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키장 민박집의 코치

1화1장 한 번 넘어지면, 한 번 업기

나그네 · 2702자 · 한국어

【위페이·아내】

영하 23도. 민박 마당에 걸린 온도계는 라오허가 걸어둔 건데, 나는 매일 아침 나가기 전에 먼저 그걸 한 번 보고, 그다음에 랑샤오를 돌아본다. “봐, 또 떨어졌어.”

“떨어져도 올라가야지.” 그는 고리에서 내 고글을 떼어 내 헬멧에 끼우고 끈을 꽉 조였다. “사흘째인데 보겐도 제대로 못 서. 쪽팔리는 건 나야.”

“아파, 너무 조여.” 내가 말했다. 그는 풀어주지 않았다. 우리 치과에선 마취 놓을 때도 먼저 두어 마디 달래고 놓는데, 그는 나한테 고글 끼워줄 때 달래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꽉 조이면 그대로 문밖으로 밀어낸다.

나는 스물여덟, 치과에서 데스크를 본다. 일 년 내내 흰 가운 입고 접수대 뒤에 서 있고, 가장 멀리 움직이는 게 대기실에서 소독실까지다. 랑샤오는 서른넷, 공사 입찰 일을 하고, 스키 탄 지 11년, 해마다 1월이면 지린의 우쑹링이라는 스키장에 온다. 예전엔 나는 안 왔는데, 올해는 그가 내 연차를 대신 내고, 비행기표를 끊고, 스키복까지 사뒀다. 분홍색으로. “분홍이면 찾기 쉽잖아.”

나는 싼야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싼야는 어딜 가나 사람 천지라고 했다. 그럼 한 번 넘어질 때마다 립스틱 하나야, 내가 말했다. 그래, 그가 말했다. 사흘 동안 나는 스물일곱 번 넘어졌다. 립스틱은 마흔까지 쓰고도 남는다.

둘째 날 밤, 나는 온돌에 엎드려 폰으로 우쑹링에서 싼야 가는 비행기표를 찾고 있었다. 그가 내 손에서 폰을 가져가 버렸다. “내일 일곱 시 반, 리프트.” 물어내, 내가 말했다. 뭘 물어내, 그가 말했다. 사흘 물어내, 해변에 사흘 누워 있을 거야. 다음에, 그가 말했다. 그는 매번 다음에라고 한다.

【라오허·단남】

나는 허궈둥, 우쑹링 사람들은 다 라오허라고 부른다. 마흔여섯, 민박을 하고, 눈 오는 철엔 초보 강습도 겸한다. 민박은 스키장 아래 그 흙길 끝에 있고, 방 여섯 개, 온돌, 마당엔 내가 직접 팬 장작이 쌓여 있다.

랑샤오네 그 사람은 첫날 보고 바로 알았다. 스키 타러 온 게 아니라 끌려온 거다. 분홍 스키복, 헬멧 밑으로 눈만 한 줄 내놓고, 고글은 자꾸 김이 서려서 조금 있다가 한 번씩 올려서 닦아야 했다. 한 번 올릴 때마다 눈이 빨갰다. 얼어서 그런 건지 방금 운 건지 알 수 없었다.

“허 코치님.” 첫날부터 그녀는 나한테 조건을 걸었다. “내가 한 번 일어설 때마다 한 번씩 일으켜 줘요, 어때요.” “넘어지면 혼자 일어난다. 그게 규칙이야.” “그럼 안 일어날래요.” 그녀는 눈 위에 주저앉아 정말로 꼼짝도 안 했다. 랑샤오가 슬로프 위에서 두 번 불렀다. 그녀는 고글을 확 올리고 위를 향해 소리쳤다. “내려와서 업어 줘!”

랑샤오는 내려오지 않았다. 혼자 일어나게 두라고, 일어나야 배운 거라고 했다. 나는 그녀 옆에 서서 잠시 보다가 허리를 숙여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잡았다. 장갑 속 손은 작고, 꽉 쥐어 왔다. “이번 한 번만이다.” 내가 말했다. “내일 일은 내일 다시 얘기해요.” 그녀가 말했다.

둘째 날 점심, 스키장 식당에서 그녀는 생수 한 병을 들고 내 테이블로 왔다. 자기 남편 테이블은 쳐다보지도 않고 병을 내 앞에 탁 놓았다. “안 열려요.” 내가 열었다. 그녀는 받아서 한 모금 마시고는 선 채로 가지 않았다. “허 코치님, 손 진짜 뜨겁네요.” 온돌에 달궈져서 그래, 내가 말했다. 그럼 나도 밤에 가서 좀 쬘래요, 그녀가 말했다. 랑샤오가 저쪽 테이블에서 이쪽을 봤다. 그녀는 못 본 척했다.

