀지 않았고, 몸은 빨래판처럼 굳어 있었다.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자 그녀는 움찔했지만, 피하지 않았다.
나는 섰고, 굳이 숨길 생각도 없었다. 반바지 너머로 그녀의 엉덩이에 닿았다. 모를 리가 없다. 숨소리가 단번에 흐트러졌다. 그래도 그녀는 앞으로 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조금 뒤로 기대 왔다.
귀에 대고 “자” 하고 말하고는, 정말 그렇게 안은 채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런 여자는 첫날 밤에 덮치면 다음 날 도망간다. 스스로 다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츠웨·그녀】
나는 거의 밤새 한숨도 못 잤다. 그의 팔이 묵직하게 내 배 위에 걸쳐 있었고, 그게 내 엉덩이 골에 딱 붙어 있었는데, 막 쪄 낸 옥수수처럼 뜨거웠다. 나는 다리를 오므리고 있었다. 팬티가 조금 젖어 있었다. 나 자신도 믿기지 않았다.
아침 여섯 시 반, 그가 샤워하러 들어간 사이에 나는 신발을 신고 먼저 나왔다. 택시에서 창문을 내리자 바람이 옷깃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그제야 내가 오는 내내 웃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집에 돌아오니 뤄빈은 아직 코를 골고 있었고, 거실 탁자 위엔 먹다 남은 꼬치 막대가 널려 있었다. 그는 내가 밤새 어디 있었는지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목요일 오후, 장만이 딩톡으로 나를 쿡 찔렀다. “내일 늘 가던 데. 그 사람도 와.” 나는 그 한 줄을 바라보다가 “안 가”라고 쳤다가 지우고, 다시 “몇 시?”라고 쳐서 전송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