【랑샤오·남편】

나는 그녀한테 늘 이랬다. 그녀가 떼쓰고, 내가 정한다. 결혼 6년, 집도 내가 골랐고, 차도 내가 골랐고, 그녀 옷의 태반은 내가 인터넷으로 주문한 거라 사이즈는 본인보다 내가 더 잘 안다. 그녀는 아무것도 생각할 필요 없다. 떼 좀 쓰다가, 그다음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이 규칙은 집에서 6년 동안 잘 돌아갔다. 눈 위로 옮겨오니 안 먹힐 줄은 몰랐다.

셋째 날 오전, 나는 그녀를 중급 슬로프로 데리고 올라갔다. 라오허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나는 이르니까 올라가는 거라고, 사람은 몰아붙여야 는다고 했다.

그녀는 슬로프 꼭대기에 서서 고글을 이마에 올린 채 아래로 뻗은 그 하얀 길을 내려다봤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샤오 오빠, 싫어.” “고글 써.” “싫어!” “써.”

그녀는 썼다. 나는 폰으로 찍고 있었다. 내려오는 모습을 찍어서 회사 놈들한테 보내줄 생각이었다.

그녀는 20미터를 내려오다가 스키가 엇갈리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헬멧이 눈에 처박혀 한 번 튕기고, 두 바퀴 구르고, 작은 나무 밑에서 멈췄다.

구르는 그 장면까지 찍고도 폰을 내리지 않았다. 움직이는지 보고 있었다. 움직였다. 일어나 앉더니, 거기 앉은 채로 꼼짝하지 않았다. 그렇게 먼 거리에서도 그녀가 고글을 이마로 올리고 얼굴을 이쪽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소리치지 않았다.

【라오허·단남】

나는 옆 슬로프에서 가로질러 가서 그녀 앞에 스키를 옆으로 대고 멈췄다. 무릎을 끌어안고, 바짓가랑이엔 눈이 한가득, 입술이 하얗고, 얼굴에 눈물은 없었다.

“어디가 아파.” “다요.” 그녀가 말했다. “무릎, 엉덩이, 허리, 그리고 얼굴. 고글이 눌러서.”

나는 그녀 스키를 풀었다. 그녀는 서려 하지 않았고, 나도 세우지 않았다. 쪼그려 앉아 등을 돌렸다. “올라와.” “그 사람이 혼자 일어나래요.” “그 사람 말은 그 사람 거고.” 내가 말했다. “내 규칙은, 중급 슬로프에서 넘어진 사람은 코치가 업는다.”

그녀가 올라왔다. 스키복 두 겹을 사이에 두고도 떨고 있는 게 느껴졌다. 우는 게 아니라 언 거다.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고, 무겁지 않고, 말랑하고, 스키 바지 밑의 그 두 다리가 어떻게 생겼을까, 업고 가다 보니 생각이 들었고, 들자마자 얼른 길을 봤다.

스키장 바람은 아래에서 위로 분다. 그녀는 내 뒷목에 얼굴을 묻었고, 내쉬는 숨이 뜨거워서 옷깃을 타고 내려와 등까지 흘렀고, 등에 땀이 났다. 민박 앞 흙길에 들어설 즈음엔 느껴졌다. 그녀는 더 이상 떨지 않았다. 그냥 묻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허 코치님.” “응.” “등 진짜 따뜻해요.” “온돌은 더 따뜻해. 가 보면 알아.”

내려놓기 전에 그녀가 내 등에서 한마디 물었다. “허 코치님, 지금까지 몇 명 업었어요.” 중급 슬로프에서 넘어진 건 너 하나뿐이야, 내가 말했다. 그럼 나 남는 장사 한 거네요, 그녀가 말했다. 스물일곱 번 넘어져 놓고 뭐가 남는 장사야, 내가 말했다. 그녀는 내 등에서 웃었고, 옷깃 안으로 또 한 줄기 뜨거운 숨이 들어왔다.

【위페이·아내】

그는 나를 온돌 가장자리에 내려놓았다. 두 다리를 늘어뜨리고, 발은 아직 얼음인데 엉덩이 밑부터 먼저 뜨거워지고, 그다음 위로, 허리. 그가 파스 한 통을 들고 들어와 쪼그려 앉아 내 바짓가랑이를 밀어 올렸다. 무릎은 벌써 퍼렇게 멍들어 있었고, 컵 주둥이만 한 크기였는데, 그의 손이 닿을 때 차가워서 내가 스읍 소리를 내자 그는 손을 온돌에 잠시 댔다가 다시 눌러왔다. 뜨거웠다.

“남편은.” “아직 위에서 타겠죠.” 내가 말했다. “세 번 다 타야 내려와요. 그 사람 규칙.”

라오허는 대꾸하지 않고 파스를 붙이고 손바닥으로 덮었다. 파스가 화끈거릴 때까지 덮고 있었다. 그의 손은 파스보다 더 화끈했고, 덮고 있다가 아주 조금 위로 옮겨 갔다. 무릎 위까지 옮겨 가서 멈췄다.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치우라고 하지 않았다.

“허 코치님, 나 내일도 올라가야 돼요?” “올라가고 말고는 네가 정해. 올라가면 내가 데려가고, 중급은 안 가.” “그럼 흥정 하나 할게요.” 내가 말했다. “나 올라가고, 코치님이 업어요. 한 번 넘어지면 한 번 업기.” “남편이 싫어할걸.” “그 사람 건 안 쳐.”

말해 놓고 나 스스로 잠깐 멍해졌다. 라오허도 잠깐 멍해졌다가 웃었다. 동북 사람 특유의 그 웃음, 얼굴 주름이 전부 바깥으로 밀려난다. “그래, 좋아.” 그가 말했다. “한 번 넘어지면 한 번 업기.” 그가 일어설 때 손이 내 무릎 위에서 떨어졌고, 그 자리 피부가 단번에 식었다.

【랑샤오·남편】

밤에 온돌 위에서 그녀는 엎드려 있었다. 무릎에 파스 하나, 엉덩이에 하나, 나한테 등을 돌리고. 내가 허리에 손을 얹자 아프다고 해서 손을 뗐다.

나는 그녀한테 한 가지 얘기를 했다. 사흘 동안 생각한 거다.

첫날 라오허가 그녀를 일으켜 줄 때 생각했고, 둘째 날 그녀가 스키장 식당에서 라오허한테 생수 뚜껑을 따 달라고 할 때 또 생각했고, 오늘 그녀가 그 사람 등에 엎드려 산을 내려오는 내내, 얼굴을 남의 뒷목에 파묻은 채로, 나는 슬로프 위에서 그걸 전부 찍었고, 찍고 나서 다시 돌려 보니, 서 있었다.

“라오허한테 다른 것도 좀 배워.” 그녀는 돌아눕지 않았다. “뭘 배워.” “알잖아.”

한참 뒤에 온돌 밑에서 장작이 타닥 소리를 냈다. 그녀가 말했다. “또 나 대신 정한 거야?”

“이번엔 네가 정해.” 내가 말했다. “고글 쓰고 있으면 된다는 뜻이야. 누가 네 고글을 올리면, 거기서 멈춰. 내가 올려도 치고, 그 사람이 올려도 쳐.”

그녀가 돌아누웠다. 파스가 온돌 돗자리에 긁혀서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프다고 하진 않았다. 그녀는 나를 봤다. 눈이 등불 밑에서 반짝였다.

“안 돼.” 그녀가 말했다. “뭐가 안 돼.” “내가 이마로 올리면, 둘 다 멈춰.” 그녀는 한 마디 한 마디 끊어서 말했다. “당신 건 안 쳐.”

【위페이·아내】

랑샤오는 말이 없었다. 그는 6년 동안 내 입에서 “안 쳐”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나도 6년 동안 해 본 적이 없다. 내 입으로 그 말을 하는데 가슴이 뜨거웠다. 온돌보다 더 뜨거웠다.

“그럼 그렇게 정하자.” 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목소리가 좀 쉬어 있었다. “난 옆방 가서 잘게.” “당신이 가서 말해.” 내가 말했다. “당신이 꺼낸 얘기니까, 당신이 가서 말해.”

그는 일어나 옷을 입었다. 피부가 찬 공기 속에서 소름이 한 겹 돋았다. 문이 열리자 바깥 복도의 찬 기운이 쏟아져 들어왔다가 금세 다시 닫혔다.

나는 일어나 앉았다. 무릎의 파스가 한 번 당겼다. 온돌 머리맡 고리에 내 고글이 걸려 있다. 분홍 테두리, 렌즈엔 하얀 김이 한 겹, 낮에 흘린 땀이 거기서 얼어붙은 거다. 나는 그걸 떼어 내 렌즈에 입김을 한 번 불고, 소매로 닦았다. 깨끗이 닦고, 또 한 번 불었다.

복도에 발소리가 났다. 두 사람 거.

나는 고글을 썼다. 끈이 뒤통수를 조이고, 렌즈가 얼굴에 달라붙어, 차가웠다. 그러고 나서 문을 열었다.